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우승팀을 가리는 수퍼볼은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다. 올해 수퍼볼에서 우승한 필라델피아 이글스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NFL 우승팀을 가리는 수퍼볼은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다. 올해 수퍼볼에서 우승한 필라델피아 이글스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다. 시장조사업체인 해리스폴이 2016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3%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NFL을 꼽았다. 프로야구(MLB)는 15%, 프로농구(NBA)는 5%에 그쳤다.

NFL의 우승팀을 가리는 수퍼볼도 단연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다. 올해는 지난 5일 미니애폴리스 US뱅크 스타디움에서 수퍼볼이 열렸다. 전통의 강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언더독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맞붙어 예상을 깨고 이글스가 사상 첫 우승에 성공했다. 새로운 신데렐라의 탄생에 미국 전역이 들썩이는 동안 미국인들이 쓴 돈만 153억달러(약 16조6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8.5% 증가한 것이다.


식품이 최대 수혜… 아보카도 등 판매 급증

전미소매협회(NRF)는 올해 수퍼볼과 관련된 미국인 1인당 평균 소비액이 81.17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경제의 좋은 분위기가 수퍼볼 소비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되는 셈이다.

미국인들은 수퍼볼이 열릴 때 보통 파티를 연다. NRF에 따르면 수퍼볼 당일 파티를 계획한 미국인만 4500만명이었고, 지인이 개최하는 파티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6900만명이었다. 1억1400만명이 파티에 참석해 수퍼볼을 본 셈이다.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수퍼볼을 보겠다고 답한 미국인도 1100만명 정도였다.

수퍼볼 기간 최대 수혜 업종은 단연 식품업이다. 미국인들의 홈파티 단골 메뉴인 닭날개(치킨 윙)와 피자, 나초와 과카몰리 딥(dip·찍어먹기 위해 만든 걸죽한 소스)의 소비량은 매년 수퍼볼이 열리는 주말에 급증한다. 과카몰리 딥의 주재료인 아보카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 아보카도 주간 판매량은 1월 초만 해도 3000만파운드(약 1만3600t) 수준이었는데 수퍼볼이 열린 2월 첫 주에는 6000만파운드(약 2만7200t)로 늘었다.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닭날개도 수퍼볼 기간에는 수요가 더 늘어난다. 전미양계협회(National Chicken Council)는 올해 수퍼볼 기간에 미국인들이 13억5000만개의 닭날개를 먹을 것으로 추정했다. 닭날개를 한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세 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전미양계협회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퍼볼 기간에 닭날개 소비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술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경제 매체인 CNBC는 수퍼볼 기간에 맥주 판매액만 6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맥주를 제외한 다른 술(와인·위스키 등)의 판매액도 1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2016년 수퍼볼 맞춰 860만명이 TV구입

“수퍼볼이 블랙프라이데이보다 훨씬 좋다.”

미국의 인터넷 금융정보업체인 월렛허브(WalletHub)의 질 곤잘레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수퍼볼의 소비 진작 효과가 블랙프라이데이보다 좋다고 분석했다. 월렛허브에 따르면 올해 TV를 교체할 계획을 가진 사람 중 10% 정도는 수퍼볼에 맞춰서 TV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수퍼볼이 식품업계뿐 아니라 가전업계에도 중요한 이벤트라는 의미다. 실제로 2016년에 수퍼볼에 맞춰서 TV를 새로 구입한 미국인은 860만명에 달했다.

수퍼볼은 지역 경제에도 큰 활력소가 된다. 지난해 수퍼볼은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수퍼볼 개최를 위해 휴스턴시가 투입한 비용은 550만달러 정도였다. 수퍼볼 개최 기간에 휴스턴을 방문한 관광객은 14만명 정도였는데, 이에 따른 경찰·소방 인력과 시설에 550만달러를 투입한 것이다. 550만달러도 적지 않은 돈이지만, 휴스턴시가 얻은 경제적 효과는 이보다 훨씬 컸다. 휴스턴 수퍼볼 주최위원회(Houston Super Bowl Host Committee) 대변인인 케빈 쿠퍼는 “수퍼볼을 즐기기 위해 휴스턴을 찾은 사람들이 도시에 가져다 주는 경제적 효과가 적어도 3억5000만달러(약 38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Plus Point

30초 광고에 54억원… 수퍼볼 광고의 세계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 알렉사 수퍼볼 광고에 나온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사진 : 유튜브 캡처>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 알렉사 수퍼볼 광고에 나온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사진 : 유튜브 캡처>

올해 수퍼볼 시청자 수는 1억340만명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으로 중계를 본 시청자까지 합치면 1억6000만명에 달한다. 미 프로야구(MLB)의 경우 월드시리즈 7차전도 시청자 수가 3000만명이 채 안 된다.

미국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수퍼볼 중간에 방송되는 광고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수퍼볼에서 기업들이 지출한 광고 비용은 3억8000만달러(약 4100억원)로 추정된다. 자동차 업계가 지출한 광고비만 8000만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올해 수퍼볼 30초당 광고 단가는 500만달러(약 54억원)로 10년 전보다 두 배나 올랐다.

많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수퍼볼 광고에 몰리는 건 그만큼 광고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1억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수퍼볼을 보는 데다 수퍼볼 시청자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채널을 거의 돌리지 않는다. 광고대행사인 도이체NY(Deutsch NY)의 발 다이페보(Val DiFebo)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수퍼볼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사람들은 수퍼볼 광고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단순히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것이 수퍼볼 광고의 이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퍼볼 광고 가운데 화제가 된 건 아마존과 타이드였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인 ‘알렉사’의 목소리를 앤서니 홉킨스, 고든 램지 등이 대체하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세탁세제인 타이드(Tide)는 다른 기업의 수퍼볼 광고를 패러디하는 방식으로 세탁세제의 중요성을 알려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수퍼볼 광고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