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예술품 경매회사 ‘빅3’가 중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미국의 소더비가 지난 10월23~24일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두 곳에서 사상 처음으로 중국 예술품을 경매했고, 영국 크리스티도 같은 날 베이징 레기스호텔에서 경매품 사전 전시회를 가졌다. 독일 경매회사인 나겔은 지난 봄 처음으로 중국 본토에서 경매품 전시회를 가진 데 이어, 10월22일 베이징 레기스호텔에서 두 번째 전시회를 가졌다. 10월 마지막 주말에 세계 경매회사 ‘빅3’가 중국에서 일합을 겨룬 것이다. 특히 나겔은 사전 전시회에 이어, 11월 중 2000여 점의 중국 예술품에 대한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메이저 경매회사들이 너도나도 중국을 찾는 것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인들이 세계 경매시장의 ‘큰손’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소더비가 지난해 가을 뉴욕에서 실시한 경매에서 중국 예술품 구매자의 13%가 중국인이었다. 그러나 올 3월 실시한 경매에서는 중국인 구매자 비율이 30%로 급증했다.

 장빙창(江炳强) 소더비 중국대표는 “지난 5년간 소더비 경매에서 중국 고객은 3배로 늘었다”면서 “앞으로 중국 예술품의 국제 거래에서는 중국인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서 중국인 ‘큰손’들의 씀씀이도 이들 ‘빅3’가 앞다퉈 중국 시장으로 뛰어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소더비 홍콩 사무소의 대변인 수카신은 “베이징과 상하이 시장에서 중국 서예와 회화 가격은 ‘엄청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거래되는 예술품 가격은 홍콩에서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소더비 측의 설명이다.

 소더비가 베이징 경매 전시회에 내놓은 도자기 중에는 380만달러(약 42억여원)로 평가되는 것도 있었다. 또 나겔이 11월 중국에서 경매에 내놓을 예술품도 5억5000만원으로 평가되는 8개의 사자머리가 새겨진 그릇, 1억5000만원가량으로 평가되는 청나라 옹정제 시대 도자기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 경매회사들은 세계 ‘빅3’의 진출에 맞서 본토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중국 내 최대 경매회사인 가디언경매는 ‘빅3’의 연쇄 공격에 대응해 11월6~9일 베이징 쿤룬호텔에서 대규모 경매를 실시했다.

 가디언경매 코친 총경리는 “외국 경매회사들은 아직 중국 시장에서 넘어야 할 벽이 많지만 우리는 그런 점에서 자유롭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코친 총경리의 말처럼 외국 경매업체가 중국인 고객을 확보하거나, 중국 본토 시장을 뚫는 것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의 자본시장 규제다. 예컨대 홍콩에서 실시하는 경매에 중국인 큰손들이 참여하려고 해도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환전해서 가지고 나가기가 어렵다. 또 중국 본토에서 경매를 실시할 경우 외국인이 낙찰을 받더라도 가져 나갈 수 없는 상품들이 많다. 경매의 주된 상품은 고대 문화재인데, 중국은 문화재의 국외 유출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경매업체들은 중국인들의 ‘가공스러운’ 구매력을 좇아서 중국 본토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4대 문명 발상지인 중국, 유구한 역사를 거쳐 온 중국 예술품을 놓고 본토 업체와 외국 ‘빅3’ 경매업체간의 승부가 가열되고 있다.

조중식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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