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 ‘반짝 아이디어’로 돈도 벌고… 유명세 타고…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아날로그 시대에 스타를 꿈꾸는 동심을 표현한 이 노래는 앞으로 이렇게 바뀔지 모른다.

“유튜브에 내가 클릭되면 정말 좋겠네.”

무료 동영상 제공 사이트인 유튜브가 전 세계 스타 탄생의 요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배우로, 가수로, 모델로 변신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며 부도 함께 거머쥔다. 1억 명의 접속자에게 공명을 울리는 재능과 행운이 따르는 순간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유튜브 스타 ‘프레드 열풍’

크리스마스 시즌 캐럴 시장은 누가 유명인(celebrity)인지 발표하는 게시판과 같다. 유명인이라면 가수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딴 캐럴 앨범을 한 장 내기 마련이다. 올해 미국 캐럴 시장엔 유튜브 스타 ‘프레드’의 캐럴이 강세였다. <프레드와 크리스마스를(It’s Hackin’Christmas with Fred)>이라는 제목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아이튠에서 꾸준히 팔려나갔고, 프레드의 유튜브 채널(youtube.com/user/Fred)에 올린 <크리스마스는 소름끼쳐>라는 뮤직비디오는 지난해 12월7일 현재 260만 명이 클릭했다.

프레드는 미국 시골 동네인 네브래스카 출신의 루커스 크룩스행크(Cruikshank)라는 16세 청소년이 만들어낸 가공의 6살짜리 개구쟁이 꼬마다. 루커스가 직접 연기하는 프레드는 신경이 곤두서는 높은 톤의 목소리로 엉뚱한 일을 저지른다. 알코올 중독의 엄마, 감옥에 간 아빠 밑에서 과잉행동장애를 겪는 프레드의 기행에 어른들은 기겁을 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땅바닥을 뒹굴며 웃는다. 지난 2005년 탄생한 이후 약 7000만 명이 이 유튜브 채널에 접속했고, 공식 가입자만 150만 명이 넘는다.

프레드의 인기는 쇼핑몰을 걸어가도 느낄 수 있다. 유명 배우의 이름을 딴 패션라인이 출시되듯 프레드 티셔츠는 18달러, 프레드 모자는 22달러, 프레드 스티커는 5달러에 팔리고 있다.

1~2주일마다 올리는 동영상의 인기로 루커스는 유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 어린이 TV채널인 니클러디언의 <이칼리>쇼에 출연하고, 영화제작사인 ‘월든 미디어’는 영화 <시티 오브 엠버>를 홍보하기 위해 그와 계약을 맺었다. 주류 미디어에서는 여전히 감초 역할에 머물던 그가 최근 직접 영화를 제작하자는 할리우드의 제안을 받았다. 내년 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프레드: 더 무비>가 촬영에 들어갔다. 그는 영화 속에서 프레드 역할을 직접 맡았고, 프레드가 사랑하는 주디 역할엔 떠오르는 영국 배우 겸 가수인 픽시 롯(Lott)이 캐스팅됐다. 제작을 맡은 브라이언 로빈스(Robbins) 감독은 “아이들 코미디 영화로 이미 관객이 있는 영화”라며 “특히 루커스가 유튜브를 통해 추가로 관객을 끌고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프레드가 대표적이기는 하지만 이런 성공 스토리는 유튜브에서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코믹 비디오를 만드는 셰인 도슨(Dawson)은 유튜브에서 2개의 채널을 유지하며 16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고, 티셔츠·후드·백팩 등 관련 상품이 118개에 이른다. 또 일본계 미국인인 라이언 히가(Higa)도 170만 명의 가입자를 지닌 코믹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지난해 <라이언과 숀의 그렇게 뛰어나지 못한 모험>이라는 영화 DVD를 만들기도 했다.

평범한 여성들의 성공 스토리

유튜브는 예뻐야 스타가 되는 외모의 장벽도 허물고 있다. 평범하거나 오히려 일반인들보다도 외모가 뒤처지는 여성들이 온전히 재능만으로 평가받아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곤 한다.

평범한 외모의 통통한 ‘택시 배차원’과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라인을 출시한 ‘메이크업 스타’. 로런 루크(Luke)는 이 간극을 유튜브 화장법으로 단숨에 건넜다. 영국 뉴캐슬 부근의 해변 마을인 사우스 쉴즈에 사는 로런은 28살의 싱글맘. 전직 택시 배차원인 그녀는 2년 전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 화장품을 팔기 시작했다. 그녀는 화장품 샘플을 보여주는 대신 자신이 직접 사용한 뒤 실제로 얼굴에 발랐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 그 결과를 공개했다. 유튜브로 어떻게 화장을 하는지 스스로 시범을 보이면서 전혀 편집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화장법을 설명하는 동영상 배경에는 빨래가 그대로 널려있고, 개가 어슬렁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마스카라를 하느라 손바닥에 잔뜩 묻은 화장품까지 보여주면서 마치 친한 친구에게 하듯이 쉽고 솔직하게 화장법을 소개했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매우 솔직한 그녀의 동영상은 여신 같은 몸매에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화장품 모델만 보아오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맨의 전직 부사장 출신으로 패션용품 회사인 ‘리버티 오브 런던’의 구매담당 이사인 에드 버스텔(Burstell)은 “로런의 매력은 바로 모든 사람과 똑같다는 것”이라며 “그녀는 감정적인 차원에서 관객과 연결됐고, 그녀의 솔직함엔 전염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로런이 실험적으로 선보인 화장법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지금까지 5000만 명이 방문했고, 전 세계 70개국에서 25만 명이 가입했다. 세계적인 화장품 유통체인인 세포라는 지난 8월 그녀의 이름을 딴 ‘바이 로런 루크’ 라인을 뉴욕에서 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열린 출시 기념행사에 참석해 로런을 만난 여대생 루크러티아 윌리엄스가 “마치 안젤리나 졸리를 만나는 것 같았다”고 기뻐했다고 전했다. 뷰티 매거진인 <얼루어>의 에디터인 린다 웰스(Wells)는 “나는 마스카라 효과를 내기 위해 10겹의 가짜 속눈썹을 낄 수 없는 평범한 여자라는 사실을 로런이 깨닫게 했다”며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거짓말을 들어왔다”고 각성했다.         

그녀의 성공 스토리는 지금까지 뉴욕타임스, BBC, 가디언 등 세계 대표 언론에 소개됐을 뿐만 아니라 뷰티 매거진과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븐틴, 글래머, 엘르 등 뷰티 매거진은 이제 유튜브에 스스로 하는 화장법을 올리고 있고,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단계별 메이크업 강의를 로런의 사이트와 연계시켜 놓았다.

못생겼지만, 천상의 목소리로 전 세계 팬을 사로잡은 수전 보일(Boyle

·48)의 성공 스토리도 멈추지 않고 있다. 영국 리얼리티쇼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경쟁자로 나선 화면이 유튜브로 방영되면서 깜짝스타로 떠오른 수전 보일은 데뷔 앨범을 내놓았다. 당시 탤런트쇼에서 불렀던 <나는 꿈을 꾸었다(I dreamed a dream)>를 수록한 보일의 앨범은 12월 초 출시되자마자 세계적인 기록을 세웠다. 첫 주에 미국에서만 70만1000장이 팔렸다. ‘8마일’의 에미넘이 내놓은 <릴랩스>를 능가하며 2009년 출시된 앨범 가운데 가장 좋은 출발을 기록했다. 이는 음반집계 회사인 사운드스캔이 1991년 기록을 시작한 이후 여성 아티스트가 첫 주에 기록한 판매량으로 최고치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첫 주 역대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에서도 ‘넘버 원’을 기록했다. 음반제작사인 컬럼비아는 첫 주에만 전 세계적으로 300만 장 이상이 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 마케팅’ 부심

유튜브를 통한 스타 탄생을 목격한 세계의 개인과 기업들은 어떻게 유튜브에 올라타서 성공의 초고속망을 탈 수 있을지 절치부심하고 있다. 아마존닷컴에는 <어떻게 유튜브에 올리는 비디오를 찍을 것인가>, <하루에 한 시간씩 배우는 유튜브 사용법> 등의 책이 무수히 올라있다. 이들이 얘기하는 성공하는 유튜브 마케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재밌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친구들과 기꺼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신선해야 한다. 이미 아는 내용은 곤란하다. 

셋째, 솔직해야 한다. 트릭을 쓰면 안 된다.

넷째, 참여자를 늘려라. 가급적 많은 사람과 공유하라. 이메일은 물론 각종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최대한 수를 늘리라는 조언이다.

유튜브는 성공으로 향하는 좁은 골목을 일반인에게 대폭 확장했다. 통로가 많아진 만큼 지원자가 늘어났고, 시공을 초월하는 인터넷 공간은 경쟁의 무대를 세계로 확대했다. 하지만 전 세계 갑남을녀가 과거 텔레비전에만 얼굴을 내밀어야 성공하던 시대에 비해 훨씬 많은 기회를 제공받는 디지털 민주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