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8% 목표, 성장 속도 조절 의지 담아



 올해 중국 경제의 그림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그 대강을 엿볼 수는 있다. 3월14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를 통해서다. 전인대는 중국 헌법상 국가 최고 권력 기구다. 우리의 국회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매년 초봄에 열리는 전인대에서 중국 정부 정책의 큰 줄기가 드러난다. 국무원 총리는 정부 업무 보고를 통해 한 해 정책 방향의 기본 줄기를 설명하고, 주요 부처 수장들이 나와서 구체적인 정책 내용들을 다시 전인대 대표들에게 보고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전인대 개막일인 3월5일 정부 업무 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8%로 제시했다.





 거시정책 방향

 8% 성장률 목표는 지난해 성장률 9.5%보다 1.5%포인트 낮은 수치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경제 연착륙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낮은 목표치는 결코 아니다. 고도 성장세를 유지하되, 부작용이 없도록 적절하게 성장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목표치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에 대해 “현실에 부합하고 가능성도 고려했으며, 취직과 물가 등 기타 요구도 고루 돌보았다”고 설명했다. 성장률을 너무 낮추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아 실업이 문제가 되고, 너무 높여 잡으면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 등 다른 부작용이 생기므로 실현 가능한 선에서 결정한 것이 8% 성장 목표라는 얘기다.

 긴축을 기조로 한 거시경제 조정 정책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앙 재정적자 규모를 작년보다 198억위안(약 2조4948억원) 줄인 3000억위안(약 37조8000억원)선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장기건설국채도 작년보다 300억위안 줄인 800억위안어치를 발행키로 했다. 토지 사용 심사와 여신 관리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경기 과열의 주범으로 꼽혀 온 고정자산 투자증가율을 지난해 25.8%에서 올해 16%선으로 억제하겠다고 천명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고정 자산 투자가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자원 에너지난이 여전해 물가 상승 압력이 비교적 크다”면서 “엄격한 토지관리제도를 실시하는 등 고정 자산 투자 규모를 계속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철강·시멘트·알루미늄·카바이트·코크스·철합금 등의 투자 반등을 방지하고, 화력발전소 과열 투자도 긴축 대상에 추가했다.

 그렇다고 일률적인 긴축이 아닌 “키울 것은 키우고, 억제할 것은 억제한다(有保有壓)”는 방침을 강조했다. 장비제조업과 첨단 산업, 현대 물류 육성 등 산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분야는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 성장 방식을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긴축 수단도 행정력을 동원한 직접적인 방법보다는 법률과 시장 기조에 더 많은 것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작년보다 실제 체감하는 긴축 강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환율 정책

 세계 금융계는 위안화 환율제도 문제에 대해 원자바오 총리가 정부 업무 보고에서 어떤 방침을 밝힐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다. 결과는 예상했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원자바오 총리는 정부 업무 보고에서 환율 제도와 관련,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을 유지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되풀이해 왔던 입장이다. ‘안정 유지’에 무게 중심을 둔 기존 입장을 재천명함에 따라 위안화 평가 절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변동환율제 조기 도입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같은 날 궈수칭(郭樹淸)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장도 제10기 정치협상회의 3차 회의에서 “단기간내 위안화 절상은 없다”고 박자를 맞췄다. 그는 “위안화의 달러화 페그제는 적정하고 균형 잡힌 선에서 유지될 것이며 중국은 점진적으로 시장 역학에 기반한 금리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 외환 위기 때 일부 국가가 환율 자유 변동 탓에 심각한 결과를 맞이한 사례를 들면서 “개도국인 중국의 변동폭이 아주 클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

 중국 지도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잇따라 천명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전인대의 정부 업무 보고에서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이를 중점적으로 억제하겠다”고 밝혔고, 이틀 뒤 쩡페이옌(曾培炎) 부총리도 “투자 목적의 부동산 구매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거품 출현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14.4% 상승했다.

 일부 지방에선 중앙 정부의 이런 방침을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상하이(上海)시 당국은 전인대 개막 직전 부동산 투기상들을 급습했다. 상하이는 대표적인 부동산 가격 거품 지역으로 지목돼 온 곳. 허위로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판매했다는 가짜 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주택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린 투기상들이 타깃이었다. 검거된 투기상 중에는 실제보다 15배 수준인 ㎡당 11만위안(약 1375만원)으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사람도 있었다. 투기 단속뿐 아니라 세제 개편도 뒤따랐다. 상하이시는 3월7일부터 분양받은 지 1년 미만의 주택을 파는 매도자는 매매 차익의 5%를 영업세로 납부토록 했다. 개인간 부동산 거래가 실현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중국에서 개인간 주택 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시장 거품이 일시에 붕괴하거나 냉각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책 당국도 아직까지는 ‘투기’ 억제에 무게를 두고 있지, 부동산시장 자체의 침체를 바라지는 않는다. 성장 잠재력이 큰 부동산을 급격히 억제할 경우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은 올해 고정 자산 투자를 억제하는 대신, 소비를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마카이(馬凱)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전인대에서 “주택 소비를 확대하고, 이를 위한 재정·세무·금융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원자바오 총리와는 약간 엇박자를 긋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도 “부동산 담보 대출 증가가 매우 빠르지만 국제 기준에 비춰 볼 때 전체 은행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이 지난해 35.2% 급증했지만,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46%에 머물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조중식 조선일보 베이징특파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