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200만대에서 2020년 3500만대로 성장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미국, 유럽에서 중국으로 옮겨졌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들은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연간 판매수를 1억대 가량으로 전망하고 있고, 이 중 3500만대가 중국에서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 수요의 3분의 1이 중국이라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중국 자동차 판매를 결정짓는 수요의 변화를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지만 필자는 소득 수준의 향상과 정책 방향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년에 접어들면서 자동차 판매 증가율과 GDP 성장률은 전혀 따로 놀고 있다. 왜 그럴까. 통상 개발도상국 국가들은 1인당 GDP가 5000~8000달러 구간에 접어들게 되면 중산층이 확대되며 승용차 판매량이 급등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1인당 GDP 총액은 오는 2015년까지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자동차가 사회생활 속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광범위하게 보급된 현상) 구간에 속해 있으며 그 결과 소득 확대에 의한 판매증가 모멘텀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중국 자동차 수요가 전체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앞으로 5년은 인구의 76%를 차지하며 가파른 소득 증가를 보이고 있는 2~3선 도시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좌) 한 근로자가 중국 닝보길리 자동차공장에서 자동차 내부를 용접하고 있다. (우) 지난 3월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열린 ‘제8회 국제전기자동차, 이륜차 엑스포’에 참석한 사람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선보인 전기차를 구경하고 있다.
(좌) 한 근로자가 중국 닝보길리 자동차공장에서 자동차 내부를 용접하고 있다.
(우) 지난 3월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열린 ‘제8회 국제전기자동차, 이륜차 엑스포’에 참석한 사람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선보인 전기차를 구경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 합작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높아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 토종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중국 정부는 자동차산업을 조기 육성하기 위해 중외합작(中外合作) 기업과 로컬기업이란 두 개의 엔진을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북경기차 내에 중외합작 형태로 현대차와 손잡은 북경현대(BHMC), 다임러 벤츠와 손잡은 북경벤츠, 로컬기업으로는 상용차에서 포톤(Foton), 승용차에서 BAIC(북경기차)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독특한 구조는 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 기반을 마련하면서 토종브랜드 육성과 수출이라는 대전제를 위해 자본과 기술력,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 생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최초 중국정부가 원했던 구도, 즉 기술의 조기습득과 빠른 토종브랜드 성장이라는 이상적인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전개되는 면도 없지 않다. 중외합작 브랜드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워낙 높은 데다 좀처럼 기술 습득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지 브랜드는 중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 현지 브랜드 비중은 11.4% 늘어나 전체 판매의 40.3%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하락하면서 시장점유율은 더 낮아졌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은 어떤 변화를 보일까. 이와 관련해 4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성장이다. 지난해 승용차 중에서 세단 판매량 증가율은 11.8%(1201만대)에 그친 반면, CUV(크로스 유틸리티 차량)와 SUV 증가율은 각각 28%(163만대), 49.4%(299만대)에 달해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SUV의 성장은 중국의 산아제한이 풀리면서 가족의 수가 늘고, 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본격화됐다. 또 주행에 있어 지형한계의 구애를 받지 않으며, 큰 차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기호에 적합하고, 소득의 상향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SUV는 당분간 시장 성장의 중심에 자리 잡을 것 같다. 특히 이런 시장의 변화에 따라 중국 현지 브랜드인 장성기차(Greatwall)의 성장이 눈에 띈다. 

둘째는 업체 간 부익부 빈익빈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4강 4약으로 분류되던 중국의 자동차 시장 구조가 3강 3중 혹은 5강으로 재편되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중국 6개 자동차 생산그룹의 생산·판매 규모는 모두 100만대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SAIC(상하이기차)의 판매량은 507만3000대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DFM(둥풍기차)이 353만5000대, FAW(이치기차)가 290만8000대를 기록하며 3대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빅4 중 마지막이었던 창안기차는 220만3000대로 3위인 FAW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오히려 그보다 한 단계 낮은 3약 선두주자인 BAIC(북경기차)가 211만1000대로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었다. 

셋째는 중국 로컬 기업 수출의 한계다. 중국정부가 지속적으로 수출을 장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2013년 중국의 완성차 수출량은 87만2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6.4%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금융의 확대 가능성 여부다. 중국은 전체 평균 소득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상위계층의 집중적인 부(富)와 빚을 터부시하는 문화 때문인지 현금구매 비중이 전체의 85%에 달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비교적 자동차 보급에 있어 신흥국인 인도, 브라질, 러시아와 대조적인 현상이다. 단 15%만이 자동차 관련 금융을 이용하는데, 소매금융 규모는 3000억위안 (2011년 기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요사이 중국 젊은이들이 자동차 대출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중소부품 기업들, 절호의 기회 맞아
제너럴모터스, 포드, 폴크스바겐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은 최근 중국에 150만~200만대 가량의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 충칭 공장 설립에만 1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중국 내 공장 설립은 한국 부품기업들과 금융 회사들이 중국 내 진출하는 것과도 직결돼 있다. 현재 중국의 부품업체 중 가동률 70% 미만인 기업이 전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현지 기업들에는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풀이되지만 현대·기아차와의 수직계열화 라인업을 통해 십수년간 기술력을 쌓아온 국내 중소부품 기업들에는 절호의 기회다. 혹자는 중국 정부가 전기차 개발을 위해 환경에 대한 규제를 높이고 있어 지금의 내연기관 부품 기업들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전기차로의 시장 변화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중국정부는 당분간 연비와 배기가스에 무게를 둔 규제안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 현지 업체들의 낮은 기술력 때문에 오히려 한국 부품 기업들이 중국의 정책적 보호를 받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