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급등 따른 거품 많아 하강곡선 탈 것”VS “중국 정부 시장 관리 능력 탁월, 기우에 불과”
그리스와 터키의 국가부도 위기로 세계 경제가 출렁거리고 있다. 2008년 10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래 자본주의 경제가 밑바닥부터 흔들리는 가운데 그리스와 터키의 국가부도 위기로 시작된 유로(Euro)권 위기는 전 세계의 투자자와 소비자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홍콩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리고 있다. “중국 경제가 앞으로 9~12개월 이내에 붕괴할 것이다.”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만약 위안화마저 붕괴된다면? 생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다. GDP 규모가 올해 들어 이미 일본을 넘어서 세계 2위의 경제로 올라선 중국 경제가 붕괴된다면, 미국발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나마 믿을 건 중국 경제뿐”이라던 중국 경제가 무너진다면, 전 세계 경제가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무너질 가능성으로 곧바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9~12개월 안에 중국 경제가 붕괴될 것이란 무시무시한 예측을 내놓은 사람은 홍콩에서 마크 파버(Marc Faber)란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호주의 중국 경제 전문가 마크 파버이며, 그는 5월3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예상을 내놓았다. 3억달러의 투자자금을 관리하는 파버는 4월21일에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로부터 ‘위험한 신호(Danger Signals)’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파버가 말한 중국 경제 붕괴론의 근거를 들어보자.

“중국 경제에는 현재 상당한 거품이 있다는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그 거품은 주로 부동산 가격의 급등 때문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앞으로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다. 거품이 터지는 것이 올해 안이 될지 더 늦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에서 집값이 급등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코노미 플러스>의 4월호와 5월호 ‘차이나 버드 뷰’를 통해서도 중국의 집값 급등에 대해 상세한 상황과 우려를 전해왔다. 3월의 경우 중국 내 70개 도시에서 한 달 새에 11.7%나 올랐다. 중국 정부도 너무 빠른 속도로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여러 가지 금융 조치를 단행했다. 세 번째 주택을 사기 위해 예금을 인출할 경우에는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살 집을 담보로 한 주택 매입자금 대출도 대폭 제한했다. 부동산 개발회사들에 대한 대출이나 예금인출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마크 파버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중국 정부의 금융 조치들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중국의 국내 은행들의 차입금은 5100억위안(약 748억달러)에 달했다. 2월에는 7000억위안이었고, 이로써 1분기 중국 국내 은행들의 차입금은 올해 7조5000억위안으로 한도를 정한 중국 정부 목표의 35%를 벌써 10%나 넘어섰다는 것이다. 파버의 말은 “한 달 사이에 부동산 가격이 11.7%나 오르면 중국 은행들의 대출이자율이 지금의 두 배는 되어야 하는 건데…”라는 것이다. 결국 중국 금융 당국이 현재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위기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만약 부동산 거품이 터질 경우 중국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경고인 것이다.

파버는 중국이 달러에 대한 위안화 가치 절상도 곧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 시기는 6월 말 이전이 될 것이며, 올해 안에 달러화가치에 대해 5~10%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안화가치의 절상은 중국에 대한 투자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버는 그러면서 “차라리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권하기도 했다.

마크 파버의 ‘중국 경제 붕괴론’이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5월8일 ‘중국 경제 붕괴론은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이라는 제목으로 파버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평을 타전했다. “근년에 들어 국제사회에는 중국을 겨냥한 두 개의 주장이 서로 번갈아가며 북소리를 울려왔는데, 그 하나는 중국위협론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경제 붕괴론이며, 마크 파버의 주장은 또 다른 중국 경제 붕괴론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신화통신>의 반박논리는 이런 것이었다.

중국 경제 붕괴론이 성립될 수 없는 이유는 우선 거시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중국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는 수단이나 능력에 있어 오히려 서방국가들의 시장 관리 능력보다 우월하다는 점 때문이다. 상하이에 있는 차이나유럽 MBA스쿨의 금융학 교수 쉬빈의 관점은 “외국 미디어들은 중국의 부동산 가격 폭락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보지만, 그것은 서방의 경제적 조건에 따라 분석한 결론일 뿐”이라는 것이며 “중국 정부의 중국 경제에 대한 강력한 매크로 조절수단은 대단히 강력한 것으로 서방 국가들의 매크로 조절능력과는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시적으로 보더라도 중국 정부는 이미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을 대폭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조치가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먹혀들기 시작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므로,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2008년 10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떠올리는 것은 과잉이다. 결국 파버가 말하는 중국 경제 붕괴론은 이전에 횡행하던 중국 위협론, 중국이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강대해지는 것은 서방에 불행이 될 것이라는 중국 위협론이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이다.

<신화통신>은 그러면서 “중국 경제 붕괴론이 어떤 목적에서 나온 것이건 우리에게 각성의 기회를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겸손한 자세를 취한 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의 확대에 경제 성장을 의존해온 점은 고쳐야 할 것이며, 유럽발 국가부도 위기가 중국에 밀려오지 않도록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 관리에 보다 철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파버의 중국 경제 붕괴론은 중국 경제가 올 들어 1분기에 보여준 12%의 GDP 성장률 대부분이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제에는 부동산 가격 급등과 부동산 거품 폭발이라는 그림뿐만 아니라 중국의 국가부채율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그런 와중에서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수치인 GINI계수도 위험수위인 0.4를 훨씬 넘어선 상태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5월10일자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에 따르면, 2009년 말 현재 중국의 국가부채는 15조7000억위안으로, 전체 GDP의 48%를 차지했다. 물론 이만한 수치는 그리스의 125%, 이탈리아의 118%에 비하면 낮은 것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경우 중앙정부의 외채보다 지방정부의 외채가 훨씬 많다는 점이 문제이며, 더구나 지방정부의 외채는 그 통계가 정확한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존재하고 있어 더 큰 문제라는 것이 <경제참고보>의 지적이기도 하다.

빈부격차에 관한 한 중국 정부가 실제로 적절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 중국 경제 최대의 문제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소득 상위 10% 계층과 하위 10% 계층의 소득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급격히 확대되고 있으며, 1988년 7.3배에서 2007년 23배로 부풀어올라있는 상태다. 중국 사람들의 입에서 “아직 우리 인민들이 배를 전복시킬 능력은 없지만, 물이 출렁거리면 배란 전복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또 그런 말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점에 중국 정부와 지도자들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