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 새 버전 ‘킨들 DX’ 인기 상승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로 부상

지독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 반짝이는 기업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아마존(Amazon)이다. 다른 기업들은 매출 부진에 수익 감소를 겪으며 생존에 부심하지만, 아마존은 성장에 속도를 내며 신제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아마존은 홈페이지를 통해 ‘e-북(e-book)’의 새로운 버전인 ‘킨들DX’를 발송하기 시작했다고 공고했다. 올 여름에 출시된다고 발표되는 순간부터 예약이 밀려든 ‘킨들DX’는 아마존 자체 인기 주문 상품 순위에서 30여 일째 2위다. 1위는 킨들DX의 이전 버전인 킨들로 130여 일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에서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면서 아날로그TV로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컨버터가 3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킨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킨들DX는 고가인 489달러이지만 기존 킨들의 6인치보다 큰 9.7인치(24.6㎝) 대형스크린을 탑재, 신문·책·잡지 등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고, 저장 공간도 커서 책 3500권을 담을 수 있다.

단순히 책을 온라인에서 팔던 아마존이 새로운 미디어인 킨들을 통해 고유 비즈니스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킨들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35만 대가 팔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도 대대적인 광고를 해서 화제가 됐다. 아마존이 킨들을 통해 책을 파는 것은 애플이 아이팟으로 아이튠 서비스로 음악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로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킨들 판매가 올해 1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임랜 칸 애널리스트는 “킨들 판매가 단기적으로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도 마진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올 1분기 실적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소매업자들과 대비된다. 아마존의 1분기 순익은 1억7700만달러, 주당 41센트의 순익을 기록, 전년 동기 1억4300만달러, 주당 34센트보다 24% 뛰었다. 매출 역시 18% 오른 4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시어스 등 소매업자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거나 정체되고 있는 와중에 홀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영업마진도 6.6%로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높다. 경제 침체기에 매출을 올리기 위해 할인경쟁을 선도했지만, 계속 건실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아마존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3개 주에 있는 배송센터를 폐쇄하고,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다른 시설로 전환 배치했다. 제프 베조스(Bezos)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생산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아마존 내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작업을 계속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최대의 온라인 소매업체로 부상했다. 아마존이 최근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경제 침체기에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가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매장 설치 및 운영비용이 적기 때문에 온라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할 수 있고, 특히 미국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8% 안팎의 판매세를 내야 하지만, 온라인 쇼핑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다. 금융자문사인 ‘샌포드 번스타인’의 제프리 린제이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냉장고 등 가격이 높은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며 “아마존은 이런 트렌드로부터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단순히 저가로 고객을 유인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제품을 갖춰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매장을 줄이고, 각 매장은 다시 재고를 줄여 물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현실과 대비된다.  

‘가장 큰 인터넷 매장’ 전략 구사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전자제품과 일반제품 매출은 1분기에 36% 성장해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가장 큰 인터넷 매장이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제품 공급자들도 속속 아마존의 우산 밑으로 모여들고 있다. 지난 2월엔 온라인 보석판매업체인 비즈(Bidz)가 아마존에 매장을 열었다. 비즈의 레온 쿠퍼먼 사장은 “아마존은 대형 마케터로 이미 엄청난 고객 기반을 갖고 있다”며 “대형 소매업체엔 아마존이 이베이보다 낫다”고 말했다.

소매업체의 전자상거래를 도와주는 ‘머슨트 코프’의 에릭 베스트 CEO는 “아마존을 통해 거래하는 고객들이 연간 41% 매출이 성장했다”며 “이는 전체 전자상거래 평균인 12%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전문지인 <배런>은 이런 아마존을 놓고 ‘세계 제일의 소매업체’라고 극찬하며 지난 3월말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경제 침체기에 빛을 발하는 아마존의 독보성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평가에서도 나타난다. 무디스는 올 들어 경기 침체를 반영, 40개 기업을 투자등급에서 밑으로 떨어뜨렸다. 반대로 투기등급에서 투자등급으로 올라간 회사는 단 4개. 올텔커뮤니케이션즈 등 다른 3개 기업은 모두 인수합병의 결과로 신용등급이 올라갔지만, 아마존만 유일하게 튼튼한 대차대조표, 건실한 영업성과, 풍부한 유동성 등 비즈니스 본질로 좋은 평가를 받아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아마존이 소매업체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마존의 핵심역량은 역시 IT(정보통신)기술이다. 아마존은 지난 10년간 20억달러를 들여 IT시설을 확장했다. 아마존이 최근 시도하고 있는 또 다른 비즈니스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다. 이는 정보통신기술과 데이터센터를 외부에서 아웃소싱 하는 서비스로 중소기업이나 신흥 벤처기업들이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심플DB’, ‘아마존 일래스틱 컴퓨트 클라우드’, ‘아마존 심플 스토리지’ 등 몇 개 영역으로 나눠 기업들에게 데이터베이스를 공급하고, 연산능력을 빌려주며, 데이터 저장 공간도 제공한다. 현재는 6만 개 정도의 기업고객들이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앞으로 수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비즈니스로 평가된다.

‘닷컴 버블’ 시대에 탄생한 아마존은 거품과 함께 사라진 다른 기업과 달리 위기 속에서도 계속 살아남아 고속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