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견 시장에도 도입된 강아지만을 위한 요가인 도가(Doga) 서비스 시장도 일본에서는 보다 전문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가(Doga)는 도그(Dog)와 요가(Yoga)가 합쳐진 신조어다.

일본은 과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이혼율을 자랑하던 국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20여년간의 이혼율은 과거 통계자료가 무색할 정도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일본 후생성 자료에 의하면 2010년 한해 동안 결혼했던 70만8000커플 중 25만3353커플이 이혼 신청을 했고, 2009년의 이혼율은 50년 전에 비해 3.9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출산율 또한 바닥까지 곤두박질쳤고, 같은 기간에 벌어진 흥미로운 현상은 반려동물, 즉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이들 가정의 중심으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15세 미만 아동 및 유아의 인구는 1660만명인 데 반해, 반려동물의 개체수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2200만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총무성이 발표한 2008년 자료에 따르면 15세 미만 아동인구는 28년 연속 감소한 반면 애완견과 애완용 고양이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어 가정에서 애완동물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아동·유아는 1660만명, 반려동물은 2200만 육박

과연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인생의 반려자와 자녀들을 포기하고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이는 낳지 않는 대신 애완동물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비단 일본만의 일은 아니다. 일본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트렌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앞날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전문 금융투자가의 관점에서는 사회·경제적인 트렌드를 포착하고, 통상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경제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주요 성공 포인트 중 하나다. 일본의 반려동물 이슈에 대해 좀더 깊숙이 들어가 보자.

사실 일본의 가구당 반려동물 개체수는 세계 최다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그들의 반려동물에게 쏟는 정성과 금전적인 투자는 주변국들의 동물 애호가들조차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예를 들면 일본의 애완견들에게는 그들만의 방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며, 명품브랜드인 에르메스, 구찌, 샤넬 등의 로고가 박힌 값비싼 옷을 입은 애완견들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일본인들이 비좁은 집에서 최소한의 공간을 활용하며 사는 데다, 일본의 전반적인 명품 소비가 최근 10년간 크게 성장하지 않은 것에 비하면 일본의 애완견들은 가히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애완견의 소비물품 종류는 비단 옷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보석과 선글라스, 기저귀 등에 이르는 데다 그 가격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같은 품목의 가격을 넘어설 정도다. 이미 도쿄의 일부 지역에서는 유아복을 파는 가게를 찾는 것보다 애완동물들의 의류숍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지경이 됐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애완동물을 위한 호텔, 스파, 요가 센터 등이 속속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애완견 사업 관련 회사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자. JR 서일본이라는 철도회사의 자회사인 JR 후룰루는 애완동물 호텔, 애견 미용실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이 회사가 탄생하게 된 비화는 애완동물들이 일본인들의 일상으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JR 서일본 내의 직원들 중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 개를 맡길 장소가 없어 곤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내에서 동호회 형태로 시작된 것이 사내 벤처로 발전했고, 그것이 그룹 내 자회사로까지 성장하게 된 것이다.

국내 애견 시장에도 도입된 강아지만을 위한 요가인 도가(Doga) 서비스 시장도 일본에서는 보다 전문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가(Doga)는 도그(Dog)와 요가(Yoga)가 합쳐진 신조어로, 강아지와 사람이 함께 요가를 하거나 강아지에게 전문 요가 강사가 마사지를 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가 서비스의 확산은 갈수록 핵가족화 되어 가는 일본인들의 사회구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족들과의 유대감이나 친밀감을 점점 잃어가는 일본인들에게 애완동물들과의 적극적인 취미활동 공유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사람보다 강아지 편의 내세운 인테리어용품 인기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애견들의 럭셔리한 일상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특이한 현상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선택적 소비는 이러한 해외토픽 성향의 단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구조적인 변화(structural change) 범주에 들어선다고 볼 수 있다. 애완동물 관련시장(Pet Care Industry)은 상당히 포괄적인 시장으로 성장했다. 일반 식품산업, 의료산업, 재활용 및 폐기물 처리 산업, 뷰티 및 건강 산업, 개체 번식 및 분양 산업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시장이 애견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일본 내 애견 산업은 연간 매출 기준 1조엔 규모의 무시할 수 없는 대형 시장이다.

가족 내 부부나 아이들만큼 애완동물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애완견의 고령화와 건강 문제도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 애완동물식품제조사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6%의 가정에서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이들 중 70%의 개와 90%의 고양이가 실내에서 키워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애완동물의 실내 거주는 일본의 촘촘한 인구밀도와 부동산 수급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이켄공업이란 일본 기업을 살펴보자. 이 기업은 친환경적인 건설 및 인테리어 업체로서 완러브라는 상품명으로 마루소재를 판매해 큰 성공을 거둔 업체다. 완러브 상품은 개가 실내에서 걷기 쉬운 소재로 제작되며 추가적으로 개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특수 도장을 한다. 재미있는 점은 딱딱한 표면이 애완견의 신체에 무리를 준다고 하여, 애완견에 부담이 되지 않는 특수 소재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사람보다 강아지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이 회사는 추가적으로 애완견 층간소음을 방지하는 제품도 출시했다고 한다.

애완동물들의 기대수명 증가도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개의 평균 수명은 1985년의 7.6년에서 2003년 15년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의학에서는 대략적으로 인간의 7년을 개의 1년과 동일시한다. 따라서 현재 개들은 인간수명 기준으로 100년의 기대수명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본인들의 평균 기대수명인 83세를 훌쩍 뛰어넘는다.

또한 일본 애완동물식품제조사협회에 따르면 20대 가장 가정과 60대 이상 가장 가정이 전체 애완동물 소유 가정의 50%를 차지한다고 한다. 결혼이 늦어지는 현상과, 전반적인 고령화에 의해 애완동물의 소유 가정 분포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30대와 40대는 부양가족에 따른 경제적 소비로 인해 애완동물을 소유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따라서 청년층과 노년층의 반려동물과의 장기적인 관계가 현재 일본 가정 형태 변화의 이슈 중 하나다.

뚜렷한 일본의 애완동물 시장 팽창으로 세계적인 애완동물 관련 기업들도 이미 일본에 앞다퉈 진출했다. 마스터푸드사(Master Foods, 대표상품: 페디그리(Pedigree)·시저(Caesar)·칼칸(KalKan)), 네슬레 프리나(Nestle Prina, 대표상품: 프리스키(Friskies)·몽테이트(Monpteit)) 등 국제적 대형 기업들이 서둘러 일본의 애완동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스터푸드사는 이미 1969년에 일본시장에 진출했고, 네슬레사 역시 1970년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의 애완동물 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이벤트성의 단발적 변화가 아니며, 사회 경제적인 이유가 있는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일본의 고령화 및 출산율 저하의 인구학적 변화에서 기인하는 이유 있는 변화다.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애완동물들의 급증 현상은 일본뿐만이 아닌 한국을 포함한 전 인류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른다.

일본 가정의 26%가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이들 중 70%의 개와 90%의 고양이가 실내에서 키워지고 있다고 한다. 애완동물의 실내 거주는 일본의 촘촘한 인구밀도와 부동산 수급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니엘 김 블랙크래인캐피털 대표
다니엘 김(Daniel Kim) 대표는 미국 코넬대에서 산업공학 학사, 금융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펀드 매니저다. 현재 시애틀 소재 헤지펀드인 블랙크래인캐피털(Blackcrane Capital)의 창립자 및 CIO이며, 4조원 가량을 운용하던 매스텀어셋매니지먼트(Mastholm Asset Management)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