전기자동차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화두다.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전기자동차 개발을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 자동차 시장에 전기자동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최근 기업을 공개했다.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흥행에 성공했는데 그 견인차 중 하나는 전기자동차 ‘볼트’였다. GM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는데 ‘볼트’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이 모델은 배터리가 떨어지면 휘발유 엔진으로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차량이다. 한 번 충전으로 약 40마일을 갈 수 있고 배터리 전원이 소진되면 4기통 휘발유 엔진으로 움직이는 동안 다시 전기를 공급받아 추가로 약 300마일을 운행할 수 있다. GM은 이 모델을 4만1000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다.

닛산은 배터리로만 가는 ‘리프’를 2010년 말 미국과 일본 시장에 선보인다. 3만2780달러에 판매될 예정인 5인승 리프 해치백 모델은 한 번 충전에 8시간이 걸리며 최대 100마일을 달린다. 30분 만에 80%가 충전되는 고속충전도 가능하다. 리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서 일부 지역에서 실시한 2만 대 사전 예약이 이미 완료됐다.

포드는 소형 밴 ‘트랜지트 커넥트’의 전기자동차 모델을 2010년 12월 상업용으로 우선 시판했다. 2011년엔 전기로만 구동하는‘포커스’를 미국 19개 도시에 출시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도요타는 2012년 신형 전기자동차 출시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기존의 소형차 ‘IQ’를 기반으로 신형 전기차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모델은 1회 충전으로 100km 이상 달릴 수 있고 최고 시속은 약 120km 정도로 알려졌다.

승용 전기자동차 ‘불편하고 경제성 의심’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자동차를 향후 성장동력으로 여기고 제품 개발에 열심이지만 한 편으로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과연 전기자동차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얼마나 얻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있는 것이다. 먼저 가격이 문제다. GM ‘볼트’의 대당 가격은 4만1000달러부터 시작해 비슷한 사양의 ‘시보레 크루즈’ 세단(2만6000달러)보다 30% 이상 비싸다. 

연료비 측면에서도 별 이득이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휘발유 가격이 향후 2년 정도 갤런 당 3달러 미만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될 전망이어서 연료비 측면에서 전기자동차의 매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논리다.

전기충전소 부족도 심각하다. 전기자동차 시장을 대비해 미국 연방 에너지부는 워싱턴DC 등 대도시 주변에 충전소 2000여 곳을 설치 중이지만 실제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전기자동차 충전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정격 전압이 110볼트에서 120볼트인 미국 일반 주택에서 충전할 경우 20시간 이상 소요되는 불편이 있다. 220볼트라면 6~8시간에 충전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시설비용이 들어야 한다. 그나마 돈을 들여 공사했다 해도 일상적인 출퇴근은 몰라도 장거리 운행 시 충전이 어렵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실제 이런저런 문제로 전기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기는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도요타의 전기와 휘발유 겸용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가 발판의 문제로 대량 리콜되는 사태까지 생겨나면서 그나마 있던 열기마저 식어가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전기자동차가 모두에게 외면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아직 전기 자동차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전기자동차가 각광을 받고 있는 시장도 일부 있다. 상업용 배달 시장이 그것이다. 택배 회사를 비롯해 물건을 배송하고 영업장에 자기 회사의 제품을 전달하는 전 부문을 말한다.

전기 자동차를 배송에 사용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는 회사들은 굴지의 사무용품 판매 체인인 스테이플스를 비롯해 펩시의 감자칩 부문인 프리토 레이, 또한 택배회사인 페덱스, 그리고 통신회사인 AT&T 등이다.

이 회사들이 전기자동차를 도입한 것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과거 이 회사들은 모두 디젤 엔진을 사용한 트럭을 이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기자동차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그 덕분에 배송용 트럭 부문에선 전기자동차가 일찌감치 개발, 양산됐다. 승용 전기자동차 이전부터 전기 트럭이 거리를 누비고 다닌 것이다. 

전기 트럭을 사용하는 측은 전기자동차가 배송용 트럭에 먼저 사용돼 인기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설명한다. 배송 트럭들은 승용차량보다 가다 서기를 더 빈번하게 한다. 이런 주행 패턴에는 디젤차보다 전기자동차가 유리하다.

배송지에 도착해 화물을 인도할 때 운전자들은 대개 시동을 끄지 않는다. 재시동을 걸 때의 소음과 시간 소요 때문이다. 하지만 멈춘 동안에도 연료는 계속 소비된다. 연료의 낭비가 상당했던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인식됐다.

실제로 기업들은 전기자동차가 비용 절감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만족해한다. 스테이플스의 경우 이미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소재한 전기자동차 전문업체인 스미스에 전기 트럭 41대를 주문, 1월부터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운행할 예정이다. 이 회사가 주문한 트럭은 50마일의 속도로 1만6000파운드의 짐을 실어 나르는데 비용절감 효과가 적잖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차량 가격은 일반 디젤트럭보다 대 당 3만달러가량 비싸지만 3개월만 운행하면 이 정도 차익은 충분히 상쇄할 수 있으며 3개월 후부터는 본격적인 비용절감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충전 중인 전기 자동차(위)와 GM의 전기자동차 신모델인 '볼트'

프리토 레이, 전기차 4000대 추가 도입



스테이플스는 디젤트럭은 오일이나 필터, 볼트 교체 등 차량의 유지를 위해 대당 일 년에 약 2700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전기자동차는 이런 비용이 별로 들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 년에 250달러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엔진 자체도 디젤엔진보다 단순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장 수리비도 적게 든다.

또 다른 절약 요인은 브레이크다. 전기 트럭은 ‘리제네러티브(regenerative)’ 브레이크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패드 형태의 브레이크보다 마모가 훨씬 적다. 이 때문에 전기 트럭의 브레이크 수명은 디젤트럭보다 무려 4~5배나 길다. 한 번 교체할 때마다 11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는 브레이크 수리비를 고스란히 챙길 수 있는 것이다.

환경 부담금도 없다. 디젤유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일부 저개발 국가 도시들의 대기가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된 것도 디젤엔진 탓이 크다. 미국 정부는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차량은 매연정화 시스템을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1년에 약 700달러를 들여야 한다. 전기자동차는 매연이 없으므로 당연히 이 비용도 아낄 수 있다.

배송기업들의 전기자동차 사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비뿐만 아니라 대당 연간 6500달러에 달하는 연료비 절감 측면에서도 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익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송기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페덱스는 모두 19대의 전기 트럭을 이용해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그리고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서 배송하고 있다. 감자칩으로 유명한 프리토 레이는 모두 176대의 전기 트럭을 운행하고 있는데 향후 4000대를 추가로 구입해 미국 전역을 누빌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50만 갤런에 이르는 연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다.

배송기사들의 만족도도 상당하다. 동네의 작은 가게들까지 모두 들러야 하는 프리토 레이의 운전기사들은 장시간 디젤엔진의 소음을 들으며 운전하다 전기 트럭으로 바꾼 이후 더 일하고 싶어진다고 말할 정도로 근무환경이 개선됐다는 평이다.

배송기업들의 전기 트럭 도입이 확대됨에 따라 차량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이플스와 프리토 레이의 주문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전기 트럭 전문업체 스미스는 이미 상당한 매출을 올린 상태이며 주문과 매출이 늘면 차량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배송기업들은 기대하고 있다. 승용 부문에서 주춤하고 있는 전기자동차가 이익을 내야 하는 영리 회사들로부터 각광 받고 있다.

최철호 미주경제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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