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 블룸버그
2004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 블룸버그

“페이스북은 회원들의 정보를 보호해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 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 정말 죄송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3월 21일(현지시각) 미국 CNN방송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회원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대해 이같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후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만에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456억달러(약 49조원)가 날아갔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은 “페이스북이 10여 년 전부터 기업·기관들이 ‘유용한 애플리케이션’과 ‘맞춤 광고’ 형태로 이용자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광고 수익으로 연 수백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동안 20억명의 전 세계 회원에 대한 보안·보호 대책은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대선 기간 당시 영국 데이터 분석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서 일했던 전 직원 크리스토퍼 와일리가 “트럼프 캠프가 불법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선거 운동에 활용했다”고 고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14년 CA는 페이스북에 ‘성격 검사 애플리케이션(앱)’을 뿌리고, 이를 내려받은 27만명의 성별·거주지·직업부터 ‘친구 목록’과 ‘좋아요(like)’를 누른 콘텐츠까지 추적·분석했다. 이들의 친구까지 5000만명의 개인정보에 무제한 접근했다. ‘제3자가 만든 앱에 접속할 때 정보 제공에 동의한다’는 버튼만 누르면 각종 개인정보가 해당 기업에 제공되도록 한 페이스북 정책 때문이었다. CA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공약을 수립하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격할 개인별 맞춤형 전략을 세웠다.

기업들이 페이스북에 비용을 지불하고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자사 앱이나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은 합법이다. 하지만 이를 제3자에 판매하거나 명시하지 않은 서비스에 연동시키는 것은 페이스북 약관상 위법 행위다.


‘제2의 CA 사건’ 재발 방지 대책 내놔

페이스북은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대량의 정보에 접근한 모든 앱과 의심스러운 활동이 있는 앱에 대해 전면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앱을 통해 개인정보가 불법 활용된 회원에게는 알림을 제공할 방침이다. 회원이 최근 3개월간 앱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앱 개발자의 개인정보 접근권을 차단하기로 했다. 회원들이 페이스북에서 사용하는 앱과 해당 앱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관리를 지금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의 후속 조치와 별개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미 의회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관련 규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의 에이미 클로부차 미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이번 사건을 통해 페이스북이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도 “인터넷 광고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미 CNBC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