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래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기존의 틀을 깨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취업이냐, 창업이냐’를 두고 갈등하는 이들에게 창업의 용기를 북돋울 수 있는 성공사례 두 가지를 소개한다.

테라사이클

 지렁이 배설물 천연비료 '불티'

 이비 리그의 명문대를 다니던 아들이 1년여 만에 자퇴하고 쓰레기나 뒤지겠다고 한다면 그 부모 심정이 어떨까? 지난 2001년 프린스턴대학을 다니던 당시 19세의 토마스 스제이키(Thomas Szaky)가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부모를 찾아가 느닷없이 “학교는 그만두고 지렁이로 비료 만드는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그의 부모가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스제이키의 구상은 아주 단순한 데서 시작됐다. 그는 프린스턴 신입생 시절 몬트리올에 있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그 친구가 지렁이를 작은 상자에 넣어 부엌 한 구석에 두는 것을 보고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친구는 그렇게 얻은 흙을 비료로 썼는데 효과가 좋았다고 자랑했다. 스제이키는 이것을 보고 충분히 사업거리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북미의 가정에서는 대부분 봄이 되면 잔디를 새로 깔거나 꽃을 심으면서 정원관리를 시작하는데 이때 주로 화학비료를 쓴다. 이 화학비료를 천연비료로 대체한다면 환경보호는 물론 발육효과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 ‘프린스턴대 경제학부 1학년’이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거추장스럽다고 느낀 스제이키는 구상을 마치자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행동으로 옮겨버렸다. 학교를 자퇴한 그는 ‘테라사이클(Terra Cycle)’이라는 회사를 차린 후 곧바로 지렁이를 잡으러 나섰다.

 그의 ‘천연비료 사업’은 프린스턴대 구내에 설치한 조그마한 플라스틱 통에서 시작됐다. 몇 달 뒤엔 지렁이를 배양할 좀더 넓은 토지를 확보했다. 룻거대학교 산하 환경비즈니스(Rutker Eco Business Complex) 단지에 3000평방피트(약 90평) 정도 되는 땅을 빌려 여기에 지렁이 배양단지를 만든 것이다.

 테라사이클이 천연비료를 생산하는 공정은 이렇다. 학명이 아이제니아 포티다(Eisenia Fotida)인 8cm 가량 되는 지렁이떼를 흙을 채운 통에 넣어두면 시간당 3cm 정도를 움직이면서 흙을 먹고 배설물을 토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걷어낸 지렁이 배설물과 흙을 1만리터짜리 탱크에 넣고 사흘 동안 특수공정에 돌려 추출한 액체를 ‘플랜트 푸드’라는 상표를 붙인 페트병에 담기만 하면 된다. 배설물을 발효시켜 액체 비료로 만드는 이 공정의 세부적인 사항은 코카콜라가 제조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처럼 테라사이클 경영진만 알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려면 비용이 꽤 들 것 같지만 스제이키 대표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출자한 2만달러로 초기 사업비용을 다 충당했다. 지렁이 조달부터 지렁이 식량, 그리고 결과물을 담을 페트병 등 전 과정에 쓰레기나 폐품을 재활용한 덕분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지렁이는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한다. 이들이 섭취하는 원료는 음식쓰레기와 잘게 자른 종이조각 등이다. 음식쓰레기는 식당이나 대형 급식센터 등에서 ‘돈을 줘 가며’ 직접 배달해준다. 어차피 버리려면 그만한 비용이 드니 쓰레기 치우는 셈치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또 ‘플랜트 푸드’가 담겨질 음료수 페트병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모아다 준다. 아이들에게는 페트병 두 개당 1센트씩 값을 쳐준다. 페트병을 모으는 한편 환경의 중요성과 테라사이클의 존재를 강조하기 위해 스제이키 대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임원들과 함께 학교를 돌아다닌다. 각급 학교에서는 재활용과 환경보호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이들의 강의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당연히 페트병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 마지막으로 ‘플랜트 푸드’를 포장해 보내는 데 쓰이는 종이상자는 각 제조업체에서 불량품이 난 것들을 모아다 재처리해 쓰고 있다. 페트병에 달려 나가는 스프레이도 쓰다 버린 것들을 모은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CBS 뉴스는 최근 테라사이클을 다룬 기사에서 ‘회사 전체가 재활용의 전당’이라고 표현했다.



 ‘회사 전체가 재활용의 전당’ 극찬

 이렇게 해서 6개월여 만에 생산된 ‘플랜트 푸드’를 가까운 동네 슈퍼에 공급해보니 반응이 좋았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스프레이로 뿌리는 형태라 사용하기도 간편해 주부들이 즐겨 찾았던 것이다. 이런 여세를 몰아 3년 만에 대형할인점에도 진출했다. 테라사이클은 지난 2월부터 256개 캐나다 월마트 점포에 ‘플랜트 푸드’를 납품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형 그로서리인 로브로와 유기농 야채 전문점인 호울푸드에도 들어간다. 원가가 워낙 적게 들기 때문에 최대한 소매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이 높은 것이다. 현재 하루 평균 2만개의 ‘플랜트 푸드’를 생산하는 테라사이클의 올 목표는 매출액 300만달러(약 30억원)다. 대기업 수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지렁이 배설물로 이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스제이키 대표는 어릴 때부터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리더십이 강한 편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급우들을 선동(?)해 종이학 1만개를 만들었던 일화가 전해진다. 담임선생님은 처음에는 화를 내려다 아이들이 너무 진지한 모습으로 종이접기에 빠져들자 그냥 놔뒀고 결국 이들은 하루 만에 거사(?)를 끝냈다. 스제이키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냥 세계에서 가장 긴 종이학 행렬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들도 좋아했다. 다른 아이들이 안 따라왔다면 나 혼자서라도 했을 것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 체육관에서 예산 5만달러짜리 패션쇼 연출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우등생 가운데서 좀 튀는 악동이었던 셈이다.

 스제이키 대표는 헝가리 이민자 출신이다. 민주화 바람이 불던 시절, 의사였던 그의 부모는 헝가리를 떠나 프랑스를 거쳐 네덜란드에 이주하게 된다. 그가 네 살 때였다. 이들은 4년 뒤 캐나다 토론토에 정착하는데 이런 이유로 그는 열 살도 되기 전에 네덜란드어, 불어, 헝가리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다. 캐나다에 도착한 뒤에는 영어도 열심히 배워 프린스턴대에 진학하게 되었던 것이다.

 스제이키 대표는 단순히 혈기만 왕성한 청년창업가가 아니다. 오히려 치밀한 리더에 속한다. 그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사업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원로들을 대거 영입한 것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나이 든 각계의 경험자들을 고문 형식으로 테라사이클 이사회에 참여시켰다. 이들 대부분은 스제이키 대표보다 열 살 이상 많고 사회 경험도 다양하다. 그런데도 큰 무리 없이 ‘신진(新進)’과 ‘원로(元老)’들이 잘 조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프리실라 하이에스 씨(46)도 스제이키 대표가 정기적으로 자문을 받는 고문단 중 한 사람이다. 변호사이자 뉴저지 주 폐기물 감시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그녀는 스제이키 대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시켜준 인물이다. 지렁이 배설물을 비료로 바꿀 때 어떤 형태로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던 그에게 ‘액체로 만들 것’을 조언한 것이다. 스제이키 대표의 고등학교 사서였던 브라이언 영 씨는 테라사이클이 각급 학교로 영역을 확장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물론 이후 지금까지 회사와 학교를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테라사이클은 페트병 세척과 포장, 운송 등을 위해 20여명의 정규직 종업원을 두고 있으며 향후 사업 확장에 대비, 30여명의 인턴사원도 함께 쓰고 있다. 스제이키 대표는 이들의 복지를 위해 뉴저지 주 트렌튼에 건평 7000평방피트(약 200평)짜리 단독주택을 구입한 뒤 요리사를 고용해 이들을 섬기게 하고 있다. 월급은 주지 않는 대신 인턴 사원들의 숙식문제는 해결해준 것이다. 회사 외부에는 100여명의 ‘학교 세일즈 컨설턴트’라는 명칭의 계약직 사원들을 두어 페트병 수집, 재활용 교육 등의 중간 역할을 맡겨두고 있다.

 테라사이클이 법인화되던 2002년, 스제이키는 2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200만달러의 출자를 받았다. 이듬해에는 그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 창업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아 ‘캐롯투자자문 창업가상’의 최고상을 수상했다. 덕분에 상금 5000달러와 함께 나스닥시장에 초청돼 개장 버저를 누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현재 스제이키 대표는 각 가정의 잔디관리 비료를 ‘플랜트 푸드’로 교체한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테라사이클의 제품을 알리는 한편 투자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450만달러의 투자를 확보한 상태인데 앞으로 ‘플랜트푸드’를 현재의 두 배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 데 주로 투입할 계획이다. 



IJL

점심 한 끼와 데이트 주선 '인기'

 결혼식을 달포 앞둔 예비신부에게 갑자기 ‘파혼’ 통보가 날아들었다면? 보통의 경우 망연자실한 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애를 먹었겠지만 안드레아 매긴티(Andrea McGinty) 씨는 1991년 이 위기를 ‘결혼정보회사 창업’의 기회로 삼았다.

 슬픔에서 벗어나려고 파혼 통보 직후부터 더욱 열심히 신랑감을 찾던 매긴티는 소개팅을 하는 자리에 나가면 나갈수록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만 해도 결혼정보회사가 많지 않았던 데다 대개의 경우 주선자가 저녁 약속을 잡아주는 게 상례였다. 그런데 보통 3시간 이상 데이트를 해야 하는 저녁 약속이 생각보다 부담스러웠다. 초면의 사람과 정찬(正餐)의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는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결국 매긴티는 자신이 직접 결혼정보회사를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트 주선은 저녁이 아니라 점심식사 자리에서 만나는 개념이었고 이에 따라 회사 이름도 ‘점심 한 끼 하실래요?(It' s Just Lunch; IJL)’라고 붙였다.

 하지만 은행에서 이런 신개념 결혼정보회사에 자금을 융통해줄 리가 만무했다. 아무리 설명해도 사업개념을 알아듣지 못하자 그녀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가진 현금 등을 합쳐 6000달러로 이 회사를 시작했다. 매긴티 대표는 초창기에 주로 연봉 5만~11만달러를 받는 전문직 종사자들 위주로 고객을 확보해나갔다.

 이렇게 1991년 시카고에서 시작한 ‘점심 한 끼 하실래요?’는 14년 만에 매출액 3000만달러(320억원), 70여개 지점을 둔 유망 프랜차이즈로 발전했다.

IJL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1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성사건수만도 1만2000건이나 된다. 회원이 되기 위해 연회비 1000달러를 내면 회사측은 회원들에게 연간 14차례의 점심 약속을 잡아준다. 물론 상대방의 신상정보를 미리 검색한 다음 최적의 조건으로 판단되는 커플끼리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한다. 지금은 점심뿐 아니라 오후 5시경 업무가 끝난 뒤 간단한 음료를 앞에 두고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저녁 식사는 여전히 사절이다.



 저녁식사는 절대 사절

 이 회사가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비용이 싸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미국의 결혼정보회사들은 2000~3000달러의 연회비를 받고 있는 데 비해 IJL는 1000달러가 기본이다. 또 부담스러운 저녁식사가 아니라 한 시간 이내로 가벼운 점심식사를 하면서 데이트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전에 회사측에서 검증해준 인물과 만날 수 있다는 부분도 결혼 성사율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살펴볼 때도 IJL은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회원들의 자격을 명시적으로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남녀 공히 전문직 종사자 위주로 구성했다. 이들의 만남 또한 도시별, 연령대별로 적절하게 조절했다. 예컨대 회원들의 연회비는 동일하지만 지역에 따라 주선 횟수에선 차이를 둔 것이다. 뉴욕의 경우 회원들은 6번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반면 신시내티 같은 중소 규모 도시에서는 15회의 데이트가 보장된다. 일명 ‘밥값’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IJL 창업은 그녀에게 일자리와 돈뿐 아니라 남편까지 가져다줬다. 1994년 고객 중 한 사람이었던 다니엘 돌란(Daniel Dolan) 씨와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실로 파혼당하고 창업한 지 3년 만에 이룬 작지 않은 성취였다. 매긴티 씨는 요즘 IJL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주주 역할만 하고 있다. 남편 돌란 씨는 IJL의 주요주주 및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IJL은 훌륭한 프랜차이즈 체인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앙트라프라누어의 평가에 따르면 IJL은 미국내 277위 프랜차이즈 업체로 기록됐다. 프랜차이즈 가맹비는 3만달러로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다. 물론 연간 광고비로 매출액의 3%, 월회비를 9~12% 징수한다는 점에서 가맹점에게 작은 부담은 아니지만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창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IJL은 현재 미국 63개, 싱가포르 등 해외에 6개 등 모두 69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IJL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가운데는 이곳에서 결혼에 골인해 프랜차이즈를 따낸 사람들이 많다. 지난 2001년 결혼한 마샬 페터슨(전 시스코사 직원)과 라인 애덤스(전 셀러라 지노믹스 연구원)가 그들 중 한 커플인데 이들은 결혼 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와 포트 마이어스 등지에 가맹점 4개를 운영하고 있다. 애덤스 씨는 <뉴스프레스 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IJL을 통해 결혼에 성공하고 보니 괜찮은 회사란 걸 알 수 있었다”면서 “결혼 직후 회사를 그만두고 기반을 남부 플로리다 주로 옮겨 첫 프랜차이즈를 연 뒤 세 개를 더 개설했다”고 말했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이제 IJL은 해외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올해 초 싱가포르에 첫 가맹점을 냈고 중국 본토도 공략대상이다. 이 회사의 돌란 대표는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떠오르는 거대시장”이라며 “상하이 정도 규모의 도시라면 회원 1000명은 순식간에 확보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10년 전 IJL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이성을 만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8%에 불과했던 반면 지난해 말 현재 이 수치는 49%까지 올라갔다. 미국의 결혼정보회사 시장규모는 2004년 말 현재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야흐로 결혼정보회사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점심 한 끼 하실래요?’의 성장여력은 결코 작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