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동차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이끈 카를로스 곤 회장이 일본 검찰에 전격 체포된 내용을 실은 20일 자 일본 신문들. 사진 블룸버그
세계 2위 자동차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이끈 카를로스 곤 회장이 일본 검찰에 전격 체포된 내용을 실은 20일 자 일본 신문들. 사진 블룸버그

세계 2위 자동차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이끈 카를로스 곤 회장의 몰락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카를로스 곤 회장은 11월 19일 오후 5시 도쿄 하네다공항에 개인 제트기로 착륙하자마자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에 전격 체포됐다. 곤 회장은 그전까지 자신에 대한 수사 상황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혐의는 두 가지다. 유가증권 보고서에 기재한 것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았다는 것과 해외에 4개의 호화주택을 회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이 두 혐의로 곤 회장이 유용하거나 횡령한 금액은 50억엔(약 500억원)에 달한다.

혐의 내용으로 보면 곤 회장은 탐욕스러운 최고경영자(CEO)이지만 그의 혐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그의 주요 혐의인 연봉 축소 신고는 2010~2014년 있었던 일이다. 왜 이 시점에 4년 전 일이 불거졌냐는 것이다. 프랑스 등에서 일본 조직의 내부 반란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곤 회장이 체포된 직후 닛산의 일본인 사장인 사이카와 히로토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에 곤 회장의 해임을 건의하는 동시에 그에 대해 ‘폭군’ ‘장기 통치’와 같은 비난을 퍼부었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닛산·르노 양사 간, 나아가 일본 정부와 프랑스 정부 간에 주도권 확보를 위한 수싸움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라는 시각도 있다. 곤 회장이 체포된 시점이 그가 프랑스 정부와 함께 양사 경영통합에 본격적으로 나서던 때라는 점이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곤 회장의 체포에 국가 간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르노는 닛산의 지분 43.4%를, 닛산은 르노의 지분 15%를 교차 보유하고 있는 연합체다. 지분 구조상 르노의 영향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닛산 내부에서는 경영 통합을 하려는 곤 회장과 이에 반대하는 일본 측 경영진 간의 대립이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그룹 최대주주는 지분 15%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관료 시절부터 르노와 닛산의 통합에 집착을 보여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부 장관이던 2015년부터 르노가 닛산을 자회사화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합병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문해 왔다. 특히 곤 회장은 올 2월 르노 CEO 자리를 유지하게 되면서 점차 프랑스 정부 방침 쪽으로 기울었다고 전해진다. 요미우리신문은 “2015년부터 곤 회장이 프랑스 정부의 의중을 받아들여 르노와 닛산의 경영 통합을 추진하자 닛산 측이 이를 강하게 경계했다”고 보도했다.

르노와 닛산 측의 대응은 정반대다. 닛산 측은 즉각 곤 회장의 해임을 발표했지만 르노는 해임을 보류했다. 르노 이사회는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일본의 사법 절차만으로 해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가 일본 측에 일종의 견제 의사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르노와 닛산의 주도권 다툼으로 양사의 전략적 동맹이 와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증폭되자 일본과 프랑스 정부는 양사의 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내놨다. 하지만 곤 회장 체포가 양사 간 경영 주도권 다툼의 연장선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어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