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산삼으로 곤 토종 삼계탕’(2368만8000원), ‘일본산 초대형 전복에 말레이시아산 제비집 요리’(1247만4000원), ‘청나라 도광제(道光帝) 25년(1844년)에 빚은 어주(御酒)를 곁들인 궁정요리’(1108만8000원)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중국 유명 호텔과 음식점에서 내놓았던 ‘녠예판’(年夜飯·섣달그믐 저녁식사) 메뉴들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이제 갓 1000달러를 넘긴 중국이지만, 호화 사치품 소비 수준은 국민소득 3만~4만 달러에 달하는 선진국 국민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13억 인구의 10%가량은 이미 호화 사치품 소비집단으로 떠올랐다. 20년 이상 연 평균 9%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경제는 이들의 구매력도 급신장시켰다. 세계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1억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명품족’들을 노리고 잇따라 중국에 진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중국인들의 유별난 ‘명품 사랑’은 세계 명품 시장의 판매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기세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최고급 승용차 브랜드인 벤틀리. 2002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벤틀리는 지난해 연말까지 2년 만에 85대를 팔았다. 이로써 중국은 벤틀리와 관련한 3대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총 판매량 아시아 1위, 판매 증가율 세계 1위, 벤틀리 차종 중 최고급인 728형 차량 판매량 세계 1위다. 벤틀리 판매 담당 중국 책임자는 “구매자들은 대부분 자영업자들로 1000만 위안(약 12억6000만 원)짜리 최고급 차를 사면서 현금으로 일시에 차 값을 지불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벤틀리뿐 아니라 BMW의 최고급 모델인 760시리즈 경우에도 지난해 상반기 중국에서만 7600여대가 팔렸다. 프리미엄급 자동차 생산업체들에게 중국은 그야말로 ‘노다지 시장’인 것이다.

 개인 소비품에서도 중국 명품족들의 씀씀이는 ‘기절초풍’ 수준이다. 지난해 가을 중국 다롄(大連)시 중심부 한 대형 백화점은 ‘특별한’ 진열대를 새로 마련했다. 이 진열대에 전시된 휴대전화기 한 대 가격은 무려 17만7500위안(약 2236만5000원). 전화기 외곽은 18K 백금이고, 액정은 자수정으로 만든 것이다.

 심지어 전화기 내부의 용접도 순금으로 했다. 판매원은 장갑을 낀 손으로 이 전화기를 들고 “영국의 디자이너가 특별 디자인한 것으로 매년 전 세계 5000대 한정 생산한다”고 고객들에게 소개한다. 이 휴대전화기 매장은 다롄 외에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도 있다. 다롄 매장에서 판매된 것만 지난 5개월 동안 30여대. 다롄 매장의 책임자는 <요심만보>(遼沈晩報)와 인터뷰에서 “구매자들은 대부분 30~40대”라며 “자기 것과 어머니 것 2대를 한꺼번에 구입한 아가씨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명품 판매에 얽힌 신화 같은 이야기는 중국에서 너무 흔하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에서 단 2개뿐인 600만 위안(약 7억5600만 원)짜리 손목시계가 베이징에서 팔리기도 했다. 627개의 보석이 박힌 이 손목시계는 스위스제 완전 수제품인 ‘카운트 POLO’. 베이징 매장이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에 가진 전시회에서 이미 예약돼 팔렸다고 <베이징신보>(北京晨報)가 보도했다. 중국 매장의 왕줘량(王作良) 책임자는 “매장이 정식으로 문을 열고 2시간 만에 50만 위안(약 6300만 원)짜리 시계도 한 개 팔았다”고 말했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이 같은 중국 명품 시장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90년대부터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한 명품 브랜드는 오메가로, 1976년 진출했다. 이후 카르티에, 루이뷔통, 버버리, 페라가모, 지방시, 에르미스, 구찌 등이 줄을 이어 중국에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4월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아르마니가 상하이 중심가에 약 3400평 규모의 매장을 열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 중국 전역에 30개 매장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티파니와 불가리 등도 매장을 열었다. 이제 중국에 진출한 명품 브랜드는 최고급 시계에서부터 가죽 제품, 의류, 액세서리, 보석류 등 거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 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지난해 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중국 시장의 매출 비중을 12% 정도로 추산했다. 이는 세계 제 4위 수준. 일본·유럽·미국 다음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상이 아니라 전망이다. 골드만 삭스는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으로 신흥 부자층과 중산층이 급속히 늘면서 명품 잠재 고객층도 그만큼 늘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에는 중국의 세계 명품 시장 점유율이 29%까지 뛰어오르며 일본과 함께 세계 1위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신용카드 업체인 비자인터내셔널이 지난해 10월 회원들의 해외 카드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1회 평균 사용 금액은 중국인이 253달러를 결제해 세계 1위로 나타났다. 2위는 1회 평균 202달러를 결제한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미국인과 영국인들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35달러, 141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국 명품 시장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최대의 적은 소위 ‘짝퉁’이라고 말하는 가짜 상품의 범람. 중국은 ‘세계의 공장’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짝퉁 공장’이라는 불명예도 함께 안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전 세계 가짜 상품의 3분의 2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그 금액이 약 341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발기 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생산하는 화이자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가짜 비아그라’를 최대의 적으로 간주할 정도다. 화이자의 헨리 맥키널 최고 경영자는 “중국 내 위조 공장이 우리 본사 공장보다 더 크다”면서 “중국 위조품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유사 명품 브랜드도 중국에서 활개치고 있다. 스타벅스를 본 딴 ‘스타스벅’(Starsbuck), 월마트로 착각하기 쉬운 ‘N마트’, 질레트 면도기와 유사한 ‘질헤니’(Gilheney) 등이 그런 예다.

 중국 명품 시장의 또 다른 적은 불법·음성적인 고소득자들이다. 이들은 명품 시장 급성장의 주요 동력이기도 하면서 잠재적인 위협 요소이기도 하다. 세계은행 추산에 따르면 중국에는 아직도 하루 2달러가 되지 않는 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4억 명에 달한다. 반면에 한 끼 식사에 수천만 원을 지불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베이징대(北京大) 중국경제연구센터 자오사오 연구원은 “경제의 급속한 전환기에 탄생한 이들 ‘전환기 부호’들은 거의 모두 ‘문제 부자들’이다.

그들이 가진 부의 근원에 대한 사회적인 의심이 짙은 상황에서, 부를 공익사업에 투입하지 않고 과시적 소비에 열을 올리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엄연히 사회주의 국가다. 철권통치가 유지되고 있다. 빈부 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면 지나친 호화·사치품 소비 계층에 대한 당국의 철퇴가 뒤따르면서 명품 시장을 냉각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조중식 조선일보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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