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구석동네의 작은 벤처회사가 화제다. 겉보기엔 평범하다. 사무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급성장 중인 것도 아니다. 매년 140~200%씩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봐야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이 5억7000만 엔에 불과한 소형회사다(2010년 3월 기준). 사업모델도 인터넷 기반의 업무효율을 높이도록 컨설팅하고 관련서비스를 파는 게 전부다. 직원은 33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회사가 주요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이 회사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작은 IT벤처회사지만 실은 ‘놀랄 만한 얼굴’을 감췄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말하는 놀랄 만한 얼굴이란 높은 직원만족도를 뜻한다.



㈜EC 스튜디오(studio)는 지난해 일본 기업 중 직원만족도 1위 회사다. 가장 큰 이유는 경험과 무관하게 본인이 잘하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사장과 상사에게 가볍게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근무환경도 장점이다. 야마모토 도시유키(山本敏行) 사장은 이를 “IT환경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일을 많이 안 해도 매출·이익이 꾸준한 사업구조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회사는 낭비를 철저히 줄였다. 웬만한 건 모두 IT화로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한다. 전체사원에게 아이폰을 지급해 연락사항은 트위터·메일로 주고받도록 했다. 회사에 전화가 없고 종이도 없으며 고객과의 만남도 없다. 회사 홈페이지엔 “전화응대는 불가능하니 메일로만 연락하라”고 안내된다.

- 일본언론이 주목하는 벤처기업인 야마모토 사장.
- 일본언론이 주목하는 벤처기업인 야마모토 사장.

“전화하지 말고 트위터 사용해”

EC 스튜디오의 사업모델은 크게 3가지다. △홈페이지 매출향상 지원 △업무효율 개선지원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지원 등이다. 홈페이지 매출향상은 접속해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그 성과를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업무다. 지금은 중단된 서비스지만 검색엔진 등록대행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누계 약 5만개 회사가 해당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상한 점은 이렇게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직원 중 누구도 고객을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비스·소프트웨어를 주문해도 “사이트에서 구입하라”는 답이 돌아온다. 고객사에서 회의참석을 요청해도 한결같이 대답은 노(No)다. 이유는 생산성 때문이다. 방문영업은 효율을 떨어뜨리고 교통비와 시간도 낭비라는 게 이 회사 직원들의 생각이다. 이런 쓸데없는 비용을 상품가격에 반영하기보단 IT에 특화된 저가공급이 낫다고 봐서다. 그것도 파격적인 저가공급이다. 이상하고 불편해도 고객이 늘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고객을 안 만나고 영업할 수 있을까. 고객응대를 채팅·메일 등으로만 한다면 걱정스런 문제가 사실 적잖다. 비상식적인 영업형태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거래불가를 통보받을 수 있다. 회사도 이는 인정한다.



그래서 간혹 있는 오프라인모임에서 인간관계를 중시한다는 걸 강조한다. 회사의 최고이념이 원만한 인관관계란 점을 확인하면 신뢰가 쌓여 채팅·메일의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봐서다. 신뢰적 인간관계는 고객과의 대등한 조건설정으로 이어진다. 만약 상대방이 갑의 지위에 연연해 원만한 인간관계를 깨면 그 이상 거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화 없는 영업은 단골고객의 벤치마킹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전화가 없기에 근무환경이 조용하고 집중력이 높아져서다. 많은 방문자가 회사에 와본 순간 “전화가 없으니 이렇게 좋네”하며 감탄할 정도란 게 회사설명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회사매출은 단 한 번도 전년대비 하락한 적이 없다. 이익은 5년에 걸쳐 6배나 늘어났다.  



업무효율 개선지원 사업도 흥미진진하다. 지금껏 자사가 시험해본 업무효율 개선사례를 다른 중소기업에 알려주는 비즈니스다. 플레이스테이션3(PS3)를 이용한 TV회의가 대표적이다. 도쿄지점과 논의가 필요할 때 화상회의가 절실했는데 대기업이 쓰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니 1세트에 100만 엔 이상인 경비가 부담스러웠다. 이때 한 직원이 플레이스테이션3의 비디오채팅이라는 대체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 시험해보니 꽤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 비용은 10분의 1이면 충분했다. 이후 회사는 거래처에도 PS3를 제공해 비디오회의를 한다. 듀얼모니터를 도입한 것도 업무효율에 도움이 된다. 비용은 1인당 2만 엔가량 더 들었지만 생산성은 그 이상이었다.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도 사업부문 중 하나다. 위의 두 가지 사업모델이 두각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고객·종업원이 늘기 시작했는데 이때 커뮤니케이션이 과제로 떠올랐다. 이는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140자까지 입력할 수 있는 트위터로 해결했다. 이미 2007년부터 아이팟(iPod)을 지급해 조례·미팅·프레젠테이션 등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사원 전체에게 송신해왔다. 이를 보다 발전시킨 게 아이폰이다. 트위터는 직원목소리를 청취하는 데 유효했다. 푸념처럼 입력한 개별직원의 다양한 목소리가 노무관리에 도움을 줘서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지원방안이 회사의 또 다른 수익모델로 기능하는 건 물론이다.



사업모델보다 더 놀라운 건 회사의 추구이념이다. 작은 회사인데도 직원만족을 위해 전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서다. 회사의 경영이념은 ‘행복 만들기(Make Happiness)’다. IT를 활용해 행복을 창출한다는 개념이다. 이때 말하는 행복이란 마음의 풍요로 이는 경제적 풍요와 시간적 여유, 그리고 원만한 인간관계로 완성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인력·제품 등 모든 경영자원이 부족하지만 IT를 활용하면 대기업에 못지않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 주장이다.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사원이 만족하지 않는 회사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말을 달고 산다. 이를 위해 사원이 원하는 모든 걸 제공한다는 게 추구하는 경영목표다. 덕분에 회사엔 인재가 몰려든다. 평균연령이 20대 후반일 정도로 회사분위기도 젊다. 아직은 33명의 작은 회사지만 처우수준이 탄탄한 건 물론이다. 25명이 정규직이지만 나머지도 고정급이 있는 준사원(아르바이트)으로 불린다. 업무책임이 있기에 정규직처럼 사원으로 불리고 대접받는 게 옳다는 이유에서다.

“9시 이후 야근하지 마”

사원을 자르지 않는다는 것도 회사의 추구이념 중 하나다. 부서이동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해당직원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신규부서를 만들어줄 정도다. 이렇게 해서 실제 2개의 부서가 생겨났다. 예를 들어 IT에 익숙하지 않아 채팅을 힘들어하는 동료를 돕고 사내 네트워크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추진부가 그렇다. 또 하나는 연구를 담당하는 랩이다. 마치 슈퍼주부처럼 모든 걸 해결해내는 부서로 사내만족도가 특히 높다. 비록 IT엔 약해도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직원을 배려해준 결과다. 이전직장에서 3개월도 버티지 못한 싱글맘이었지만 이 회사에 와선 벌써 6년째 근무 중이다. 신입사원 교육도 동영상으로 이뤄진다. 체험입사로 불리는 2일간의 경험을 제공한 뒤 진짜 일할 건지 여부를 결정하게 한다. 자칫 원하지 않는 회사에 들어오는 미스매치를 피하기 위해서다. 선본 뒤 바로 결혼하는 것보단 짧더라도 동거를 해보는 편이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결혼이란 이유에서다. 



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해선 진정 원하는 일이 뭔지 알고 그 업무를 맡기는 게 최고다. 그래서 회사간부들은 늘 귀가 열려있다. 면접과정에서 하고 싶은 일을 캐치한 뒤 그게 회사이념·비전과 맞는 내용이면 신입·아르바이트와 무관하게 큰 프로젝트도 맡긴다. 경영진 역할이란 직원이 하고 싶은 일을 집중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전부다. 때문에 업무는 쌍방향이다. 해야 할 일만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찾아 단 10%라도 할 수 있게 배려한다. 그래야 90%의 해야 할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단 판단에서다. 때문에 평소 하고 싶은 일을 버릇처럼 묻는다. 이를 위해 월 1회는 사원이 상사와 점심을 함께하도록 했다. 가벼운 일상대화 속에서 사원고민을 추출해 이를 상사 전원이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지향점은 100% 하고 싶은 일만 하도록 조정하는 일이다. 아이디어를 낸 사원이 프로젝트 리더로 뽑히는 일도 일상다반사다. 누구든 손을 들면 이를 거들어주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다.

충실한 복리후생, 안정적인 근무조건, 가족에 대한 배려 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연간휴가는 유급휴가를 포함해 120일에 달한다. 10일 연속 유급휴가도 연 4회 주어진다. 덕분에 유급휴가는 일본 기업치곤 드물게 100% 소화된다. 잔업은 오후 9시 이후 금지된다. 런치토크란 제도가 있어 월 1회 상사와 점심을 같이 먹을 때 1400엔의 보조도 이뤄진다. 1대1로 상사와 밥을 먹는 런치토크는 의무사항이다. 주택수당도 제공한다. 특히 주택수당과 관련해선 전체직원에게 만보계도 나눠줬다. 대다수 직원이 반경 1.4㎞에 살기에 운동부족일 수 있단 이유에서다. 만보계 데이터를 개인·부서별로 관리해 운동량이 부족한 부서에게는 경고(?)가 주어진다. 또 ‘고 홈(Go Home)제도’도 도입했는데 이는 “가끔은 부모님 얼굴을 보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귀성비용 제도다. 본사 1층엔 융단이 깔린 휴게실을 설치해 직원을 배려했다. 3개월에 1회씩 도쿄지사 직원을 오사카 본사로 불러 2주간 합숙도 실시한다. 책상머리 근무환경이라 직원건강을 우려해 매월 의료보조식품도 지급한다.

- CNN에 소개된 10주년 기념 기업행사 모습.
- CNN에 소개된 10주년 기념 기업행사 모습.

-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고객과의 약속 14가지가 적힌 ‘14개 기업 신조’가 기록돼 있다.
-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고객과의 약속 14가지가 적힌 ‘14개 기업 신조’가 기록돼 있다.

언제 어디서든 근무하는 스마트워크 시스템 도입

직원행복을 위해 일과 가정 양립과제도 순조롭게 해결 중이다. IT를 활용해 업무효율을 꾀함으로써 가정시간을 가지도록 했다. 가령 재택근무를 선택하면 오후 4시에 퇴근해 자녀양육을 할 수 있다. 자택 컴퓨터로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회사와의 동일 근무환경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데다 월급도 큰 차이가 없다. 사원이 이성친구나 남편, 부인을 데리고 참가하는 생일축하제도도 있다. 원래 회사는 3개월에 1회와 합숙 때 술자리를 제공한다. 이때 누구든 데리고 올 수 있다. 회사입장에선 직원의 세세한 개인사를 알 수 있어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참석토록 독려한다. “매번 정해진 이들하고 마시느니 새로운 이들과 교류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게 사장 생각이다. 이런 차원에서 생일제도도 만들어졌다. 가볍게 누구든 참가할 수 있는 명분을 찾은 결과다.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건 파트너가 존재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매월 자유로운 회식기회도 있다. 동료사원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확보하라는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데 참가율이 보통 95% 이상이다.



한편 회사는 숫자 1과 4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사명의 EC도 E(1)와 C(4)의 일본어발음에서 그대로 따왔다. 사실 특별한 의미나 근거는 없다. 그렇지만 한번 정한 이상 숫자를 둘러싼 고집은 엄청나다. 자본금은 1414만 엔이고 조직은 1명의 매니저에 4명의 리더가 붙는다. 1명의 리더엔 역시 4명의 부하가 배치된다.



창립일은 1월 4일이고 신서비스 배포일도 매월 14일 14시다. 회의도 참가자는 4명까지로 제한된다. 신사옥의 임대료는 3.3㎡당 4000엔이고 주택수당은 사무실에서 반경 1.4㎞ 이내로 이사할 경우 월 1만4000엔 지원된다. 장수당은 일 1400엔이고 귀성수당은 1회당 1만4000엔 지급된다. 파트너 생일 땐 1만4000엔의 식사비를 지급해 근무의욕을 높인다. 외국인 강사를 초빙해 1회 400만 엔으로 영어회화를 배우는 기회도 있다.



경영목표에도 1과 4는 적용된다. 2014년 1월 4일까지 14만개의 고객사를 만들어 14억 엔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그때까지 사원은 40명으로 늘리고 경상이익률은 14%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창업 당시부터 지켜지고 있는 ‘하지 않아야 할 14개조’도 특이하다. 시대와 경영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14개조만큼은 반드시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IT를 활용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IT경영 실천기업답게 방문·전화영업 대신 인터넷상에서만 영업한다. 또 주식공개를 하지 않는다. 사업모델 자체가 설비투자가 불필요한 데다 영업도 홈페이지를 활용하면 충분하기에 굳이 매수위험이 있는 주식공개 필요가 없다고 봐서다. 타인자본도 들이지 않으며 경영이념에 공감하는 회사가 아니면 거래하지 않는 것도 원칙이다. 수익성이 아무리 높아도 경영이념과 어긋나면 노(No)다. 종업원 제일주의 관점에서 특종조직에 소속되는 것도 거부한다. 이 밖에 해고하지 않으며 매출목표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서비스 향상엔 타협하지 않으며 고수익이라도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즉각 중단한다. 또 고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회사규모를 추구하지 않으며 일본에 플러스가 안 되는 사업엔 관심이 없다. 그렇지만 일본 시장만을 고집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