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고 부자는 삼성 이건희 회장(62)이다. 선대(先代)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삼성그룹을 물려받아 기업 가치를 키우면서 자신의 보유 주식 가치도 그만큼 높였다. 2대에 걸친 재산 축적과 증식이 이 회장을 한국 최고의 갑부로 만들었다.

 그러면 중국의 최고 부자는 누굴까. 이제 갓 35세에 불과한 청년이다. 가전 유통업체인 궈메이(國美)전기의 황광위(黃光裕) 회장이 최근 중국 부호(富豪) 조사 전문가 후룬(胡潤, 본명 루퍼트 후게베트프)이 발표한 ‘중국 100대 부호’ 중 최고 갑부 자리를 차지했다. 총 재산은 105억 위안(약 1조57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그는 30여 평 남짓한 가전판매점을 창업한 지 18년 만에 13억 인구 중 최고 갑부 자리에 올랐다. 명실상부한 중국판 ‘억만장자 탄생 신화’의 주인공이다.

 후룬이 발표한 ‘중국 100대 부호’는 최근 중국에서 단연 으뜸 화젯거리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인들에게 돈벌이는 최고 관심사이다. 부자들의 성공 스토리에 관심이 많고, 부자에 대한 인식도 우리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100대 부호 평균연령 46.1세

 ‘중국 100대 부호’ 리스트가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 부호들의 면면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사회와 경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35세의 청년이 13억 인구 중 최고 갑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중국 경제다. 10위권 안에 든 부호들 중 35세 이하가 3명이나 포함돼 있다. 또 40세 이하가 100명 중 26%를 차지할 만큼 젊은 부호들이 많다. 평균 연령도 46.1세에 불과하다. 중국은 아직 단번에 부를 축적할 기회가 많다는 말이다.

 황광위는 16세이던 1985년 인민폐 4000위안(약 60만 원)을 들고 내몽골로 가서 처음 장사를 시작했다. ‘궈메이’ 브랜드로 본격 창업한 것은 1987년 베이징에서 가전판매점을 열면서부터. 낮에는 가전제품 판매업을 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서 공부하는 주경야독 생활을 하면서 그는 불과 18년 만에 중국 25개 도시에 130여 개 가전양판점을 보유하는 최대 갑부 자리에 올랐다.

 중국의 두 번째 갑부는 더 젊고, ‘신화 창조’에 걸린 시간도 더 짧다. 올해 31세에 불과한 온라인게임업체인 상하이 샨다(盛大)네트워크그룹 천톈챠오(陳天橋) 회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5월 나스닥에 상장한 회사 주가가 급등하면서 88억 위안(약 1조3200억 원)의 재산가로 떠올랐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건 그의 성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한국 온라인게임업체가 개발한 ‘미르의 전설2’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르의 전설’ 시리즈를 중국에 서비스하면서 급성장했다. 그는 상하이 푸단(復旦)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창업 열풍이 불던 지난 1999년 샨다네트워크를 창업해 불과 5년 만에 중국 제2의 부호 자리에 올랐다.

 3위 갑부로는 룽즈젠(榮智健·62) 중신타이푸(中信泰富) 회장. 중신타이푸는 중국의 대표적 국영기업인 중국투자신탁공사의 홍콩 자회사로, 룽 회장은 부친이 전직 공산당 최고위급 간부여서 대표적인 ‘붉은 자본가’로 꼽힌다.

 부호 명단 끝자리(100위)를 차지한 리닝(李寧·41)도 재미있는 인물이다. 그는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한 중국 체조 영웅이다. 1989년 신발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리닝체육용품’을 창업해 스포츠 스타도 재벌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100대 부호 명단은 중국 경제의 역동성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의 100대 부호 중 32명이 탈락하고, 그 자리에 신흥 부호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후룬이 2001년부터 중국 대륙의 100대 부호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매년 최고 갑부(1위) 순위가 바뀌고 있다. 첫해는 신시왕(新希望)그룹과 둥팡시왕(東方希望)그룹을 이끈 류융하오(劉永好)·류융싱(劉永行) 형제가, 2002년은 중신타이푸그룹 룽즈젠 회장이, 2003년에는 인터넷 포털업체 왕이(網易)의 딩레이(丁磊) 회장이 각각 중국 최고 부호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는 지난해 27위에 머물렀던 황광위가 1년 만에 재산을 18억 위안에서 105억 위안으로 늘리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부호들의 부침 심해

 빌 게이츠가 11년째 미국 최고 부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 부호들의 부침이 매우 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으며, 재산 축적의 기회도 많다는 말이다.

 100대 부호 명단은 또 중국 사회·경제의 변화와 발전 방향을 반영하고 있다. 후룬의 대변인 천빙은  “100대 부호 명단을 분석하면 중국 경제 발전의 궤적이 국제 조류에 접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중국 각 지역에서 도시화 진행이 확대되면서 부동산개발·철강·기초건설 산업 분야에서 여전히 부를 축적할 기회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 개발 분야는 올해 100대 부호 중 45명을 배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52명에 비해 숫자가 줄어들어 점차 그 위세는 약해지고 있는 중이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추진되고 있는 국유기업 개혁이 ‘억만장자 탄생 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석유 산업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평안보험이 상장되면서 주주사인 원신행투자(源信行投資)의 류팡(劉方) 회장이 16위 부호에 오른 것이 대표적인 예다. 24위 부호에 오른 스더(實德)그룹 쉬밍(徐明) 회장과, 48위 부호 타이산(泰山)석유 차이톈전(蔡天眞) 회장은 석유제품 무역으로 부를 쌓은 인물이다.

인터넷 산업의 급성장도 엿볼 수 있다. 부호 2위에 오른 천톈차오 회장을 비롯해 지난해 1위에서 7위로 추락하긴 했지만 인터넷 포털업체 왕이의 딩레이 회장도 부호 리스트 상위에 올라 있다.

 철강·자동차 부자 빠져

 중국 정부가 올 상반기 지속적으로 취한 긴축 정책도 부호들의 부침에 영향을 끼쳤다. 중국 정부가 과열 업종으로 지목해 집중적으로 감시했던 철강·비철금속·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올해는 100대 부호 명단에서 많이 빠졌다.

 부호들의 지역간 부침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부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베이징은 100대 부호 중 17명이 포함돼 지난해(11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처음으로 상하이 부호 숫자(15명)를 앞질렀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기업은 대부분 통신·정보기술(IT) 등 첨산기술 산업 분야가 많고, 상하이 일대는 철강과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 분야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상하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긴축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100대 부호가 가장 많은 지역은 19명을 배출한 광둥(廣東)이었다. 이 밖에 저장(浙江)·푸젠(福建)·산둥(山東)·장쑤(江蘇)성도 100대 부호를 많이 배출한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 100대 부호가 집중된 것은 이 지역이 중국에서 경제 발전이 가장 급속히 이뤄지는 곳임을 입증한다.

조중식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최흡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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