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화 허용 이후 가격 폭등세 … 종부세 도입 등 해결책 마련 안간힘

 “공평한 정의는 태양보다도 밝게 빛난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지난 3월14일에 한 말이다. 원자바오는 3월5일부터 열흘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 마지막 날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회견 끝머리에 싱가포르 기자가 “(현재 중국 사회에는) 수입과 분배의 불균형을 비롯한 이런 저런 불공평이 존재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할거냐”고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1949년 10월에 중국공산당이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이란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였다. 인민들의 의·식·주생활이 너나 나나 별 차이가 없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1978년 경제개혁과 대외개방 정책이 실시되면서 중국은 ‘평등’보다는 ‘발전’을 앞세워서 추진해왔다. 그 결과 30여 년이 지난 요즘 중국은 인민들의 생활에서 불평등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불평등 가운데에서도 인민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고 있는 부분이 주(住)생활이다. 중국인들이란 입고 먹는 문제에서는 졸부들이 해외에서 산 명품을 입고 뽐을 내고, 하루 저녁에 보통사람들 몇 달치를 눈 깜짝 않고 먹어치우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도 ‘그러려니…’하고 지낼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찌 된 판인지 주택 문제만은 같은 직장 내에서도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도 있고, 호화 별장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직도 자기 집을 갖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있다고 하더라도 좁아터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형편이라 중국의 보통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중국에서는 집을 ‘팡즈(房子)’, 줄여서는 ‘팡(房)’이라고 한다. ‘상품방(商品房)’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사고파는 거래의 대상이 되는 집이라는 뜻이고, ‘경제적용방(經濟適用房)’은 경제성을 살린 주택이라는 뜻이며, ‘이수방(二手房)’이라고 하면 이른바 ‘중고 주택’이란 뜻으로, 새로 지어져 팔리는 집이 아니라 한 번 이상 거래된 집이라는 뜻이다. ‘상품방’이건 ‘경제적용방’이건 새로 지어져서 팔리는 집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체로 상품방이라고 하면 132~165㎡가 넘는 큰 집을 말하고, 경제적용방이라고 하면 99㎡가 채 되지 않는 소형 아파트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비슷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재빠르게 큰 집을 장만해서 떵떵거리는 사람들과, 어쩌다 보니 조그만 경제적용방을 겨우 마련해서 사는 사람들로 운명이 갈라져서 서로 시기와 질투를 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가 하면 넓은 집을 두 채, 세 채 가진 사람도 많아졌고, 대도시 근교에 별장까지 마련한 사람도 생겨났다. 

 큰 집을 지니고 살게 된 사람일수록 또 어느새 아우디, 벤츠 등 좋은 승용차까지 마련해서 주말이면 달려가 쉬고 오는 모습도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미 새로운 풍경이 아니다. 그러니 눈치가 빠르지 못해 경제적용방에서 살면서 그런 모습을 구경만 해야 하는 인민들은 부아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도 그런 점을 의식해서 지난 3월5일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앞으로 한 해 동안 다음과 같은 부동산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일부 도시에서의 주택 가격 폭등을 억제하고, 인민 군중들의 기본적인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도록 할 것입니다. 중앙정부 재정에서 작년보다 18억위안(약 3000억원) 늘어난 632억위안의 보조금을 지원해서 인민들의 주택 마련을 도울 것입니다. 300만 호의 주택을 올해 안에 건설할 것이며, 280만 호의 주택 개량 사업도 지원할 것입니다. … 투기성 주택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신용대출을 차별화하고, 주택에 대한 세금부과제도를 개선할 것입니다. …”

98년 사유화 허용 이후 주택 불평등 문제 심화

 과거에 사회주의 국가였고, 지금도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라고 강변하고 있는 중국은 원래 주택을 국가가 배분해주던 시스템을 갖고 있던 나라다. 그러던 중국은 불과 12년 전인 1998년 7월 이른바 ‘도시 주택제도 개혁과 주택 건설 촉진에 관한 국무원 통지’를 통해 주택 사유화와 매매를 허용했다. 그 이전까지는 소속 직장, 이른바 ‘단웨이(單位)’가 공유주택을 지어서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주택분배제도를 주택제도의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기존 직장 소유의 공유주택을 개인에게 매각하고 이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본격적인 주택 사유화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인민들의 주택 소유에 천차만별의 불공평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사람은 당시 헐값에 괜찮은 주택을 갖게 됐고, 부부가 함께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경우에는 두 채를 갖게 됐다. 그렇기 못한 사람들은 이른바 좁아터진 ‘로우팡(樓房: 아파트)’이나, 대체로 주거 여건이 열악한 ‘핑팡(平房)’에 살게 됐고, 그나마 농촌에서 도시로 흘러온 막노동꾼이나 행상들은 반지하방에 세들어 살게 된 것이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주택 사유가 허용된 1998년 7월 이후 2000년 말까지 155만 가구가 베이징 공유주택 전체 면적의 64%에 해당하는 면적을 사유로 확보했고, 상하이·광저우·선전 등 비교적 사유화에 앞선 7개 도시는 공동주택의 사유화 비율이 90%에 이르렀다. 그러나 원자바오를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빠른 속도로 비싸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세상에서 살다가 주택의 사유가 허용된 이후 뒤늦게 “싼 집이 있으면, 은행 융자라도 받아 사두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부동산 투기에 나서면서 웬만한 중국 대도시의 주택 가격이 빠른 속도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지난 2008년 10월 미국 발 금융위기의 태풍 속에서 일시 주춤하는 듯 하더니, 2009년 4~5월 사이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러더니 중국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70개 도시의 주택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7%나 비싸지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공평한 정의는 태양보다도 밝게 빛난다”고 말한 이유는 자신을 비롯한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이 원래 평등을 추구하던 공산주의자였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말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주택과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평한 정의가 태양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빛이 바래가고 있다. 원자바오의 말은 그런 답답함을 거꾸로 표현한 것이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한 중국공산당 간부는 “주택 문제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당 지도부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1가구2주택에 부과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종합부동산세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주택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중국 경제와 정치에 언제든 태풍의 핵이 될 수 있는 문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