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들어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군의 숫자가 1400명을 넘어섰다. 이들 미군 전사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망할 때마다 미국의 주요 언론에 이름과 사진이 보도된다. 미국은 자국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을 아주 특별하게 취급한다.

 <워싱턴 포스트> 같은 신문은 지난해 전사자가 1000명을 넘어섰을 때 지면의 몇 페이지에 걸쳐 전사자 전원의 사진과 이름을 게재했다. 하지만 그런 전사자들이 막상 정부로부터 받는 사망 보상금은 놀랍게도 1만2000달러(약 1300만 원)뿐이다. 이 돈은 정부가 사망 군인의 유족에게 일시불로 수표로 끊어 전달한다. 영어로는 흔히 식당 같은 데서 쓰는 ‘팁’이라는 의미의 ‘gratuity’(그러튜어티)로 불리는데, 정확히 번역하면 ‘보상금’이라기보다는 ‘위로금’이 더 맞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전사 군인들에게 덤으로 주는 돈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물론 그 외에 약간의 돈이 있기도 하다. 전사 군인의 유족을 위한 장례복 비용을 정부에서 지급한다. 하지만 정부가 주는 돈은 이것이 전부로, 국가를 위해 싸우다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들에 대한 보상금으로는 상식 이하의 수준임에 틀림없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이라크에 간 병사가 숨질 경우 유족들은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전사 보상금과 해외 근무 수당, 보훈연금을 합쳐 최소 3억4000만 원을 받는다. 미화로는 30만 달러가 넘는다. 미국 군인과 비교할 때 25배 이상인 셈이다. 일본 자위대 군인도 3만 엔의 생명 수당을 받고, 사망 보상금은 1억 엔이다. 이 사망 보상금을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억 원, 미화로는 거의 100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이 이처럼 적은 전사 군인 보상금을 주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군은 지원병이라는 제도 때문으로 보인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군인이긴 하지만, 그 직업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듯하다.

 미국이 처음부터 전사 군인들에 대해 이처럼 보상을 해 준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미국의 군인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 정부가 비록 얼마 안 되는 돈이긴 하지만 전사자에 대해 보상금을 준 것은 1908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때부터다. 당시 보상금은 1800달러였다. 그나마 이 보상금은 1956년에 3000달러로 오르고, 1991년 1차 걸프전을 거치면서 6000달러로 인상됐다. 현재 1만2000달러는 2003년에 인상된 것이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흥미로운 것은, 어떤 유족들은 이 1만2000달러가 적은 돈이라고 하지만 상당수 유족들은 이런 돈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정작 유족들은 자신의 가족이 전장에서 사망하는 것을 슬퍼하면서 정부가 이 수표를 전해 주면 매우 의아해 한다고 한다. 무엇에 쓰라는 것이고, 왜 주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 돈은 사망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일종의 ‘위로금’(즉 팁)이기 때문에 유족들은 그런 돈이 나오는 줄도 모르고 있다. 정부는 이 돈을 주면서 아무 안내도 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다. 또 반드시 ‘예고 없이’ ‘인편으로’ 유족에게 전달돼야 한다. “당신의 아들이 숨졌으므로 1만2000달러를 전달하겠다”든가, 우편으로 수표를 보내는 것은 금지돼 있다. 또 계급이나 복무 기간에 따라 차별되는 것이 아니라, 장군이든 사병이든 누구에게나 똑같이 1만2000달러가 지급된다. 유족들은 이 수표를 받을 때 당황하고, 은행에 넣고서는 돈을 빼낼 때마다 다시 당황스런 생각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유 없이’ 정부로부터 받은 돈이기 때문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돈을 쓸 때마다 죽은 가족의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 돈을 어디에 쓰는가는 전적으로 유족에게 달려 있다. 물론 미군이 전사할 경우 유족이 받는 돈의 총액은 이것만이 아니다. 군인은 누구나 자동적으로 25만 달러의 생명보험에 들게 되어 있고, 연금 형식으로 매달 일정한 돈이 지급된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전사자에 대해 주는 보상금은 아니다. 생명보험을 가입한 우리나라 군인도 만일 전사할 경우 생명보험금을 받게 되겠지만, 그것은 정부가 주는 공식적인 보상금은 아닌 것과 같다. 미국에서는 최근 이 사망 보상금이 너무 적다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자신의 직업으로 선택한 군인이지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므로 이렇게 대우해선 안 된다는 논의가 비등해 왔다. 지난 2월1일 미 국방부는 이 보상금을 내년부터 25만 달러로 20배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라크전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지면서 나온 조치이기도 하지만,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그보다 더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앨러스카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 제프 세션스 의원에 따르면 25만 달러로 사망 보상금을 올릴 경우 내년도 한 해만 4억500만 달러의 추가 정부 재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미 국방부가 군인 사망 보상금을 25만 달러로 올리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군인들에 한해 적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런 재정적 부담과 여론의 비판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허용범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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