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동거’ 유지에 9㎡에 40여 명 사는‘달팽이집’까지 등장
 ‘불편한 동거’. 프랑스 정당들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젊은이들이 홧김에 이혼을 하고도 급등하는 집값 때문에 집을 팔지 않고 같이 살던 집에 그냥 눌러 산다는 이야기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조간신문 <북경신보(北京晨報)>가 지난 4월12일 전했다. 1980년 이후에 출생한 이른바 ‘바링허우(八零後)’들, 어린 시절에는 ‘소황제’라는 말을 듣던 바링허우들이 거침없는 성격 때문에 이혼율이 30%에 달하고, 이들 가운데 10%는 이혼신고를 한 뒤에도 따로 나가 살 집을 마련하지 않고 그냥 한집에 머물러 살고 있다는 것이다. 성이 각각 린(林)과 양(楊)인 두 바링허우 부부의 경우 1년여 전에 결혼을 하면서 부모의 도움을 받아 베이징에서 120만위안(약 2억원)을 주고 공동명의로 사서 입주한 방 두 개짜리 아파트 가격이 최근에 300만위안으로 껑충 뛰자 이혼한 마당이긴 하지만 더 오르기를 기다리면서 방 하나씩을 차지한 채 그냥 살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전국인민대회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화두로 부동산 가격 폭등을 지목했으나 집값 폭등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물경제 정책 입안자들이 해결해야 할 최대의 난제가 되고 있다. 베이징 지식인들이 가장 많이 보는 조간신문 <신경보(新京報)> 4월15일자는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수치를 인용해서 ‘지난 3월 한 달 동안 전국 70개 도시의 주택 가격 상승폭이 11.7%에 달했다’고 전했다. 벌써 10개월째 상승세만 기록하고 있다. 관광지로 유명한 하이난 성의 주도 하이커우 시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4.8%나 폭등했고, 섬 남쪽의 싼야에서는 57.5% 상승했다. 동중국해 중부연안의 원저우도 22.3%의 오름세를, 남부의 광저우 시도 20.3%나 올랐다.

집값이 말 그대로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오르다보니 ‘달팽이집(蝸居)’도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달팽이집’이란 9㎡이 채 되지 않는 방 한 칸에서 사는 경우를 말하는데, 인구 3000만 명의 충칭에서는 195㎡(약 59평)짜리 주택을 25개로 분할해서 9㎡(3평 미만)짜리 달팽이집을 만들어서 40명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도 앞무릎이 건너편 벽에 가닿을 공간밖에 없는 집이다.

원래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이 주택분배제도를 포기한 것은 1998년이었다. 1978년에 열린 이른바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 경제정책을 선언한 지 20년 만이었다. 그때까지 중국 젊은이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얻으면, ‘단웨이(單位·직장)’가 확보하고 있던 집을 한 칸씩 분배해주었다. 괜찮은 국영기업에 다니는 젊은 남녀는 각각 나누어 받은 집을 유지하기 위해 결혼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것이 1998년의 이른바 ‘팡가이(房改·주택제도 개혁)’로 각 주택 거주자를 소유자로 지정한 뒤 주택 거래를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사회주의식 주택분배제도를 폐지하고, 자본주의 경제 방식으로 주택을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는 베이징 시내에 집을 두 채 갖고 있다. 1998년 팡가이 때 대학교수인 집사람이 대학이 분배해준 아파트 한 채의 소유자가 됐고, 나도 내가 다니는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아파트 한 채의 소유자로 지정됐다. 두 채 다 베이징 시내에 있는데 그동안 값이 많이 올라서, 얼마 전에 한 채를 팔아 베이징 외곽 온천지대에 신축한 빌라형 고급 전원주택을 한 채 샀다. 요즘 주말마다 집사람과 아들 셋이서 승용차를 몰고 가서 온천욕을 하고, 생선이나 고기를 구워먹으며 쉬다가 오는 생활을 즐기고 있다.”

최근 서울에 온, 50대 중반의 정부 산하 연구소 연구원은 그러면서 “베이징에 오면 우리 별장에 한번 놀러가자”면서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인다. 대학시절까지 사회주의 국가에 살았던 그는 사회주의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그러나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는다. “팡가이 당시에 좋은 국영기업이나 정부기관에 다니고 있어서 대도시에 좋은 집을 소유하게 된 사람, 경제 발전의 바람을 타고 큰돈을 벌어 괜찮은 주택을 장만한 사람들은 아직도 일부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인민들은 집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택정책에 관한 한 ‘사회주의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도 한다. 주택이 거래제로 바뀐 이후에 사회로 진입하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도 살 집을 구하지 못해 쩔쩔 매는 그런 사회라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한국의 종합부동산세를 중국 정부가 도입 여부를 놓고 연구 중이다”라고 귀띔해준다. “나같이 집을 두 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중과세 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자아비판형 견해를 덧붙이면서.

그의 귀띔이 농담이 아닌 듯 4월14일 관영 <신화통신>은 원자바오 총리가 국무원 상무회의를 소집해서 내린 지시를 전한다. “전국의 도시행정 책임자들은 주택 가격 상승 억제에 최선을 다하라.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책임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인민들의 주택 확보와 주택용지의 안정적인 공급에 유효한 조치들을 취하라. 주택 구입을 위한 금융기관의 대출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 개인들의 주택 소유에 대해 조세정책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연구하라.” 

아무리 열을 떨어뜨리려 해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이른바 ‘고소불퇴(高燒不退)’의 주택 시장에 대해 행정지도를 통한 정부 가격 고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그럼 다시 사회주의 시절로 돌아가자는 말이냐”면서 불만을 터뜨리는 소리도 들린다. 중국 경제개혁의 총본부라고 할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한 연구원이 “중앙과 지방의 행정기관들이 신축 주택 가격 산정에 개입해서 합리적인 이윤을 더한 적정 행정지도 가격을 정해주어야 한다”는 건의문을 만든 사실이 알려진 뒤에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다.

그런 가운데 수도 베이징에서는 이미 주택용지가 바닥났다고 전해졌으며, 동쪽 외곽 주택 건설 부지가 많아 보이는 퉁저우 행정 당국도 최근 “앞으로 매매용 주택 건축을 위한 주택용지는 허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의 수많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이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를 떠나 2~3급 지방도시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도 한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걱정하는 중국 지식인들은 “주택난 때문에 중국 전역이 슬럼화하고 있다”며 걱정스러워 하기도 한다. “현재 전국에서 늘어나는 것은 달팽이집 형태의 소규모 주택들”이며 “이런 추세를 그냥 내버려 두다가는 이 시대가 중국 대륙 전체에 소형 불량주택을 양산한 시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중국 안팎에서 들을 수 있는 그런 한숨들을 들어보면 중국은 아무래도 머지않아 두 번째의 주택제도 개혁, 제2차 팡가이(房改)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해볼 수 있다.

또한 제2차 주택제도 개혁이 실시된다면 그 방향은 아무래도 다주택 소유자나 호화주택 소유자에게 세금을 무겁게 부과하는 조세 시스템을 만들거나, 아니면 주택 소유에 대해서만은 사회주의적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상황인 듯하다. 또 그런 조치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질 경우 현재의 다주택 소유자들이 일시에 자신의 주택을 매물로 내놓아 중국 전역에서 집값이 폭락하는 또 다른 혼란이 빚어지지 않을까하는 철 이른 걱정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