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분배 박탈감이 폭동 뇌관 역할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 7월5일 벌어진 혼란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지난해 5월 서장(西藏: 티베트) 자치구에서 벌어진 혼란의 근본원인은 또 무엇일까.

중국 관영매체들의 표현대로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진 혼란의 원인은 ‘위구르의 어머니’로 알려진 ‘위선자’ 레비야 카디르(Rebiya Kadeer)가 배후에서 조종했기 때문일까? 지난해 서장 자치구에서 벌어진 혼란은 또 달라이 라마(Dalai Lama)의 배후 조종 때문에 벌어진 것일까?

문제는 레비야 카디르도, 달라이 라마도 시위를 배후에서 조종하지는 않았다고 직접 개입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룸치에서도, 라싸에서도 위구르 사람들이나, 티베트 사람들이 거리의 상점들을 공격해서 불태우는 장면이 유달리 눈에 많이 띄었다. 그리고 그 상점의 주인들은 대체로 한족(漢族) 사람들이었다.

무엇이 위구르 사람들이나 티베트 사람들을 그처럼 격노하게 만들었을까. 우룸치나 라싸에서 중국 관영매체들의 말처럼, 때리고, 부수고, 약탈하고, 불태우는 일이 벌어진 데는 경제적인 불평등에 대한 억하심정이 깔려있었던 것은 아닐까. 여행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룸치에서도 라싸에서도 ‘일’이 벌어지기 전부터 한족들과의 소득 격차 때문에 위구르 사람들이나 티베트 사람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우룸치나 라싸 시내의 목 좋은 곳의 상점은 대부분 한족들에게 뺏기고, 정작 그 땅의 주인인 자신들은 도시의 변두리로 쫓겨나게 된 데 대한 원한이 쌓여온 점이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들 했다.

더구나 그 전에는 위구르 문자나 티베트 문자를 큰 글자로 쓰고, 한자를 그 아래 쓰던 간판들이, 한족들이 상권을 장악하면서 한자를 위로 큼지막하게 쓰거나 아니면 한자만으로 단 간판이 많아지면서 위구르 사람들과 티베트 사람들의 불만이 커져왔다는 것이다. 더구나 열차나 비행기를 타고, 우룸치나 라싸로 여행 오는 한족 졸부들의 옷차림이나 돈 씀씀이에서 위구르나 티베트 사람들은 커다란 위화감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나 원자바오 총리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티베트 사태나 우룸치 사태가 아니더라도, 지난 30년간 눈부신 경제 발전의 그늘에서 빈부격차가 확대돼온 점이 중국의 사회겵ㅔ÷?안정을 흔들리게 만들어 왔다는 사실을. 지난 2007년 UNDP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소득 불균형을 나타내는 GINI계수는 거의 0.5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77개국 가운데 81위로, 이 정도면 불안정한 국가군에 속한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작년 후반 이후 시작된 금융위기의 여파로 실업자가 양산된 점이 겹쳐 중국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크게 흔들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다 확대되는 국면을 보여주고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전문 학자 조셉 퓨스미스(Fewsmith)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작년 말에서 올해 전반기 사이에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이른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 남부 광둥성 일원의 공업지대를 배회하는 수많은 실업자들이 생겨나 중국의 사회겵ㅔ÷?안정을 밑바닥부터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활발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 경제가 만약 올해 후반에서 연말 사이에 과거와 같은 궤도에 오르지 못하게 될 경우 중국의 사회겵ㅔ÷?안정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후진타오 국가주석이나 원자바오 총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서 살면서 노동을 하는 ‘농민공(農民工)’들의 수가 중국 전역에서 2억25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이 가운데 62.3%인 1억4000만 명 정도가 고향을 떠나 비교적 먼 도시로 가서 육체노동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또 이들 가운데 71% 정도인 9900만 명이 광둥성과 상하이를 포함한 동부 연안 지방에 가서 이른바 ‘따꿍(打工)’ 생활을 하고 있다.

작년 후반에 밀어닥친 금융위기의 파도 속에서 이들 농민공들 가운데 광둥성 일원에서 노동을 하던 7000만 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750만 명이 올해 설날을 전후해서 자신의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양쯔강 삼각주 일원에 흩어져 있는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1200만 명쯤이 역시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설날에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물론 설날이 지난 뒤에 7000만 명의 80%, 즉 5600만 명 정도는 자신의 일자리를 유지했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0%인 1400만 명은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무리 중국 땅이 넓다지만 14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중국 동부와 남부의 도시들을 이리저리 흘러 다닌다면 중국의 사회겵ㅔ÷?안정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우룸치 사태의 발단이 된 광둥성 한 도시에서 벌어진 한족들에 의한 위구르인 타살 사건은 그런 분위기에서 벌어진 사건이었고, 그 사건이 곧바로 우룸치 폭동으로 옮아 붙은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룸치의 위구르인 폭동이나, 라싸의 티베트인 폭동 뒤에 감추어진 소득분배 불균형의 얼굴을 중국 지도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수민족으로서의 박탈감 위에다가 소득분배로 인한 박탈감이 겹칠 경우 중국 사회의 안정은 지켜질 수 없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중국의 성장엔진이 다시 가동해서 중국이 미국과 본격적으로 G2가 되는 시대를 연다, GDP 규모가 마침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규모로 올라섰다, 외환보유고가 2조달러를 넘어섰다는 장밋빛 발표들도 심각한 소득분배 불균형 문제를 해결 못할 경우 사회겵ㅔ÷?안정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우룸치 사태는 보여주었다. 우룸치와 티베트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를 꼭 민족 문제나, 배후 인물의 조종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만 진단한다면 문제의 근원을 잘못 본 것일 것이다.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들의 소득 수준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중국 사회에서 예측 못할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