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외환 보유고 업고 금 매입 시기 저울질 … 사재기 땐 국제 금값 폭등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0년 3월 현재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2조4470억8400만달러다. 4월 이후 통계는 7월 중순 현재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부동의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 7월7일 홈페이지에 올린 ‘중국의 외환관리 정책 문답’을 통해 뜬금없이 “중국은 외환 보유고를 외국을 겨냥한 총의 방아쇠나 원자무기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책임 있는 장기 투자자로서 엄격한 시장의 법칙과 관련 국가의 법률에 따라 외환 보유고를 운용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2조5000억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외환 보유고를 외국에 대한 총의 방아쇠나 핵무기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중국 외교부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2조5000억달러에 가까운 외환 보유고 가운데 2010년 5월 현재 8677억달러 정도를 미국의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는 2위인 일본의 7867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이 외환 보유고를 미국의 국채 형태로 보유하는 수단을 통해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안보를 좌지우지하는 국가로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제정치 현장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해 2월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을 중국으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당시 중국을 방문한 클린턴 장관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만나 “중국이 지속적으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부탁했고,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는 “어떻든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베이징 외교가의 화제가 됐다. 클린턴 장관은 당시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동주공제(同舟共濟: 함께 배를 타고 건넌다는 뜻)”로 표현했으며, 중국은 막대한 외환 보유고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세계의 안보를 책임지는 미국과 한 배를 탔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지난 3월26일 밤에 피격 침몰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이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서해로 들여보내 한미합동훈련을 실시하려다가 중국의 반대로 조지 워싱턴호는 동해상의 훈련에만 참가하기로 한 속사정에도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가 자리 잡고 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2조5000억달러라는 엄청난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수단 가운데 특이한 점은, 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미국 CNBC 방송이 지난 6월 초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 은행의 수치를 인용해서 보도한 데 따르면, 중국의 외환 보유고 가운데 금 보유 비율은 불과 1.6%로, 미국의 70%나 독일의 66%에 비해 엄청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이 이처럼 금 보유 비율을 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미국의 투자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머징머니 닷컴(EmergingMoney.com)의 설립자인 팀 세이머(Tim Seymour)는 “미친 짓(Crazy)”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 가운데 금 보유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점, 그리고 국제적인 투자 분석가들이 중국의 그런 면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는 흐름들이 최근 국제적인 금값 인상의 주요한 원인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WGC(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2010년 6월18일 국제 금값은 1온스에 1262달러라는 최고기록을 세웠으며, 국제적인 금값의 지속적인 상승의 배경에는 중국이 지난 5년간 금을 사들이는 비율을 연평균 13%로 높이고 있는 데다가, 앞으로 10년간 중국의 금 매입이 현재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커다란 힘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지나간 역사의 기간 동안 중국을 ‘황금의 나라’로 보았는지 모르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실제로는 금보다는 은을 중시해온 나라다. 은행(銀行)이라는 말의 근원이, 중국이 자기네 땅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은을 주로 멕시코에서 수입해서 화폐로 사용한 데서 출발한 말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은 돈을 받는다는 말을, 우리가 ‘수금(收金)한다’고 하는 것과는 달리 ‘수은(收銀)한다’고 표현하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백화점이나 상점에서도 우리와는 달리 ‘수은대(收銀臺·Cashier)’가 여기저기에 설치돼있다. 남송(南宋) 때는 은본위제 지폐인 은표(銀票)를 발행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금의 나라’라기보다는 ‘은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이 앞으로 국제시장에서 금을 얼마나 사들이느냐 하는 점은 국제경제계와 전 세계 투자자들의 큰 관심거리가 됐다.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부행장으로, 외환관리국장을 겸하고 있는 이왕(易網)은 “2009년 말 현재 중국의 황금 보유량은 1054톤으로 세계 5위의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황금 보유량 1054톤은 “중국이 국제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근 몇 년간 400톤 정도를 사들인 결과”라고 말하고 “중국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황금의 양은 약 3000톤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아울러 밝혔다.

물론 국제적인 금값 폭등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2008년 10월에 시작된 미국발 금융 위기 이래 미국 재정부가 취하고 있는 낮은 이자율 정책과, 유럽의 재정 위기가 가져온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다. 그런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의 흐름이 계속되는 가운데 2조5000억달러의 외환 보유고를 지닌 중국이 지나치게 낮은 금 보유 비율을 높이려 들 경우 국제 금 시장에서의 가격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한 사태로, 현재로서는 그 시점이 커다란 관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1온스에 1200달러 수준인 국제 금값은 앞으로 1400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상인(商人: 商나라 사람)의 후예들인 중국인들이 덮어놓고 국제시장에서 금을 사들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자연스러울 것이다. 현재 가격이 여러 가지 바람을 타고 잔뜩 부풀려진 가격일지도 모르는데 덮어놓고 사들였다가 국제시장에서 금값이 폭락하기라도 한다면 금을 사들인 책임자들의 목이 안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금을 매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책임지는 기구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감독위원회, 증권감독위원회 등 3개의 기구다. 인민은행 상하이총부의 금융시장관리부 왕전잉 부주임은 최근 중국 관영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국제 금 시장에 대한 중국의 정책은 중국의 인민폐를 국제화하는 정책의 연장선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말하고 “인민폐를 국제화하기 위해 중국이 선택해야 하는 금융 상품 가운데 가장 적합한 상품이 금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왕전잉의 말이 당장 중국이 국제 금 시장에서 금을 사들인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평소 중국인들의 상행위 습관을 보더라도 중국은 국제 금 시장의 변동 추이를 장기간 관찰하는 작업을 먼저 시작하고, 국제 금 시장의 가격이 자신들의 판단에 적절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때에 금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들은 항상 돈이 안 드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이라는 요소에 관한한 세계 어느 나라 상인들보다 잘 활용한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명백한 것은 중국이 현재의 엄청난 외환 보유고로 금을 사들이기 시작할 경우 금은 중국이 세계를 움직이는 또 다른 주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