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은행 ICBC(공상은행)는 지난 2011년 석탄 개발에 투자하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 상품을 판매했지만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자금 횡령으로 구속되면서 석탄 개발 프로젝트는 인가마저 취소됐다. 아직까지 기업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급불능 수준까지 경영위기가 확대되면서 ICBC마저 원금상환 의무를 거절했다. 이번 사건이 외신을 통해서 알려지면서 잠잠했던 중국발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번 상품은 국내에 알려진 바와 달리 자산관리상품(WMP)이 아닌 신탁상품의 일종이며 은행의 지급보증은 판매사의 도의적 책임에 국한된다. 때문에 전체 위기로 보는 것은 중국 금융시스템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뿐만 아니라 석탄 개발 등 에너지관련 그림자금융 상품은 중국 정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있어 투자기업의 유·무형 자산에 대한 담보뿐 아니라 정부와 관련기관들의 연대보증까지 요구되는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은행의 지급불이행이 원금 미상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으며 연대보증 기관인 지방정부의 담보제공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 고성장을 기록하던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경기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 고성장을 기록하던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경기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환보유액 등 재정건전성 튼튼해
 그렇다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 그림자금융이란 무엇일까. 이론적으로 그림자금융은 은행 여수신 업무를 제외한 부분에서 창출된 신용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그림자금융은 은행이 시스템의 주체가 되는 특이한 구조로 돼 있다. 또 가계가 아닌 기업과 정부 부채가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또 자산관리상품(WMP)의 정확한 명칭은 리차이(理財)상품이다. 일부에서는 구조의 특성상 실적배당형 상품과 유사하다고 말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상업은행이 운용과 판매 주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CMA(종합자산관리계좌)와 비슷한 구조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고성장 모델을 지속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3~4%대로 유지시켜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물가상승률을 제외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금리 왜곡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었다. WMP 역시 시중금리보다 20~30bp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채권과 MMF(머니마켓펀드) 중심으로 지난 2005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했다.

국유은행의 예금 독점과 20%를 상회하는 지급준비율로 여수신 업무의 수익성에 많은 제약이 따랐던 중소형은행들은 WMP를 판매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WMP 판매를 늘리기 위해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여 기대수익률을 확대시킨 것도 지금의 불안을 키운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WMP는 70%가 채권, MMF, 주식에 투자되고 있고, 나머지 30%는 부동산, SOC(사회간접자본), 광산투자 같은 위험자산에도 노출돼 있다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탁상품도 주목해야 한다. 신탁상품의 가장 큰 불안요인은 10% 수익률 기대에 원금까지 보장되는 완전상품을 내세워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신탁상품은 대부분 자산을 정상 대출이 불가능한 기업, 부동산, SOC, 광산에 지분투자와 대출의 형식으로 투자됐다. 상품구조로만 보면 신탁상품은 담보나 연대보증 등의 원금보장에 대한 안전장치가 구비되지 않으면 발행 자체가 힘들다. 때문에 구조적으로 위험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기 싶다. 하지만 투자자산의 절대 비중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어 WMP보다 경기위축과 신용경색에 대한 위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만 8547개이며 금액으로 치면 1억2700만위안(225조9000억원)이나 된다. WMP는 위험자산의 대부분을 신탁상품에 투자한 상태다. 또 신탁사가 직·간접적으로 WMP 자산 일부를 위탁 운용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따라서 신탁사의 부실은 은행 WMP와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가질 수 있는 구조다.

중국 그림자금융의 불안은 세 가지 영역으로 살펴봐야 한다. 첫째, 문제의 핵심은 규모가 아닌 속도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추정치에 대한 오차가 존재하지만 중국 그림자금융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규모는 50% 남짓으로 판단된다. 이는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그림자금융 규모도 GDP의 100%를 넘어선다. 다만 올라가는 속도는 분명 우려할 만하다. 공식적인 집계가 가능한 WMP, 신탁자산, 민간대출은 지난 3년간 증가율이 40~70%에 육박했다. 제도권 대출과 M2(광의통화) 증가율이 10%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분명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지금으로선 중국 정부의 그림자금융 증가속도 조정은 불가피하다. 

둘째, 정상화 대안이 없는 WMP상품의 미스매칭 위험이다. WMP의 미스매칭(Mismatching)이란 투자자산과 상품 간 불일치를 의미한다. WMP 상품의 만기비중 구조 중 3개월 이하 초단기 상품 비중은 65%, 1년 미만의 단기상품 비중은 98%에 육박한다. 하지만 WMP 투자자산 중 소위 위험 투자자산이라 불리는 부동산, SOC, 광산 투자자산의 만기는 2~3년 이상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투자자산의 부실 없이도 뱅크런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경우 WMP의 주체인 은행이 지급불능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실물경기와 통화긴축에 대한 신탁상품의 건전성 훼손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사실 신탁상품 부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기존 투자 상품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 실질적인 만기 불이행으로 확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 4분기 이후 지속된 통화긴축과 실물경기 하방압력이 확대될 경우 부동산투자 프로젝트의 부실과 기업의 디폴트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투자 둔화, 내수확대로 이어질 것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일종의 성장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서방언론들은 중국 기업들의 부채비중과 과잉 유동성에 대해 과거 개발도상국의 금융위기 사례와 연결짓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외환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중앙정부의 재정건전성과 중앙은행 현금보유량, 외환보유액, 무역수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아직은 국제 기준을 뛰어넘는 건전성을 기록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 정부는 금융시스템 선진화와 자본시장 규모를 넓힐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가 채권, 주식, 자산유동화 시장의 확대로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투자 둔화는 내수 확대의 가속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대중국 수출지도 변화를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