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인재 사랑으로 고속성장



구직자 몰려드는 최고 인기 벤처



벤처정신의 실종. 일본엔 벤처다운 벤처가 없다는 게 통념이다. 경기침체 ∙ 의욕저하 등으로 기업가정신이 현저히 줄어든 결과다. 다만 그 속에서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혁신벤처는 있다. 수는 적지만 파워풀한 성장모델을 체현시킨 사례다. 최근 일본사회의 관심 속에 부상 중인 ‘워크스 어플리케이션스(Works Applications)’가 그렇다. 놀라운 건 성적표뿐만 아니다. 처음부터 사회공헌을 중시하며 일할 맛 나는 최고의 근무환경을 제공한다. 공부도 잘하면서 착하기까지 한 모범사례다. 도대체 그 비밀은 뭘까. 

“100% 실패한다.”

1996년 창업 때 주변에선 이렇게 악평했다. 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나선 까닭에서다. 그로부터 14년 후, 세평은 빗나갔다. 빗나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벗어났다. 회사는 일취월장 성장 중이다. 주력사업은 일본판 ERP(전사적자원관리) 패키지소프트의 개발 ∙ 판매다. 인사관리 ∙급여계산 ∙회계 ∙ 판매관리 ∙영업기술 등 기업이 원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제로에서 시작해 5년 만에 국내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보유할 만큼 급성장했다.

“인재 위해 이익 전부를 써도 좋다”



회사의 실적은 벤처기업답게 매년 꾸준히 성장 중이다. 2009회계연도(2009년 6월~2010년 6월)의 경우 209억엔의 매출에 14억엔과 6억엔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향상된 성적이다. 2007년 때보다 당기순이익(20억엔)은 줄었지만 매출액(201억엔)은 더 늘었다. 벌어들인 이윤 대부분을 인원채용 등에 재투자했기 때문이다.

올해 분기실적도 좋다. 2010년 7~9월의 매출액(53억엔) ∙ 영업이익(1억4300만엔)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9%, 219% 성장했다. 2010회계연도에도 순항할 전망이다. 매출액 258억엔에 순이익 11억엔이 기대된다. 제품파워도 상당하다. 인사급여 패키지시장에선 8년 연속 시장점유율(55.3%) 1위다. 재무회계(15.7%)와 ERP패키지(20.7%)는 No.2다. 글로벌 유력 경쟁사의 견제를 물리치며 거둔 성과라 더 빛난다.

사실 이 정도면 단순히 괜찮은 벤처기업에 머물 수도 있다. 회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실적을 한층 빛내는 내적 추구가치의 묵묵한 실현 덕분이다. 요컨대 인재가 몰려드는 일할 맛 나는 회사라는 명성이 그렇다. 실제 이 회사는 2010년 제1회 ‘일할 맛 나는 회사’ 조사(GPTW)에서 1위에 올랐다. 2008년 25위, 2009년 4위에 랭크된 후 3년 만에 1위에 등극했다. ‘종업원이 회사 ∙ 경영자를 신뢰하고 본인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며 동료와의 연대감을 지닌 회사’란 분석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이 회사가 신용 ∙ 자부 ∙ 공정 ∙ 연대감 등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얻어 1위에 올랐다고 호평했다. 덕분에 취업시장에서의 인기순위도 최고수준이다. 2011년 봄 350명 규모의 신입사원 공채에 무려 7만5000명이 몰렸을 정도다.

일할 맛 나는 회사가 된 데엔 창업사장의 존재감이 큰 몫을 했다. 카리스마 CEO로 불리는 마사노 마사유키 사장은 인재확보에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 “인재확보는 일종의 연구개발로 이익 전부를 사용해도 괜찮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투자자를 설득해 특정라인을 뺀 이윤은 몽땅 재투자 중이다.

회사의 인재상은 명확하다. 기업이념에 부합하는 인재를 채용해 자기성장이 가능하도록 업무의 난이도를 높여나간다. 본인 스스로 성장을 원하는 인재라면 보람이 높을 수밖에 없도록 제반환경을 제공하는 게 회사의 역할이란 설명이다. 이는 사업모델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ERP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 ERP는 더더욱 그렇다. 중소기업 ERP는 예외기능이 없어 비교적 간단하지만 대기업은 회사 특유의 업무방식이 있어 패키지소프트로 대응하는 게 꽤 어렵다. 제품을 만들어도 기업마다 추가기능을 넣기에 웬만하면 표준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정도다. 결국 보통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걸 해내는 문제해결형의 엔지니어가 많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뿐만이 아니다. 제품을 파는 영업 사원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대기업에 ERP패키지를 판매하자면 대리점 등 기존 체인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대리점은 브랜드상품을 선호하게 마련이어서 신규업체가 진입하기 어렵다. 결국 고객의 문제를 확실히 파악한 뒤 구미에 맞게 메리트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때도 문제해결 능력은 필수다.

제품판매 후의 애프터서비스도 똑같다. 임직원 전원이 고도의 문제해결 능력을 겸비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힘든 영역에서 회사가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젠 아예 문제해결이 가능한 사람을 뜻하는 보통명사까지 정착시켰다. ‘크리티컬 워커’다. 조직이나 매뉴얼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문제를 풀어가는 인재를 일컫는다. 실리콘밸리처럼 우수인력이 모여 어려운 일을 해결해가는 성장모델에 꼭 필요한 인재다. 생존이 어려운 영역에 도전한 회사답게 관련 인재를 최대한 대우한다는 게 기본입장이다. 어려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우수인재야말로 기업성장의 자양분인 까닭에서다.

실패에 관대한 문화로 혁신 추구



인재확보에 숫자는 무의미하다. 소수라도 좋으니 정예의 우수인재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뭔가를 창조할 수 있는가 여부”만이 채용기준이다. 채용시험도 필기 ∙ 면접보다 문제해결법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과제를 준 뒤 어떤 설명과 질문도 없이 맞다 틀렸다만 알려주는 시험이다. 불만이 많지만 결국 해내는 사람이 있고 이들이 인재로 채용된다. 지원자로선 황당해도 하루하루를 정답 없는 과제와 직면하는 벤처업계나 CEO 입장에선 가장 공평무사하게 현실을 반영한 시험이 아닐 수 없다. 합격자에겐 언제든 원할 때 출근할 수 있는 ‘입사패스’가 주어진다. 유효기간은 3년 혹은 5년인데 합격자 중 절반가량만 정해진 시각에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인재가 몰려든 건 당연히 아니다. 애초 3~4년엔 중도채용을 위해 ‘문제해결 능력 발굴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경험이 없어도 잠재력을 갖춘 이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최종적으로 이직 여부를 제안하는 형태였다. 교육 기간에 급료를 제공하지만 싫다면 언제 그만둬도 되도록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기업에서 우수인재가 쏟아져 들어왔다. 거대조직의 부속품처럼 사는 데 염증을 느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미숙했지만 대기업 경험과 풍부한 발상으로 무장된 이들을 실전에 배치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후 폭넓은 인재확보를 위해 신입사원에까지 문호를 넓혔다. 이런 맥락에서 장부상 급성장은 무의미하다. 단기실적보단 장기생존이 더 중요해서다. 이익을 탈탈 털어 인재확보에 투여하는 이유다. 사장은 “신입 300명에 중도채용까지 올해에만 500명을 채용했으니 돈은 덜 남아도 꽤 좋은 한 해였다”고 회고한다. 

이렇게 입사한 이들에겐 흥분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 사업이 확장되면서 업무난이도가 계속 어려워진다. 고객만족을 위해 새로운 기능갱신을 무료로 지속적으로 제공하자면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실제 높은 목표를 설정해도 매번 뚫어내는 우수인재의 능력은 일상적으로 목격된다. 불만보단 목표달성에 매진하며 근성보단 노력을 통해 난관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때 중요한 건 단순한 고객응대가 아니다. 고객의 요구와 상상을 초월하는 추가가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늘 묻는 게 “뭐가 놀라운 점이야”라는 질문이다. 노력하면 누구나 다 만드는 것보단 특이한 도전사례를 높이 사기 때문이다. 당연히 실패는 일상다반사다. 실패용인의 기업문화가 정착된 이유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중요한 건 과정이다. 열심히 했기에 OK라는 평가보단 어떤 뛰어난 것을 시도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사장이 실패자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에서 입사 후의 인재시책도 적잖이 특이하다. “혁신인재는 반드시 실패하며 그것도 연속적인 실패가 많기에 이를 지키는 게 사장의 본업”이란 입장이다. 인사제도도 혁신중시를 위해 설계됐다. 혁신창출형의 문화유지다. 이를 위해 머리를 딱딱하게 만드는 사원교육은 순위가 밀린다. 직원평가도 동료가 실시한다. 그것도 본인보다 우수겣영?열위 등의 3항목(상호다면평가)뿐이다. 중간에 낀 이가 상하 모두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가능하면 횡적체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직률 6.3%… ‘출산복귀 땐 보너스까지’



떠나려는 직원을 둘러싼 대응법도 독특하다. 퇴직자 중 우수자로 평가됐다면 ‘컴백패스’를 줘 언제든 문호를 열어둔다. 무리하게 잡아두기보단 돌아올 길을 열어둠으로써 오히려 로열티를 높일 수 있어서다. 일하는 여성에 대한 배려도 충실하다. 출산 후 복귀 때는 퇴직권유 대신 특별보너스를 주는 게 그렇다. 그 돈으로 육아전념을 이유로 퇴직을 재촉하는 부모 ∙ 친지를 설득하라는 취지다. 자녀의 초등졸업 때까지 단시간근무도 용인된다.

권한위임도 파격적이다. 입사초년 때부터 고객을 전담시킬 정도다. 주요고객을 신입사원에게 맡겨 낭패를 당한 일도 있지만 역시 평가기준은 결과보다 과정이기에 그냥 넘어간 경우도 있다. 권한위임은 동시에 능력평가 기회로도 작용한다. 어차피 우수인재라면 1년차라도 문제해결을 하지만 아니면 일찍 그만두는 게 낫기 때문이다. 사장은 “빨리 키우기 위해 권한을 주는 것”으로 설명한다.

물론 속도조절도 있다. 능력발휘의 개인별 시차를 알고 여기에 걸맞은 업무를 주기 위해서다. 실제 힘든 업무에도 흥분하고 싶어 들어온 직원이 많은 탓인지 이직률은 6.3%에 머문다. 입사결정 때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워낙 확실히 말해 채용의사가 없다는 오해를 살 정도여도 그렇다.

반면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변에 폐를 끼치니 그만두는 게 나을 것이란 권고사퇴는 있어도 그 수는 한 자리 대에 불과하다.

덕분에 회사엔 인재가 넘쳐난다. “우수인력이 그룹 안에만 1000명이나 있다”는 말도 빈말이 아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회사의 업무환경은 결국 ‘워크스 웨이(Works Way)’라는 독특한 기업문화로 정리할 수 있다. 모두 5가지로 세분화되는, 회사가 지향하는 일종의 행동지침이다. 문제발생 때 주변 탓을 하지 않는 ‘남 탓 금지(他責NG)’와 문제본질을 뚫고 들어가는 ‘왜왜사고(なぜなぜ思考)’가 대표적이다. 특히 남 탓 금지는 광범위하게 강조된다. 남을 탓하는 대신 크리티컬 워커답게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예상외의 일에도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긴급대책(Contingency Plan)’과 이상적인 이미지를 상정해 도전해가는 ‘돌파(Breakthrough)’,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휴먼 스킬(Human Skill)’ 등이 있다.

일할 맛 나는 회사로 꼽힌 건 사실 우연이 아니다. 어쩌면 창업 초기 때부터 세운 사회공헌을 실천한 것에 불과하다. 회사의 사회공헌은 둘로 나뉜다. 일본기업의 정보투자효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는 것과 우수인재가 일하고 싶어 하는 실리콘밸리처럼 해당필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후자의 사회공헌이 바로 회사의 일할 맛으로 직결된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상장기업 500개사를 비롯한 고객증가로 새로운 제품수요도 점점 늘고 있다. 우수인재가 보다 더 필요해진 것이다. 창업 후 10년이 ‘워크스1.0’이었다면 이젠 ‘워크스2.0’ 버전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그리고 그 핵심은 여전히 인재다. 때문에 사장은 은퇴 때 회사를 30개로 나눠 벤처기업 상태로 되돌릴 것까지 결심했다. 직원들이 다시 제로에서 시작하는 회사 만들기의 쾌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  Tip. CEO 탐구  |

납득 안되면 따르지 않는 수재스타일… ‘첫 직장에선 고배’

마사노 마사유키(牧野正幸) 사장은 1963년 효고현에서 출생했다. 어려서부터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면 따르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학원을 경영하던 아버지는 한 번도 공부를 재촉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을 대로 하라”는 방목스타일이었다. 덕분에(?) 초등 6년간 숙제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수업내용도 알고 시험점수도 잘 나왔기에 굳이 숙제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다. 그래도 책만큼은 열심히 읽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책을 찾아 해결했다. 결국 그의 선생님은 책이었다. 자신이 생각한 걸 머릿속에서 공상하는 것도 자주 즐기는 취미였다. 공부를 잘해 고교는 어렵기로 소문난 명문(공립)학교에 진학했다.

첫 직장은 건설사였는데 도면을 읽지 못하는 그에게 최초로 고배를 안겨줬다. 이후 우연히 옮긴 부서에서 소프트웨어 업무와 맞닥뜨렸다. 행운이었다. 문제해결을 위해 뭔가를 창조하는 재미는 그만큼 빼어났다. 하지만 대형회사는 집단으로 움직였고 본인은 여기에 휘말리는 게 싫었다. 선배의 창업회사로 옮긴 뒤 물고기는 물을 만났다. 남들보다 몇 배나 일했지만 지치지 않고 7년을 보냈다. “취미는 24시간 일하는 것”이라 말할 정도로 ‘문제해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당시 시스템컨설턴트로 수많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일본의 소프트웨어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간파했다. 대기업 시스템개발 비용이 과다해 경영의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SAP나 오라클 등 외국 ERP패키지를 그대로 샀기에 별도의 시스템 개발이 필요했다. 일본 대기업에 맞는 업무용 패키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1994년 마침내 그는 “일본 대기업을 위한 ERP가 없다”는 문제해결을 위해 관련 개발프로젝트를 발족했고 1996년 회사를 창업했다.

사회공헌도 일찌감치 고민했다. 패키지소프트를 만들어 세상에 퍼트리는 메이커로 창업한 것도 일종의 사회공헌 실천이었다. 물론 자금모집은 힘들었다. 어떤 기업도 그의 제안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패키지소프트의 필요성은 인정해도 버블붕괴 직후로 자금이 끊어진 데다 이미 외국제품까지 들어와 있던 상태였다. 100% 실패할 것이란 평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스스로 만드는 길을 선택했다. 구미기업이 IT를 비용절감 무기로 활용하는 반면 일본 대기업은 ‘부담’으로 여기는 현실을 해결하고 싶었다. 삼고초려로 해당분야 전문가와 손잡고 3인 공동체제로 첫발을 뗐다. 현실은 매서웠지만 3000만엔으로 시작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창업 전 청사진에 따라 1년 후 흑자와 5년 후 자스닥 상장이 모두 달성됐다. 중핵제품인 ERP ‘Company’ 시리즈 등이 탁월하게 성장해준 덕분이다.

마사노 마사유키 사장은 카리스마 넘치는 CEO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일거수일투족은 많은 젊은이들의 자신감을 일깨워줬다. 개인생활도 다소 특이하다. 취미가 힘들기로 소문난 트라이애슬론인데 “극한도전을 긍정적으로 열심히 즐기기 위해 선택했다”고 한다.

전영수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 방문교수 경제금융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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