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공헌은 이제 필수과제다. CSR(사회적 기업갅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전담부서 설치가 붐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주도권은 거대기업에 한정된다. 중소기업으로선 그럴만한 여유도 능력도 없다. 와중에 사회공헌으로 이름을 떨친 중소기업이 있어 화제다. 회사이념 ∙ 환경 자체가 철저히 사회공헌을 추구한다. 여기에 동의 ∙ 공유하는 임직원의 자발성 덕분에 직원만족도는 최고수준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세이카츠노키(生活の木)’다. 아로마 관련 브랜드의 기초를 닦은 일본 최대 메이커로 1978년부터 허브 ∙ 아로마테라피 ∙ 유기농화장품 등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전문회사다. 허브 등 직접원료는 수입하지만 자체적인 개발 ∙ 생산 ∙ 판매하는 일관시스템을 갖춘 회사로는 세계유일이다. 현재 약 2500개 아이템의 상품을 컨트롤한다. 모두 8개 업태의 직영전문점을 운영 중인데 직영점 100개와 제휴점포 180개 등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했다. 원료는 35개국에서 300개 품종을 직접 수입한다. 스리랑카에선 호텔도 운영한다. 비약적이진 않아도 성장세는 꾸준하다. 연 10% 내외의 성장은 내수불황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매출액은 10년간 4배 늘어났다. 매출은 56억 엔대를 기록 중이다(2008년 8월 기준).

사회공헌하는 사업모델이 특징

세이카츠노키가 유명해진 계기는 2010년 발표된 사원만족도 조사결과 1위에 랭크되면서부터다. 2010년 ‘WBS’의 사원만족도조사 수도권(간토)지역 1위로 집계된 데 이어 ‘링크앤모티베이션’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원만족도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 ‘세계 No.1 배려기업’이란 슬로건다운 화려한 수상경력이다. 직원급여를 인상하는 등 복리후생에도 적극적이다. 사원성장에 발맞춘 다양한 복리후생과 연수제도를 갖춘 건 물론이다. 



임직원은 회사의 사회공헌을 공유하며 또 주도한다. 여기에 반해 입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자료를 보면 NPO ∙ NGO 등에 흥미를 갖고 회사가 추진 중인 해외와의 공정무역에 지지도가 높다. 인재육성도 사회공헌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때문에 중소기업으로선 드물게 교육 전담부서를 갖췄다. 환경부하를 경감시키는 비즈니스답게 환경을 배려하는 다양한 활동이 돋보인다.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문화와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란 게 CEO 설명이다. 최고수준의 사원만족도는 결국 높은 고객만족도로 이어진다. 그만큼 고객호평이 자자하다. 회사제품을 오랫동안 써오다 아예 입사한 직원도 적잖다. 주력고객인 2030 여성에겐 이미 유명기업이다. 



회사는 슬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 실천한다. 효율과 속도경쟁을 강조하는 지금이야말로 여유롭게 천천히 쉬는 시간을 보내는 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는 여유 ∙ 휴식 ∙ 풍부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회사미션은 모두 3가지다. 우선 식물이 주는 자연축복으로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다. 한 발 나아가 세계의 자연축복을 활용해 세계에 치유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둘째다. 마지막은 자연축복이 고갈되지 않도록 자연환경을 소중히 하는 것이다. 결국 회사의 존립기반일 수 있는 자연축복을 보호 ∙ 재생하는 건 일종의 의무에 가깝다. 리사이클에 열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로마 오일을 넣은 병의 경우 오일을 다 쓴 뒤 빈 병을 각 점포에서 회수해 재활용한다. 약초농원에선 병설 레스토랑과 인근가정 ∙ 보육원등에서 나온 음식쓰레기를 재가공해 허브비료로 사용한다. 사무실 쓰레기의 재활용도 예외가 없다. 사내에서 나오는 방대한 사무폐지를 압축해 상품발송용 종이박스로 사용한다.



환경은혜에 대한 보답은 경비절감보다 의식공유가 우선이다. 자원재활용 등이 결국 경비절감에 도움은 되지만 이는 결과론에 불과하단 입장이다. 환경을 배려하는 비즈니스의 성공열쇠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사원과 대화로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비절감을 우선했을 경우 동료사원을 설득하지 못할 수 있다. 자연보호와 경비절감이 충돌할 수 있어서다. 오히려 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마인드가 더 일반적이다. 사원들도 회사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기보단 지구환경을 지키는 데 더 적극적이란 데 공감한다. 일례로 세계를 무대로 한 나무심기 활동이 그렇다. 상품원료인 초목의 벌채를 넘어 식목함으로써 자연축복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또 공장에서의 사용전력은 그린에너지로 대체 중이다. 풍력과 바이오매스에 의한 발전전력을 상시업무에 사용해 자연환경에 적으나마 기여하고자 위함이다. 또 일상생활 속에서 1인 1일 1㎏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실천운동도 전개 중이다. 이 밖에 공장 ∙ 물류센터에 허브정원을 꾸며 근무환경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높은 직원만족도는 돈의 힘이 아니다. 임금수준은 일본평균치에 가깝다. 대졸(20만8400엔)과 전문대졸(18만8500엔) 모두 그렇다(2009년). 월급만 놓고 보면 매력은 ‘별로’다. 그런데도 입사를 원하는 젊은이가 셀 수 없이 많다. 매년 10명 안팎을 뽑는데 경쟁률이 엄청나다. 2011년 채용된 7명은 무려 380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입사했다. 최근 몇 년간 평균경쟁률도 500대 1 이상이다. 이들 임직원은 자립주의를 통해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고 매진한다. 회사도 직원만족에 심혈을 기울인다. 적재적소의 인재배치를 최우선한다. 신입사원 장래희망은 내정시점에 개별청취를 통해 기록해두며 이를 상시적으로 존중 ∙ 공유한다. 방대한 상품종류와 지식확보를 위해 연수제도도 적극 활용된다. 입사 이후 점포배속 ∙ 상품연수를 시키는 배경이다. 정기적인 집합연수에선 다른 점포 동료들과 적극 교류해 본인실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삼는다. 

- 세이카츠노키 매장 전경.
- 세이카츠노키 매장 전경.

연평균 입사경쟁률 500대 1

개인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회사배려는 능동적이다. 여성사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다. 실제 전체임직원(약 600명) 중 95% 이상이 여성이다. 관리직도 70%가 여성이다. 때문에 출산 ∙ 육아 ∙ 개호 등 개별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는 제반문제에 대처하고자 충분한 관련제도를 도입했다. 대전제는 개인사정에 맞춘 탄력적 운용이다. 그만큼 복리후생이 비교적 두텁다. 회사의 휴가제도는 탄력적이다. 자녀가 아프거나 학교배웅 등 돌연사태가 발생할 때 휴가를 사전에 허락받지 않고도 언제든 쓸 수 있도록 했다. 부담 없는 휴가다. 고용형태의 안정화를 위한 길도 열어뒀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가능 인사제도다. 판매직원이 많은 회사가 대부분 그렇듯 이 회사 사원도 70%는 준사원이다. 고용불안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풀타임으로 1년 이상 일했을 때 정사원으로 전환되도록 기회를 줬다. 대졸신입이나 중도채용도 실시 중이지만 우선대상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등용이다. 승진은 명확한 점수제에 기인한 누적점수에 의해 결정된다.



회사조직은 플랫구조다. 불가피하게 상사와 부하가 존재해도 기본은 평등한 조직시스템이다. CEO는 늘 “포지션의 차이는 역할차이일 뿐 개인의 열위기준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한다. 회사분위기도 비유컨대 “바람흐름이 좋다”고 한다. 사무실은 개방적이고 사장실도 유리칸막이가 전부다. 심리적인 공평함을 넘어 물리적인 평등의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모든 직원은 언제든 CEO를 비롯한 누구든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불만이 없을 순 없다. 그래서 사장은 늘 공부한다. 임직원 니즈를 정확히 읽고자 인사부에 미루기보단 스스로 공부해 현장에 다가선다. “경영자가 사람(종업원)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라 본다. 사장이 종업원을 일일이 챙긴다는 걸 아니 사원의식은 특별히 높을 수밖에 없다. 사장의 말이다.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전체사원이 공유하죠. 이때 목표는 규모의 경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배려가 넘치는 회사예요.”



회사이념은 전체 직원이 철저히 공감한다. ‘공사(公私)일체’로 자연보호 등의 일상과제는 개인차원에서도 자발적으로 실천된다. 명분과 과제는 고객그룹과의 공유단계로까지 접어들었다. 사장은 “물건이 넘쳐나는 지금 같은 시대엔 시간이 걸려도 회사의 가치관 ∙ 공감대를 형성한 뒤 이를 기반으로 상품을 제공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좋은 이념이니 공감이 형성되고 또 좋은 고객이 모여든다고 봐서다. 고객이 응원해주고 싶은 회사이자 동시에 취업하고 싶은 회사란 의미다. 사장에게 회사란 “소중하게 여기는 친구들이 모인 장소”다. 때문에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회사로 남고 싶다. 그래서 사원에겐 채찍 대신 스스로의 내발(內發)성을 중시한다. 임직원의 동기발현 노하우는 별로 없다. “사장 이상으로 일과 허브 ∙ 아로마를 좋아하도록 해주는 것뿐”이다.

- 허브농장(왼쪽)과 허브제품들.
- 허브농장(왼쪽)과 허브제품들.

반경 1m를 행복하게 하는 경영

CEO의 관심사는 하나다.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사람을 모아 기쁨을 나누는 즐거운 조직창조다. 중요한 건 자연 ∙ 돌료와의 즐거운 공유다. 인재우선이다. 이를 위해 주요언론이 이름 붙여준 ‘배려경영’이 정착됐다. CEO는 이를 “반경 1m를 행복하게 하는 경영”으로 바꿔 표현한다. 때문에 대부분 기업이 채택한 경영효율 ∙ 경비절감을 위한 아웃소싱은 회사사전에 없다. 번거롭고 힘들어도 모든 걸 회사내부에서 처리함으로써 보람을 확산시킨다. 그래서 회사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원한다. 상품은 물론 광고 ∙ 점포까지 모든 걸 사내에서 처리하기 위함이다. CEO의 말이다. “1년 후를 생각하면 곡물을 심고 50년 후를 보면 나무를 심으며 100년 후를 생각하면 사람을 키우라는 말을 좋아해요. 직원에서 시작해 고객을 넘어 사람 모두의 인연을 중시하는 경영이 그 답이라고 봅니다.”



회사는 도약대에 섰다. 국내시장에서의 확고한 지위를 바탕으로 세계판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대만에 자회사를 설립했고 한국에 인터넷판매를 곧 개시할 예정이다. 자연의 축복이야말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교육사업과 여행사업 등에도 적극적이다. 의료 ∙ 개호복지 ∙ 초등교육 등 폭넓은 분야에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세이카츠노키의 사회공헌과 여기서 행복감을 느끼는 직원만족이 한층 확대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결국 일할 맛이란 게 월급과 복리후생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작은 경험이 큰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날도 머지않았다. 회사는 사회공헌이라는 공익추구와 평등한 조직실현이 금전가치 이상의 높은 만족도 ∙ 행복감으로 이어진다는 걸 멋지게 증명해줬기 때문이다.

 

  Tip. CEO탐구 | 시게나가 타다오

사리사욕은 금물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가 모토

CEO인 시게나가 타다오(重永忠)는 일본에 아로마를 소개한 개척자로 1961년 도쿄 하라주쿠(原宿)에서 태어났다. 대학졸업 후 세븐일레븐에 입사하며 사회경험을 쌓았다. 굳이 대형 유통회사에 취업한 건 가업을 전국단위로 전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자면 점포출점 ∙ 경영 등 다양한 노하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1978년 세이카츠노키 대표로 취임했다. 가업을 물려받은 3대 CEO가 됐다. 3대라 해도 사업내용은 모두 달랐다. 할아버지(사진관)에 이어 아버지(도자기점) 모두 각각이었다. 지금의 사업모델은 어릴 적 개인적 경험이 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신장병을 앓았는데 서구의학은 그에게 평생 스포츠를 금지시켰다. 야구소년에게 충격은 컸다. 절망감에 시달리며 내원치료를 하던 중 한방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결국 완치했다. 자연축복이 서구의학이 해결하지 못했던 병을 치료해준 것이다. “당시 강렬한 경험이 지금도 가슴속 깊이 남아 있다”고 할 정도다. 17세 때 부친이 해외출장 때 가끔 갖고 온 허브 ∙ 포프리 등이 허브와의 첫 조우였다. 당시 일본엔 없었기에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허브사업은 이렇게 출발했다.



3대 사장이지만 그의 기여도는 결정적이었다. 사업성공의 첫 열쇠였던 포프리를 히트시킨 건 순전히 그의 공로다. 1980년대 초반 소녀만화잡지 <나카요시>에 포프리 기획만화를 시작한 게 계기였다. 주인공 소녀의 취미를 포프리 만들기로 설정해 매회 스토리에 포프리를 등장시켰고 마지막에 포프리 레시피(제작법)를 실었다. 동시에 독자의 포프리 작품을 모집해 시상하는 콘테스트를 실시했다. 결과는 빅히트였다. 매번 엄청난 포프리가 응모해왔고 전국적인 붐을 형성했다. 입상작은 회사본점 1층에 전시했는데 포프리 원료를 팔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원료판매 이후 회원은 4~5년에 걸쳐 20만명까지 늘어났다. 이 경험을 토대로 1990년대 이후에는 허브 차와 아로마 오일 등 관련한 여러 가지 상품개발과 보급에 본격 나섰다.



CEO는 지역부활에 관심이 많다. 그의 고향이자 도쿄 도심인 하라주쿠 오모테산도(表參道)의 지역활동에 열심이다. 상점가부흥조직 간부를 맡는 등 지역에 천착해 폭넓게 활동 중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을 뿐 아니라 선대뿌리도 이곳에서 출발했기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기 때문”이다. 고향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극히 자연스럽다는 반응이다. 지금은 이런 지역부활 움직임이 좀 더 폭넓게 퍼지기를 희망한다.



모토는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즐겁게 살자’다. 그는 회사경영뿐만 아니라 밴드활동에 적극적이다. 합창단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그의 꿈은 소박하지만 크다. “평생현역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일도 지역공헌도 어떤 형태로든 은퇴 없이 계속할 것이란 포부다. 젊은이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는다. “사리사욕을 채우면 실패합니다. 세상과 사람을 위해 봉사하려는 목적의식을 가져보세요. 그러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더 깊은 기쁨을 줄 수 있죠. 이게 결과적으로 여러분의 꿈과 희망을 이뤄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