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는 올해 ‘완전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계장 이하급 일반사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연공서열에 따른 모든 수당을 없애고(초과 근무수당 제외) 3단계 자격으로 평가한 뒤 기본급과 승급을 결정하기로 했다.

 최근 일본의 임금 협상에서는 성과급 도입이 핵심이다. 일본은 이미 기본급 인상이란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됐고, 임금 협상은 보너스를 몇 개월치분 주는가에 따라 끝난다. 이젠 호봉제도를 남겨 놓는가가 논의되는 상태다. 마쓰시타, 히다치, 닛산 등이 완전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급제를 놓고 일본에서는 현재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성과급 도입이 장기적으로 놓고 봤을 때 기업의 실적을 올리기는커녕 회사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원래 ‘연공서열’, ‘종신고용’을 트레이드마크로 삼아 온 나라이고, 이런 제도에 ‘일본형’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에선 이런 ‘일본형’이 기업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과 열심히 한 사람에게 차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사실은 기업의 인력 수급 구조라는 큰 원인이 있었다.

 일본에는 ‘단괴세대’라는 세대가 있다. 2차대전 직후의 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은 1970~1980년대 일본 경제의 도약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들이 점차 정년이 가까워 오자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엄청나졌다. 오래 근무해서 호봉은 높은데, 그만큼의 생산력 향상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기존 제도를 바꿔서 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야 했는데, 여기 딱 맞는 명분이 바로 ‘성과주의’였다.

 성과주의는 1990년대 들어서 일본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대기업 중에는 후지쓰(富士通)가 1993년에 선구적으로 도입했다. 일본 언론들도 후지쓰의 제도를 ‘기업의 개혁’으로 간주해 호의적으로 다뤘으며, 이후 더 많은 기업에 보급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중 약 80% 정도(관리직 82.2%, 관리직 이외 78.8%)가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있다.

 성과급 제기능 못해

 그러면 이렇게 열병처럼 번진 성과급제가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실제로 도입해 본 회사들이 만족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성과급제를 도입한 회사 중 ‘성과급제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대답한 회사는 불과 16%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일본에서는 <안에서 본 후지쓰 ‘성과주의’의 붕괴>라는 책이 출판돼 두 달 만에 21만 부가 팔리는 빅히트를 쳤다. 저자인 조 시게유키(城繁幸)는 일본 성과주의의 상징인 후지쓰에서 줄곧 인사 실무를 담당하던 전직 사원으로, 책은 일종의 내부 고발서이다.

한때 모범 케이스였던 후지쓰는 IT 거품 붕괴와 함께 엄청난 적자회사로 전락했고, 다른 기업들이 회복하는 와중에서도 여전히 부진하다. 2004년도에는 흑자를 봤지만 보유 주식 매각과 임금 삭감에 의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후지쓰는 2000년 이후, 이미 따놓았던 대형 수주에 납기를 대지 못해 계약을 해지당하는 한편 손해배상을 청구 받는 일이 빈번해졌다. 은행들의 공동 네트워크를 납기 내 만들지 못하고, ‘앞으로도 1년 넘게 걸린다’고 해 제소됐던 것은 일본에서는 유명한 사건이다.

 조는 회사 내부에서는 아예 ‘내란의 참상’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술회한다. 사장과 사원이 서로 경영 부진의 책임을 미루고, 내부에서는 인사를 둘러싸고 주먹다짐이 벌어지고, 스트레스에 사원이 자살하고, 기술개발진이 회사 기밀을 빼내 도망가는 사건이 이어졌다. “이런 회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인터넷에서 공공하게 욕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다른 회사의 좋은 인재를 스카우트했으나, 반대로 이번에는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늘었고, 이는 곧 좋은 인재 자체가 후지쓰에 스카우트를 거부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신입사원 중 입사성적 상위자는 모두 곧 회사를 그만뒀다. 사원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아예 찾아볼 수 없어졌다.

 후지쓰는 회사의 목표에 따라 목표량을 할당하고, 그것을 개인 단위로 분배하는 등 ‘목표관리제도’를 도입했는데, 이것이 큰 문제였다고 한다. 또 실제로 평가 과정에서는 성과가 좋은 A급과 SA급의 인원 수 배분을 둘러싼 부서간 암투가 벌어졌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절대평가제’를 보충하자 전원 좋은 평가를 받는 등 실제 운용이 어려웠다고 조는 뒤돌아봤다.

 확실한 평가기준 도입 필요

 성과급이라는 것은 실제로 ‘경영자의 꿈’이지만, 도입 의도가 근본적으로 임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 찬성할 수 없다는 의견도 일본에서는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세계적인 특허와 관련해 개발 엔지니어가 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어 승소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들은 ‘부당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성과’를 중요시하는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면 당연히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성과급을 도입했다가 포기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일본 동해고무공업은 1997년에 폐지했던 관리직의 ‘연령급’을 지난 4월부터 부활시켰다. 성과급을 실시하기 전에는 연령급에 대해 ‘악평등’이란 얘기가 많았지만, 실제로 성과급을 해보니 상사의 ‘평가’에 목을 매게 되고, 상사와 관계가 나쁜 경우는 5년 이상 전혀 임금이 오르지 않고 이 때문에 회사 전체가 의욕을 잃게 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경제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샐러리맨 중 자신에 대한 평가에 만족하는 사람의 비율은 성과급 도입 후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며, 전체 회사의 67.2%가 직장에서의 ‘마음의 병’이 늘고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성과급 도입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들도 ‘과거 회귀’를 내놓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성과급에  팀 단위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든지, 좀 더 확실한 평가기준이나 평가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식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봐서는 그 부작용들이 성과주의란 본질에 닿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성과급이란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현재 성과급 바람은 오로지 단괴세대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고안된 것이고, 이들이 모두 현장을 떠난 뒤에는 성과급 바람 역시 잦아들 것이라는 논리다. 일본은 이전에도 몇 번 성과급 바람을 겪었지만 결국 숙련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 주는 것이 최고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특히 근로자 개인으로 봐서는 장기적으로 자신의 임금을 예측하고 인생설계를 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벌어 조기 은퇴하는 서구 기업과는 같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흡 조선일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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