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중산층 노려라”…

    

 지역특성 따른 정밀 마케팅도 필요

- 중국 상하이 시내 고급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매장을 찾아온 중국 고객들이 매장 직원의 화장품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중산층 인구가 가장 많이, 가장 빠르게 늘어날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미국의 전략경영컨설팅 업체인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이 지난해 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매년 평균 5%의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GDP 기준)을 달성한다고 가정할 경우, 가구별 연간 가처분소득이 6만 위안(미국달러 기준 9000달러)이 넘는 ‘중산층 및 부유층’(Middle and Affluent Class ·이하 MAC) 인구는 지난해 1억5000만명에서 2020년에는 4억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가구(家口) 숫자로 환산하면 2005년 당시 MAC에 해당하는 중국 내 가구수는 총 1100만이었으나 2010년에 5000만 가구에 달했고, 2020년에는 1억3000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라는 계산이다. 휴버트 슈 BCG 선임 파트너는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연간 가처분소득이 6만 위안을 넘어설 경우, 개인소비가 급증한다”며 “이는 동시에 향후 10년 내 지금의 상하이 시민들의 가구당 가처분소득보다 구매력이 큰 도시가 중국에 최소 330개 이상 새로 생겨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국만큼 신흥 소비계층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비즈니스에서 성공과 실패는 곧 해당 기업의 생사와 직결된다. 동시에 기업들이 중국 비즈니스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정교하고 전략적 접근과 입지 선정 등이 절실하다.  

실제로 BCG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서 기업들이 중국 전체 70%의 MAC급 소비자를 커버하고자 할 경우, 2005년에는 70개 도시에 진입하면 됐으나 2010년에는 240개, 2020년에는 400개 도시에 진출해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2개의 성과 5개의 자치구, 4개의 직할시와 2개의 행정특별구 등 33개 단위로 이뤄진 중국은 사실상 33개 모두가 ‘개별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별 성이나 도시별로 법과 제도, 규정, 비즈니스 관행, 문화적 풍토 등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1~6급 도시만 661개나 되는 중국에서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마케팅 포인트를 점검해본다.  

BCG는 최근 발표한 ‘중국의 소비력 비밀 풀기(Unlocking China’s Consumer Power)’ 보고서에서 “중국 소도시에 사는 중산층 이상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밝혔다. 대도시 중산층이 높은 주택비와 비싼 생필품 가격 등으로 생활비 부담을 겪고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부 영향에 노출돼 있는 반면, 소도시 중산층은 생활비 부담이 적고 외부 여건 변화에도 둔감한 게 큰 이유다.

구매의사와 소비습관에서도 소도시 중산층은 대도시 중산층보다 적극적으로 비싼 물건을 구매하려는 성향이 돋보였다. BCG가 설문조사한 7개 지역, 28개 소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은 대도시보다 구매결정 속도가 더 빠르고, 제품의 기본 기능을 중시하면서 소비를 통한 만족감이 대도시 중산층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CJ홈쇼핑의 첫 중국자회사인 동방 CJ홈쇼핑의 방송 장면. 동방 CJ홈쇼핑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중국 내 중상류층의 고급 유통채널로 자리 잡으며 성공했다.

‘매니 시티(many city)’ 전략으로 승부하라

제프 월터스(Walters) BCG 상하이 사무소장은 “소도시 중산층은 대도시에 비해 구매 전에 망설임이 적고 지역 브랜드와 TV 광고를 더 신뢰한다”며 “이는 소도시에 본격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브랜드가 많지 않은데다 소비 패턴이 대도시보다 덜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국적 기업 입장에서 볼 경우, 중국 소도시의 중산층 소비자들이 절대 절명의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소도시 내에서도 지역별 특성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난징, 청두 같은 도시군에 거주하는 MAC 소비자는 지출을 늘리더라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구매하지만, 우한과 선양 도시군의 MAC 소비자는 반대로 고품질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실속 있는 구매에 관심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난징의 경우, 동부 연안에 상대적으로 가까워 금융위기 등의 영향을 받아 보수적인 소비성향을 보인 반면, 청두 등 내륙지역 소비자는 그 영향을 적게 받아 성향도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동부 연안에 있는 광저우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중서부 내륙에 있는 시안의 MAC 소비자는 본토 브랜드를 더 즐겨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BCG는 “중국 소도시 시장에서 기업들은 도시별 소비습관과 소비태도, 제품 선호도 등에서의 구체적인 지역별 차이점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이제는 인구 200만~1000만명 단위의 거대도시를 공략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구 50만~100만명의 내륙도시에까지 범위를 확장하는 ‘매니 시티(many city)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급속한 소득상승이 예상되는 개별 도시에서 어떤 상품 분야에서 얼마만한 비즈니스 기회가 추가로 생겨날지, 즉 해당 도시의 시장 잠재력을 최대한 정치(精緻)하게 분석하고 파악하는 게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정확도가 높은 자료를 사용하거나 충분한 조사를 통해 시장분석을 해야 자원배분이나 마케팅, 투자 등 분야에서 향후 손실 발생과 실패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의 타깃 소비계층이 가장 많은 도시들을 잘 선별해 어떤 방식으로 진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 시장 진출시 또 하나 신경써야 할 부분은 중국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소비수준이 상승하는 동시에 기업들이 진출해야 할 시장범위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 속도가 시장 성장의 속도를 좇아가지 못한 채 뒤처진다면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반대로 성급하게 시장에 뛰어들어 과도한 선행투자를 하는 것도 경계 대상이다. 즉, 무리한 과대 투자와 지나치게 신중한 과소 투자의 위험성을 감안해 투자 효율과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모두 높이는 균형 있는 진출 전략이 요청된다.

문화 배경과 경제수준, 의식 등이 완전히 다른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적합한 상품개발과 품질관리, 적절한 가격 선정이 기본이다. 또 어떤 지역이나 시점에서는 계몽활동에 가까운 저가 판촉 서비스·홍보·교육을 하고 다른 경우에는 고급 품질관리로 브랜딩(Branding)을 하는 등 시장을 리드하는 ‘마케팅 믹스(Marketing Mix)’ 노력도 필요하다. 

지역여건 맞는 물류센터·생산거점 만들어야

중국 현지 특성 차이가 크게 드러나는 분야로는 상품 유통·물류 구조가 첫손에 꼽힌다. 중국에서 인구 200만명이 넘는 1·2급 도시에서 식품·잡화를 취급하는 유통 체인의 경우,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유통업체의 점유율은 15% 남짓인 반면, 로컬 대리상들이 85%를 차지(2008년 BCG 조사)하고 있다. 3급 이하 도시에서 전국 단위 유통 판매업체의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많은 로컬 소매업체들이 현지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진출 기업들이 효과적인 비즈니스를 하려면 중소 대리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최소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판매체제를 갖춰야 한다. 

공급망도 마찬가지다.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대형 물류회사가 없고 기본 인프라도 부족하기 때문에 신규 도시에 진출할 때는 그 지역 여건에 맞춰 창고나 물류센터, 또는 생산거점을 만들어야 한다. 동부 연안이나 대도시를 넘어 내륙지역의 소도시로까지 진출해 사업 활동범위를 확장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이와 관련된 투자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중국의 면적은 남한의 97배에 달한다. 그러나 이 넓은 땅을 잇는 유통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해 중국의 물류비용은 GDP의 20%에 달한다. 이는 미국(5%)이나 한국(10%대)의 2~4배 규모이다. 또 선진국에서는 제품이 재고 창고에 머무는 기간이 보통 10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이의 3배에 달하는 30~45일이 걸린다. 

이런 점에서 미국 가전 전문회사인 월풀(Whilpool)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월풀은 유통망 구축에 실패, 직영점과 현지인을 이용한 대리점 방식을 네 차례나 바꾸었다. 수십억원의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현지 시장점유율이 0.33%에 불과하다. 이는 아무리 제품의 질이 좋고 마케팅을 잘해도 중국 현실에 맞는 유통망을 구축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생생한 증거다.

반대로 휴대폰 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는 지역별로 경제발전 수준과 유통구조 등이 크게 달라 일률적인 대리점 확대 및 관리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각 내륙지역의 판매점별로 대리권한을 차등 부여하는 등 대리점 관리의 효율성을 높였다. 구체적으로 중국 내륙지방으로 갈수록 대리점의 파워가 커져 원활한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간파하고 대리점별로 성과에 따른 차등 대우를 확실히 하고 독자적인 정보수집망을 구축해 각 지역 판매채널에 대한 세심한 계획을 세워 집행함으로써 수많은 글로벌·토종 업체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작년 말 현재 30%대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 중국 상하이 백화점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