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앞줄 가운데)가 지난 3월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율로 국가주석에 선출됐다. 왼쪽은 후진타오 전 주석, 오른쪽은 리커창 총리.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앞줄 가운데)가 지난 3월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율로 국가주석에 선출됐다. 왼쪽은 후진타오 전 주석, 오른쪽은 리커창 총리.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는 지난 3월16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제출한 국무원 인사안을 통과시켰다. 전인대는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돼 당권을 장악한 시진핑(習近平·60)을 국가원수인 국가주석으로 선출하고, 리커창(李克强·58)을 행정부인 국무원을 지휘하는 총리로 선출했다. 이로써 중국은 제5세대 지도부인 시·리(習·李) 체제의 골격을 완성했다. 1949년 10월1일 수립된 중화인민공화국은 마오쩌둥(毛澤東·1976년 사망)을 제1세대 핵심으로, 덩샤오핑(鄧小平·1997년 사망)을 제2세대 핵심으로, 장쩌민(江澤民·87)과 후진타오(胡錦濤·71)를 각각 제3세대와 제4세대 핵심 지도자로 내세워 국가 운영을 해왔다.

새로 구성된 시·리 체제에서 경제에 관한 지휘 책임은 리커창 총리에게 맡겨졌다. 리커창 총리를 보좌할 4명의 부총리에는 장가오리(張高麗·67), 류옌둥(劉延東·68·여), 왕양(汪洋·58), 마카이(馬凱·67)가 선임됐다. 이 가운데 수석 부총리인 장가오리는 타이완(臺灣) 건너편의 푸젠(福建)성 출신으로, 샤먼(厦門)대학 경제학과에서 계획통계를 전공하고 20대 때부터 석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에너지 전문가다. 개혁개방의 1번지인 선전(深)경제특구 당서기, 광둥(廣東), 산둥(山東)성 성장과 톈진(天津)시 당서기를 거쳐 지난해 제18차 당대회에서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출된 데 이어 이번에 수석 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모두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공공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함으로써 톈진시의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은 점에서 점수를 땄다고 한다.

지난 2월25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중국 특사로 서울에 왔던 류옌둥 부총리는 사회 통합을 책임지는 통일전선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왕양 부총리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와 같은 고향인 안후이(安徽)성 출신으로, 가난해서 고교 진학도 못하고 식품 공장 노동자로 시작해, 당간부 교육 기관인 당교(黨校)에서 정치이론을 공부함으로써 대학과정을 마치고, 38세 때 안후이성 부성장에 오른 다음 중국 과기대(科技大)에 진학해 공학석사를 획득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국가발전계획위원회 부주임을 거쳐 50세에 인구 3000만의 충칭(重慶)시 당서기, 52세에 광둥(廣東)성 당서기를 역임하고 이번에 부총리로 발탁됐다. 후진타오와 마찬가지로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활동을 통해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지난해 당대회 때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상무위원의 수가 9명에서 7명으로 줄어들면서 탈락했다.

왕양 부총리는 광둥성 당서기 시절 더욱 빠른 경제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광둥모델’을 확립해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중국 안팎에 널리 알려졌다. 그의 부총리 기용은 중국경제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빠른 경제 발전을 추구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왕양은 58세라는 나이 때문에 4년 후 2017년 제19차 당대회 때는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장가오리 중국 수석부총리(왼쪽)와 왕양 부총리는 리커창 총리를 보좌해 중국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인물이다.
장가오리 중국 수석부총리(왼쪽)와 왕양 부총리는 리커창 총리를 보좌해 중국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인물이다.

마카이 부총리, 민간 - 국유 비율 조정이 숙제
마카이 부총리는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上海) 출신으로 인민대학 정치경제학과에서 경제학 석사를 딴 경제계획 전문가다. 수도 베이징(北京)시 물가국 국장,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국무위원을 거쳐 이번에 부총리로 선임됐다. 거시 경제와 경제발전 계획을 담당할 것으로 전해진다. 인구의 노령화에 따라 노동비용 상승이 빨라지고 있는 중국 경제에서 개혁의 속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민영기업과 국유기업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가 하는 커다란 문제들이 그의 숙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4명의 부총리와 함께 리커창 총리를 보좌할 5명의 국무위원으로는 양징(楊晶·60·몽고족), 창완취안(常萬全·64), 양제츠(楊潔·63), 궈성쿤(郭聲琨·59), 왕융(王勇·58)이 임명됐다. 이 가운데 양징 국무위원은 몽고족으로 소수민족 통합 문제를 담당할 전망이다. 육군 상장인 창완취안은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 양제츠 전 외교부장은 외교 담당 국무위원 역할이 각각 맡겨졌다.

신임 공안부장 겸 국무위원이 된 궈성쿤은 베이징 과기대학에서 경영관리학 박사를 획득한 교수 출신으로, 야금과 유색금속(비철금속) 업계에서 성장해서 중국알미늄공사 사장 출신의 특이한 커리어를 가진 공안부장이다. 국유기업감독위원회 주석과 중국 알미늄주식회사 회장을 거쳐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당서기를 맡고 있다가 이번에 그의 경력과는 달리 공안부장(장관) 겸 국무위원으로 발탁됐다. 경제에 밝은 공안부장을 임명해서 외국에 악명이 높은 공안부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는 개혁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얼굴의 국무위원 왕융은 하얼빈공대 공학석사 출신으로, 항공우주 개발사업 분야에서 일하다가 국유자산 감독 관리 위원회 주임을 거쳐 이번에 국무위원으로 발탁됐다. 그에게는 항공우주 개발 사업이 맡겨질 것으로 판단된다.

5~10년간 중국 국가 목표는 ‘경제중국’
국무원의 장관급 인사 가운데 신임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에 발탁된 쉬사오스(徐紹史·62)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하고 광물자원 개발 분야에서 성장한 인물로 원자바오 총리 밑에서 국토자원부 부장(장관)을 지내다가 이번에 경제 개혁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으로 발탁됐다. 그의 경력으로 보아 원자바오 전 총리가 그를 지속적인 경제 개혁 임무를 맡도록 강력히 추천한 것으로 관측된다. 후임 국토자원부 부장에는 장다밍(姜大明·60) 전 산둥성 성장이 임명됐다. 장다밍 부장은 산둥성장 시절 한국에 많은 지인을 갖게 된 인물이다.

경제계획 전문가인 마카이 중국 부총리(왼쪽). 10년간 재직해 교체가 유력했으나 유임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경제계획 전문가인 마카이 중국 부총리(왼쪽). 10년간 재직해 교체가 유력했으나 유임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이번 국무원 장관급 인선에서 가장 파격적인 선택은 저우샤오촨(周小川·65) 인민은행장의 유임이다. 저우샤오촨은 지난 2002년부터 10년 동안 인민은행장을 맡아왔기 때문에, 장관급의 임기는 5년 임기를 한번 중임할 수 있게 한다는 중국 당과 정부의 인사 원칙을 처음으로 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지난해 11월의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 명단에서 빠짐으로써 인민은행장의 교체가 확실시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가 명석하고, 해외에 지명도가 높으며, 개혁 의식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아 유임된 것으로 전해진다. 별명이 ‘미스터 런민비(人民幣)’로 해외에서 통하는 인물로, 저우샤오촨의 중앙은행 행장 유임은 리커창 총리가 중국 통화정책의 계속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선택한 카드로 분석된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의 유임, 왕양 부총리의 발탁,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상징적 인물 마카이의 부총리 발탁, 경제를 잘 아는 궈성쿤 공안부장의 선택 등은 시진핑·리커창의 제5세대 지도부가 앞으로 달려가려는 방향이 ‘변함없고, 지속적이면서도 빠른 경제발전’임을 말해준다. 새로 등장한 인물들의 면면이 대부분 경제를 잘 이해하는 인물들로, 이들을 요직에 배치한 점은 푸젠, 저장(浙江), 상하이(上海)시의 경제 발전을 선도하던 시진핑이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에, 농업 중심지 허난(河南)성과 공업 중심지 랴오닝(遼寧)성에서 경제 발전 문제점 해결을 공부했다는 리커창의 총리 선임과 함께 앞으로 5~10년의 중국의 국가 목표가 ‘경제중국’인 것으로 확인됐음을 말해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