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다롄항에서 개조중인 바랴그호.
- 중국 다롄항에서 개조중인 바랴그호.

중국 항공모함이 주는 충격은 크다. 비록 구 소련제 중고 바랴그(Varyag)를 사들여 수리해서 진수시킨 거라고는 하지만, 2011년 8월 10일 중국이 항모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는 사실만큼은 분명 커다란 변화다. 이미 1990년 제1차 걸프전 과정에서 미국과의 무기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것으로 확인된 구 소련제 항모가 성능이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중요한 점은 중국이 바다를 바라보는 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중국이 바다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8월 13일 관영 신화통신이 띄운 ‘중국의 해양 신사유(新思維)’라는 논평이 잘 담고 있다. 이 논평에 따르면, 중국은 과거 명청(明淸)시대에는 바다 쪽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청의 강희제는 ‘우리는 내륙국가’라는 말을 했다. 이홍장이 바다의 중요성을 깨닫고 북양(北洋)함대를 만들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미 톈진과 상하이, 홍콩의 앞바다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 일본의 군함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과 함께 마오쩌둥이 “근안(近岸·가까운 연안)을 방어할 해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해군력은 미미했다. 1978년부터 시작된 개혁개방의 시대에 들어 덩샤오핑이 “현대적인 전투능력을 갖춘 해군의 건설”을 촉구했지만, 한국과 일본 근해를 비롯해서 대륙과 대만 사이의 대만해협과 홍콩 앞바다는 미 항모들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항해를 할 수 있는 바다였다. 중국이 러시아제 중고 바랴그를 사들여 다롄에서 수리를 해서 진수에 성공한 것은 “이제는 더 이상 바다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 중국이 첫 항공모함을 우리 서해에 접한 다롄에서 시험 운항한 지난 10일, 대만은 잠수함에 탑재해 중국의 급속한 해군력 팽창에 대처하도록 고안한 슝펑 순항 미사일을 타이베이 항공국방기술전시회에서 공개했다.
- 중국이 첫 항공모함을 우리 서해에 접한 다롄에서 시험 운항한 지난 10일, 대만은 잠수함에 탑재해 중국의 급속한 해군력 팽창에 대처하도록 고안한 슝펑 순항 미사일을 타이베이 항공국방기술전시회에서 공개했다.

물론, 관련 정보들을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바랴그 자체가 미국이나 유럽의 해군력을 위협할 만한 항공모함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홍콩과 마카오의 인터넷 웹페이지에 따르면, 바랴그는 원래 구 소련이 우크라이나의 쿠즈네초프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2급 항모였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자, 바랴그를 떠안게 된 우크라이나 정부는 건조를 계속할 정부예산이 없었다. 그런 정보를 입수한 중국은 1992년 조사팀을 파견하면서 바랴그 수입 상담을 시작했다.



1998년 우크라이나 정부에는 총롯(Chong Lot)이라는 홍콩 여행사가 접근해서 “개조해서 해상 카지노로 쓰겠다”면서 가격을 2000만 달러로 제시했다가 거절당한 일도 있었다. 총롯이라는 여행사는 중국 해군과 연결되어 있는 회사였다. 그러나 3년 뒤 총롯과 우크라이나 정부 간 상담이 타결됐고, 2001년 총롯은 터키 이스탄불 해협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바랴그를 넘겨받아 중국 정부에 인계해준 것이다. 당시 가격이 얼마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지난 30여 년간 빠른 경제발전을 해온 중국이 항모 구입에 돈을 썼다는 사실이며, 해군력 건설에 투입하는 예산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으며, 전체 국방비 지출도 이미 일본과 영국, 프랑스 등을 제치고 미국 다음의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세계적인 군사력 연구기관인 SIPRI(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가 최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에 1190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해서 6980억 달러를 지출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군사비 지출 국가로 랭크됐다. 작년 군사비 지출 3위는 영국으로 596억 달러, 4위 프랑스 593억 달러, 5위 러시아 587억 달러, 6위 일본 545억 달러 순이었다. 중국이 지출한 군사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1%로 미국은 GDP의 4.8%를 일본은 1.0%를 군사비로 지출했다.

- 지난해 11월 서해에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항모에서 승조원들이 함재기의 이착륙을 돕고 있다.
- 지난해 11월 서해에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항모에서 승조원들이 함재기의 이착륙을 돕고 있다.

SIPRI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에 지출한 1190억 달러의 군사비 가운데 5억5900만 달러를 군사장비 수입에 지출했다. 중국이 주로 러시아에서 군용 함정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부터로 중국은 이 해에 해군함정 수입에 1500만 달러를 지출했고 1990년에는 3000만 달러, 1995년 4억4000만 달러, 1999년 7억6000만 달러, 2005년 18억 달러를 지출해서 빠른 속도로 해군력 강화에 달러를 지출하는 비중을 높여왔다.



2000년 이후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2000년에 321억 달러에서 395억(2001년), 459억(2002), 498억(2003), 552억(2004), 621억(2005), 729억(2006), 841억(2007), 927억(2008), 1101억(2009), 1143억(2010) 달러로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부풀려왔다. 같은 기간 우리의 국방비는 2000년 162억 달러, 167억, 171억, 177억, 185억, 200억, 207억, 217억, 231억, 243억, 242억 달러로 거북이걸음을 해왔다. 22년 전인 1989년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159억 달러, 우리의 국방비 지출이 120억 달러로 우리의 국방비가 중국 국방비의 75% 수준이었지만 2010년에는 우리 국방비가 중국 국방비의 21%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국 경제규모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우리 안보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어온 결과다.



2000년 이후 일본의 국방비는 517억 달러에서 각각 523억, 528억, 529억, 524억, 522억, 516억, 509억, 502억, 510억, 514억 달러로 우리와 마찬가지로 답보, 또는 뒷걸음치는 추세를 보여왔다. 중국과 일본의 국방비 지출은 2004년을 분기선으로 해서 중국 국방비가 일본 국방비를 추월했다. 일본 국방비는 2003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서 2008년까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2009년부터 회복세로 들어섰다. 같은 기간 중국의 군사비 지출을 미국과 비교하면 2000년 중국이 321억 달러, 미국이 3759억 달러로 중국의 국방비가 미국의 8.5%에 해당하는 보잘것없는 정도였지만, 작년에는 중국이 1143억 달러, 미국이 6871억 달러로 16.6%로까지 뒤따라갔다.



SIPRI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바랴그 항공모함을 진수시킨 것은 중국의 군사력이 이제 동아시아 수준을 벗어나서 미국과 유럽을 목표로 뛰고 있다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아직도 미국과 유럽을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이미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고 남는 정도의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게 웬 항모(?)”라는 냉소는 이제 지을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며, 중국이 이제 구 소련제 중고항모로 항모시대를 위한 각종 군사적 실험과 연구를 마땅히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SIPRI 최신 보고서는 말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버려야 하는 생각은 “중국의 경제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큰 만큼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강한 군사력을 갖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잘못된 비율의 환상일 것이다. 중국 경제규모와 우리 경제규모의 비율과는 상관없이 중국의 군사비 지출이 우리에 가하는 현실적 위협은 우리가 새로운 안보구상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대만, 베트남, 필리핀과 새로운 안보동맹을 맺는다든지 하는 새로운 구상과 새로운 개념을 세워야 할 필요성을 중국 항모 바랴그가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