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경기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9년 말부터 다소 살아난 듯하던 부동산 경기는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이 거듭됨에 따라 향후의 낙관적 전망이 어렵다는 심리적 불안감에 잠재적인 수요마저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동산 경기 침체는 외국인에게는 투자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가격 끝없이 하락세 지속…

 

외국인들에겐 투자 기회로 작용

당초 미국의 경제 붕괴는 부동산 주택담보 모기지 융자의 붕괴에서 비롯됐다. 공식적으로 미국 경제 침체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 끝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아직도 부채를 걱정하고, 실업자들을 줄여야 하는 등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다.

실업률은 8.8%로 줄어들었지만 1년 이상 취업을 하지 못한 실업자가 70만명 이상이며, 새롭게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이들이 한 달 평균 40만명을 오간다. 실업률이 더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경기침체의 배경이 된 미국의 주택경기 붕괴는 아직까지 200만 채에 달하는 차압물량이 시장을 짓누르고 가격하락 압박요인으로 작용하는가 하면, 신규주택 판매는 물론 기존 주택매매 역시 감소하는 등 아직도 부동산 경기 호전과는 거리가 멀다.

일부에서는 실업률이 더욱 낮아지고 주택난이 해소돼야 비로소 미국 경제가 살아났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의 고용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 다소 여유가 생겨날 것이라고 진단하지만 미국의 주택시장은 아직 엄동설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1분기 동안 미국의 주택경기는 가격 측면에서 전국적으로 평균 4.3%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만 해도 미국 전체 20개 대도시 지역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12월 대비 1% 떨어졌다. 이는 무려 6개월 연속해서 가격이 하락한 것이며, 유일하게 워싱턴 DC만 약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은행에 압류된 주택 앞에 할인 매각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미국 주택경기 부진 면치 못해

2009년 1월과 비교한 1년 전보다도 무려 3.1%가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가 더욱 악화된 셈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기가 다소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고용이 살아난다고 말하기는 다소 어렵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와 케이스 쉴러가 공동으로 조사한 주택가격지수를 보더라도 미국의 주택가격은 2009년에 깊은 골을 보여준 뒤 2009년 말부터 다소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으나 다시 올 1월 이후부터 가라앉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집계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기존 주택의 중간가격(Median Price)은 2월 들어서만 무려 5.2%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15만6000달러(1억7000만원선)다.

이 같은 가격은 지난 9년 동안의 주택 중간가격 가운데 가장 낮다. 공식적으로 경기침체가 끝난 뒤임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더 내려간 것이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더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주택시장은 이미 더블딥”이라는 말도 나온다.

더블딥 언급 배경에는 올 한 해 동안 미국 주택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즉 내림새인 집값이 올해 내에 10~15%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소비자들에게 금융과 주택부문 정보를 제공하는 코어로직은 “적어도 올해 미국 내 집값이 5% 이상은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에 가서야 주택가격이 바닥을 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NAR의 실측에 따르면 지난 2월에는 가격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주택의 매매도 크게 줄었다. 기존주택의 경우에는 2.8%가 줄었으며, 신규주택의 경우 판매 부진이 더욱 심해 무려 28%나 감소했다. 주택매매 실측이 1년 전과 비교해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침체가 끝난 뒤 매매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신규주택 매매의 하락은 특히 신규주택 판매에 대한 데이터가 기록돼 온 이래 가장 적은 수로, 사상 최소의 판매 수치다. 이 부문에서 더블딥은 이미 진행 중이라는 말이다.

신규주택 가운데 단독주택의 경우도 무려 16.9%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2월에는 25만 채밖에 팔리지 않았으며, 그보다 더 추운 1월에도 30만1000채가 매매됐다는 점에서 부진은 더욱 커 보인다. 지난 2월 북동부 지역의 주택매매는 무려 50%가 감소했으며, 주택시장은 실질적으로 이 시기에 “죽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신규주택의 가격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규주택의 중간가격은 1월에 비해 무려 13.9%가 떨어진 20만2000달러(2억2000만원선)선에 머물고 있다. 미국 경제 침체가 시작된 2007년 12월의 가격이 22만7000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2009년 6월 경기 침체가 끝난 이후 가격이 더 내려간 것이다.

물론 전체 평균치 중간가격보다는 높으나 신규주택의 가격이 이 정도 선에서 형성됐다는 것은 2006년의 30만 달러를 호가하던 수준에 비하면 아찔한 추락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한때 라스베이거스에 호화 콘도를 매입하지 못해 안달이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사고 싶어하던 라스베이거스의 주택가격은 이미 48% 폭락한 상태다. 네바다 주는 플로리다 주와 함께 차압률이 40%를 웃도는 등 주택경기가 폭락한 지역이다.

부동산을 좋아하는 한인들은 가까이는 캘리포니아 주, 멀리는 네바다 주와 플로리다 주의 주택을 저마다 사들였으나 폭락한 가격에 차압만이 유일한 대안인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요즘은 한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역은 워싱턴 DC. 전국적인 주택가격의 하락에도 워싱턴 DC는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1분기에 4% 이상 올랐고 최근에도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워싱턴 DC의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은 한인들이 몰려드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설명이다. 일주일에 2~3명의 한인들이 부동산을 찾아 집을 알아봐 달라는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으며, 이러한 문의가 실제 거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워싱턴 DC 지역은 연방정부의 거대한 예산집행 기관이라는 동력 아래 주변지역인 버지니아 주와 메릴랜드 주 등 인근 베드타운은 실업률이 5%대를 유지하는 등 낮은 상황이다. 소득 또한 높은 지역으로 DC 인근 폴스처지 시는 평균소득이 12만 달러대로 전국 1위의 부촌으로 알려져 있다.

-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주택 단지.
-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주택 단지.

워싱턴 DC 지역 주택가격은 상승 분위기

게다가 서부 지역의 캘리포니아 주가 이미 주재정이 바닥 나 파산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공교육 제도가 무너지고, 히스패닉계가 몰려들면서 학교가 어수선해진 지 오래다. 뉴욕 역시 최근 들어 예산 부족에 따른 교사 부족 등으로 공교육이 제 구실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 비해 버지니아 주의 페어팩스 카운티나 메릴랜드 주의 몽고메리 카운티는 미국 내에서도 최고의 학군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여기에다 연방정부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존재하면서 이 지역의 경제를 이끌어 유일하게 주택가격이 오르고 인구가 집중되고 있다. 한인들 역시 멀리는 LA지역에서 가까이는 뉴욕 등지에서 몰려들고 있다.

이 지역은 이미 차압주택 물량의 가격이 싸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한인들은 물론 호주와 캐나다 등지에서 주택구매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차압물량이 오히려 매력적인 매물로서 일반 주택 가격을 호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두 종류의 시장으로 가늠해야 한다고 진단하는데, 이는 전국적인 추세와 워싱턴 DC 지역 등 2가지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올 한 해 내내 5~15%까지 하락을 예상하는 미국의 주택시장에서 워싱턴 DC 지역만큼은 약 2~5%의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인들에게 올해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내 집 마련 차원에서 기회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침체에 허덕이는 미국의 주택시장은 미국행을 염두에 둔 잠재적인 한인의 이동 움직임을 고려할 때 워싱턴 지역은 서서히 주택 투자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는 호주나 캐나다, 중국인들의 좋은 투자처로서 주택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가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에게는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