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정정불안 영향으로 한때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사진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사진 A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정정불안 영향으로 한때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사진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사진 A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이 유럽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원내 다수당인 포퓰리즘 정당(오성운동 및 동맹당)이 충돌했는데, 국민들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해 온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는 이탈리아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해 몇 달 내 다시 총선을 치를 경우, 총선 자체보다도 사실상 EU 탈퇴에 대한 찬반 투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는 “다가오는 총선은 정치적 선거가 아니라 자유를 원하는 시민(반EU)과 노예로 살기를 원하는 시민(친EU) 간의 국민투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이 EU 탈퇴를 선언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안겨준 바 있지만, 이탈리아의 EU 탈퇴는 그보다 더욱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는 EU에 가입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유로화를 통화로 쓰는 유로존 국가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자국 통화를 쓴다.

유로존 국가 중에서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는 세 번째로 크다. 이탈리아가 EU를 탈퇴하고 유로화를 쓰지 않기로 하면 EU 경제 공동체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포퓰리즘 정당이 정권을 잡게 되면서 이탈리아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성운동 등 포퓰리즘 정당은 기본소득 지급 등 연간 1000억유로(약 125조원)에 달하는 선심성 공약을 약속했다. 이탈리아 국가 채무는 2조8381억달러(약 3071조원)에 달해 한 해 이자 비용만 100조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여기에 포퓰리즘 경제 정책이 더해지면서 이탈리아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국가 파산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그리스를 살리는 구제금융에 2500억유로(약 312조원)가 투입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탈리아가 쓰러졌을 때 되살리기 위해 EU가 감당해야 할 액수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정정 불안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고 있다. 5월 29일에는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장중 연 3.388%까지 오르기도 했다. 201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주요국 증시도 금융주를 중심으로 타격을 받았다.

다만 이탈리아 정치권이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물밑 접촉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사태가 봉합될 가능성도 있다. 카를로 코타렐리 이탈리아 임시 총리는 5월 30일 새 정부를 구성할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났다”고 말해 시장의 우려를 완화시켰다.

스위스투자은행 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폴 도너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렉시트(Italexit·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공포감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심호흡을 하고 침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