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본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기록했고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일본 투자가 생소한 면이 있다. 현재 한국에서 일본 주식 투자 및 펀드 투자는 진입 장벽이 높으며, 수익성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러 견해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로 살펴보면, 일본 주식시장의 잣대인 토픽스지수(TOPIX:Tokyo Stock Price Index)는 199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연평균 수익률 -1.96%를 기록했다. 이는 평균적으로 20여년간 매년 투자자들에게 2%에 달하는 투자손실을 줬던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토픽스 지수는 이 기간 동안 15번의 헤드페이크(Head Fake:금융 시장에서 지수 및 금융자산 가격이 초기에는 한쪽으로의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다, 마지막엔 시작했던 반대 방향으로 끝이 나는 모습을 말함)를 보여 주었는데, 이로 인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일본 시장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배신감으로 바뀐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축적된 이유들이 기관투자자들이나 개인투자자들에게 선진국 주식 중 일본 주식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명백한 이유가 되고 있다.

일본은 초대형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태 등 국가 재난을 겪은 뒤 신속하게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3월11일 대지진 발생 당시의 모습.
일본은 초대형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태 등 국가 재난을 겪은 뒤 신속하게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3월11일 대지진 발생 당시의 모습.
대지진·방사능 누출·엔화 초강세, 경제 위기와 자연재해 겹쳐

일본 주식시장의 부진과 펀드 매니저들의 장기적인 일본 주식시장 외면을 감안했을 때, 올해 초 부각됐던 일본 경제의 회복신호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일본 경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폭발적인 경기부양 외에도 일본의 정치적인 개혁의지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극우 논란에 휩싸인 아베 신조 총리와 그의 ‘아베노믹스’는 궁극적으로 일본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일본의 정치·경제를 정상적인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지난 2012년 11월부터 현재까지 토픽스 지수는 이미 60% 상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시장 투자로 인해 시장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익을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일본 주식은 과연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들에게는 일본 주가지수가 높은 수준인 현재가 투자 적기 시점인지가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은 1650년에 영국 시인 겸 철학자 로버트 헨릭과 1980년대의 에어로빅으로 몸매를 유지했던 섹스심벌 제인 폰다의 어록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No pain, No gain’. 로버트 헨릭과 제인 폰다는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해서만 인간의 능력치가 진정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보면 일본은 세계가 공감할 만한 심각한 국가적인 고통과 재난을 겪었다. 2011년 3월11일, 토호쿠 현의 동쪽 해안으로 가공할 만한 위력의 쓰나미가 덮쳤다. 이때 관측된 지진은 리히터 규모 9였다.
우리나라가 겪었던 1978년 홍천 지진은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를 냈음에도 당시 지진이 리히터 규모 5였으니, 2011년 일본 대지진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이 가공할 만한 재난은 단순한 지진으로 끝난 것이 아니며,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파괴 및 핵물질 유출로 이어지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곧바로 ‘국제 핵 관련 사건 스케일(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의 레벨 7로 기록됐고, 이는 1986년의 체르노빌 사태 이후 최대 규모다. 이 재난으로 국가의 주요 산업 제조 시설들이 운영 불가 상태가 됐고, 일본 전기 전력 협회에 따르면 전국 전력 공급의 27%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엔화는 지속적으로 초강세를 보였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에게 엔화를 포기하고, 달러나 유로 등의 안전 통화로 갈아타려는 것이 엔고의 이유였다. 유로존의 신용경색 및 유로존 국가들의 연이은 실족으로 유로에 대한 안전성도 약화됐지만, 상대적인 비교로 인해 엔화의 고공행진은 멈춰지질 않았다. 엔고는 수출 집약적인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에게 크나큰 기회였으며, 자동차·전자제품 등 세계 경제 전선에서 피나는 경쟁을 해왔던 우리 기업들에게는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일본은 이 시기에 61번째와 62번째 총리가 연이은 스캔들과 20%대까지 떨어진 지지도 하락으로 자진 사퇴를 하게 된다. 일본은 종합적으로 정치·경제적인 총체적 난국에 접어들게 된다.

일본은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근본적이며 심각한 문제들에 대응했을까. 일본이 단기적으로 재난에 성공적으로 대응했으며, 경제가 부양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우리나라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이슈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북한 리스크가 존재하며, 국내의 정치세력 간 대립이 심하며, 국제 정세에 민감한 수출집약적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디플레이션을 인플레이션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디플레이션을 인플레이션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 3.4% 추정

일본은 재난을 직면한 직후, 전 국가적으로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이는 단거리 육상선수들이 출발을 알리는 총성을 듣기 직전 발 지지대에 발을 얹고 조용히 도착점을 응시하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는 전 국민과 국가 기관이 힘을 응집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이재민들에 대해 일사불란한 지원 및 사태를 수습하며 출발을 기다렸다.

어느 정도 수습이 이뤄지자, 일본 경제는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인프라 재건에 주력했고, 이 모든 것을 무서운 속도로 진행했다. 골인 지점에 들어온 육상선수처럼 짧은 시간 내에 산업 생산이 복구됐고, 사회기반 시설들이 확충된 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혹독히 절감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일본 경제를 튼튼히 준비시켰고, 이러한 신속하고 강렬한 준비과정은 올해 발생했던 일본 경제의 약진을 설명해 준다.

2012년 4분기에는 마침내 미국 경제가 정상화되는 사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주택시장의 회복은 이러한 경기 회복의 결정적인 증거였으며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차 양적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여, 달러 가치의 현상 유지 혹은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에 대응해 일본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게 된다. 아베 총리는 달러를 무제한적으로 푸는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에 맞서 그만의 엔화 유통량 증가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며 아베노믹스의 기본 구조를 설계하게 된다. 아베의 자민당은 지난 7월 상원의석의 71석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며, 기존의 59석을 포함해 총 130석으로 늘었다. 이로써 122석 이상이 필요한 상원의회 장악에 성공했다.

현재 일본의 상원, 하원 모두 아베와 자민당의 영향 아래 있게 됐으며, 정치적으로 한동안 부재했던 강력한 통치력과 신속한 안건 결정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일본에서는 과반수 의석을 가진 정당은 헌법 개정이 가능하다.

비록 아베의 자민당이 과반 의석은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장기간 지속되어 온 정치적 교착상태에서는 벗어난 모습이다. 아베와 그의 정당의 힘이 강해지며 일본을 결집시켜 나가는 모습을 주변국들은 우려의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으며, 아베의 리더십은 자위대 문제, 과거사 문제 등의 사안들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정치적인 안정과 정부의 장악력이 순조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엔·달러 환율은 불과 몇 개월 만에 77엔에서 100엔까지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올해 2분기 일본의 경제 성장률 예상치는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든 3.4%를 기록했고, 각종 자산가치가 상증한 데다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은 안정화 양상에 들어섰다.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디플레이션을 인플레이션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아베 총리는 달러를 무제한적으로 푸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완화에 맞서 그만의 엔화 유통량 증가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며 아베노믹스의 기본 구조를 설계하게 된다.
아베 총리는 달러를 무제한적으로 푸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완화에 맞서 그만의 엔화 유통량 증가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며 아베노믹스의 기본 구조를 설계하게 된다.


일본 주식 상승여력 충분

다시 일본 주식시장을 살펴보자. 디플레이션 해결 등을 통해 일본 경제 기반이 강화되며 열도가 환호할 때, 같은 시기 일본 주식은 60% 급등했다. 과연 세계 각지의 일본 투자자들과 일본 기업들은 이러한 유례 없는 급등장에서 수익을 냈을까. 불행히도 갑작스런 주식 랠리는 투자자들에게 탑승권을 살 기회조차 주질 못했다. 장기적인 디플레이션 경제에서는 현금보유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수익률 기준으로 가장 좋은 전략이었다.

따라서 일본 기업들은 올해 1분기까지 1년 전 대비 현금보유율을 5.8% 확대했고, 그 규모는 총 225조엔으로 이는 사상 최대치였다. 저축을 잘하기로 유명한 일본 가계경제는 656조엔이라는 천문학적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막대한 규모의 현금보유는 최근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다면, 현금보유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손실을 입히고 있는 것이었다. 도쿄 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 300조엔과 위의 숫자를 비교해 본다면, 일본 주식시장이 가계경제와 기업들의 개입 없이 급등장을 맞이했고, 만일 가계경제와 기업들의 주식투자 참여를 가정하면 일본 주식시장은 현재까지의 상승이 무색할 정도의 상승여력을 가지게 된다. 참고로 전체 일본 주식시장의 주식 절반이 액면가의 절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어떤 시장의 랠리도 저항 없이 지속될 수는 없다. 현재 일본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세수확보의 대폭인상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그 시점은 언제인가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진행 중이다. 과도한 소비와 경제 과열에는 누군가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하기 마련이다. 아베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섬세한 조율과 집행의 묘를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세금이 과도하게 집행된다면, 이는 직접적으로 가계 소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 막 이륙한 일본 경제호는 항로에 안착하기 이전에 추락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국가 지급능력(solvency)이 타격을 입으며, 채권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될 것이다. 이는 일본의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너무도 당연한 시나리오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구조적인 경제 개혁의 약속과 경제에 실질적인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입해 개입 없이 일본 경제가 스스로 운항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될 때 비로소 세금확대를 모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20년 이상의 경제 실패와 디플레이션, 그리고 천재지변을 겪은 일본인들은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결연해 보인다. 1946년 전후 일본의 역사를 되짚어보자. 2차 대전 패망 직후 1946년부터 일본 토픽스지수는 연평균 14%씩 향후 25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25년간 1284%의 수익률로 환산되며, 실질경제는 1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현재 일본 주식의 상승여력은 충분해 보이며,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그 성장에서 큰 수익을 내려면 지금이 바로 일본 주식을 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