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 중국이 맹추격해 오면서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산 온라인게임 서비스에 주로 의존했던 중국 업체들이 해외 게임개발업체 인수와, 중국산 게임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종주국’이나 다름없는 한국 업체 사냥과 한국 시장도 공략하면서 과감한 ‘역습’까지 시도하고 있다.

 국이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 중국이 맹추격해 오면서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산 온라인게임 서비스에 주로 의존했던 중국 업체들이 해외 게임개발업체 인수와, 중국산 게임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종주국’이나 다름없는 한국 업체 사냥과 한국 시장도 공략하면서 과감한 ‘역습’까지 시도하고 있다.

 새해 벽두인 1월10일 중국 온라인게임 업계는 두 가지 큰 뉴스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중국산 온라인게임을 처음으로 한국과 유럽 시장에 수출한다는 것과, 인터넷 포털업체인 TOM이 인도 최대의 모바일게임 개발업체인 인디아게임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중국 온라인 업계 첫 해외 수출이라는 신기원은 베이징의 온라인게임 개발업체인 워니오우가 열었다. 워니오우는 독자 개발한 ‘항해세기’(航海世紀)를 한국의 나인브라더스와 독일의  3GAME3에 수출하는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한국과의 수출 계약은 15억원.

 ‘항해세기’는 명나라 제독 정허(鄭和) 함대의 활약을 배경으로 한 MMORPG(다중 접속 롤플레잉게임)으로, 전투겧タ챳탐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허는 1405~1433년까지 28년간 7차례 수백 척의 함선을 이끌고 말라카해협과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항해한 환관 출신 장군이다. 특히 올해는 정화 원정 600주년이 되는 해로, 중국은 중화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고취시키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정허 원정 600주년에 ‘항해세기’를 수출한다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리류진 워니오우 총경리는 “항해세기의 수출은 그동안 한국 게임을 일방적으로 수입했던 중국이 처음으로 한국에 수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중국과 한국 간에 새로운 온라인게임 교류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10억 인구의 인도 게임시장 장악 시도

 항해세기 수출 뉴스가 전해진 바로 그날 인터넷 포털업체 TOM은 인디아게임을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인디아게임은 160여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한 세계적인 무선 인터넷게임 개발업체로, 휴대전화 벨소리와 모니터 화면 등도 개발하고 있다. TOM은 휴대전화 보유자가 6000만명에 달하는 인도에 진출, 무선 인터넷게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13억 인구의 중국과 10억 인구의 인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세계 무선 인터넷게임 시장을 장악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TOM은 인디아게임 인수를 통해 인도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까지 함께 노리고 있다. 인디아게임의 무선 인터넷게임 내용이 세계 각국의 보편적인 정서에 맞는 것이 많고, 또 각국에 100여개의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점도 인수를 결정한 중요 요인이었다.

 왕레이레이 TOM 총경리는 “2년 안에 인도 시장에서 적절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인디아게임의 개발 능력과 유통망을 활용해 유럽과 미국 시장으로 곧장 뛰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해외 업체 사냥에는 한국 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게임 유통업체인 샨다는 지난해 11월30일 국내 중견 게임업체인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했다. 중국 업체가 한국 게임업체를 매입한 것은 처음이었다.

 샨다는 액토즈소프트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샨다는 액토즈소프트가 개발한 ‘미르의 전설’을 중국 시장에 배급하면서 성장한 업체이기 때문. 샨다는 ‘미르의 전설2’를 배급하기 시작한 2001년의 매출액은 480만위안(약 6억원)에 불과한 영세업체였으나 ‘미르의 전설2’가 중국에서 최고 인기 게임으로 떠오르면서 2003년에는 6억3000만위안(약 793억원)으로 매출액이 급증했다. 2년 만에 130배라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샨다는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5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 시가 총액 28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거대 기업으로 부상했다. 샨다가 자신을 키워준 액토즈소프트를 삼킬 수 있었던 것도 나스닥 상장 등을 통해 확보한 탄탄한 자금력이 바탕이 됐다.

 샨다의 액토즈소프트 인수는 한국 게임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몰고 왔다. 국내 온라인게임 기술 인력과 노하우 등이 중국으로 고스란히 넘어가면서 중국이 한국과의 온라인게임 기술 격차를 단번에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샨다는 ‘미르의 전설’뿐 아니라 국내 게임업체인 낵슨의 BNB, 메이플스토리 등 한국 게임 유통을 통해 매출의 50%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한국 게임을 서비스해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 게임시장을 흔들 수 있는 파워를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게임 인구 8700만명에 달해

 중국 게임업체들의 파워는 13억 인구라는 잠재적인 힘과, 급증하는 인터넷 인구 및 온라인게임 이용자라는 실질적인 힘이 결합된 결과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도 온라인게임 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서며 거들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2004년 6월 기준으로 8700만명. 그 중 온라인게임 이용자 수는 34.5%인 3000만명 이상이다. 중국 인터넷 포털인 시나닷컴(www.sina.com)이 최근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와 공동으로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55억3000만위안(약 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03년에 비해 59% 이상 증가했다. 또 CNNIC는 올해 온라인게임 시장은 지난해 대비 39% 성장, 총 76억8000만위안(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된 온라인게임은 모두 164개였으며, 이 가운데 한국산 온라인게임이 81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산이 73개, 구미 게임이 6개, 일본 게임이 4개로 뒤를 이었다. 한국산 게임은 한때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80~90%를 장악했으나, 게임 수에서는 이미 중국산과 별 차이 없는 수준으로 추격당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게임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숨어 있다. 시나닷컴은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중국산 온라인게임 개발 능력이 계속 강화되고 있으며 3개월간의 테스트를 거쳐 바로 게임을 내놓을 만큼 개발 기간이 짧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국 민족 온라인게임 프로젝트’라는 야심찬 계획을 출범시켰다. 정부 주도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 100개의 대형 민족 온라인게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중국 신문출판총서에 따르면 총 3억위안(약 378억원)을 투자해 16개의 온라인게임 개발업체로 하여금 중국의 역사·고전문학작품·신화와 전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온라인게임 100개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중국 신문출판총서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중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총체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민족 게임을 조기에 세계로 진출시키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여 가고 있는 중국이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 장악을 통해 ‘중화민족주의’를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중식 조선일보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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