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치픽스는 의류 스타일링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접목해 빠르게 성장했다. 오른쪽은 스티치픽스 창업자 겸 CEO인 카트리나 레이크. <사진 : 블룸버그>
스티치픽스는 의류 스타일링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접목해 빠르게 성장했다. 오른쪽은 스티치픽스 창업자 겸 CEO인 카트리나 레이크. <사진 : 블룸버그>

지난달 말 미국 전자상거래와 스타트업 업계의 최대 이슈는 아마존도 우버도 아닌 스티치픽스(Stitch Fix)라는 회사였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인버스(Inverse)는 ‘스티치픽스가 왜 의류산업의 미래인가?’라는 기사를 냈고, 경제 전문매체인 블룸버그도 스티치픽스의 사업 모델과 성장 과정을 분석하는 기사를 다뤘다. 모두 스티치픽스가 기업공개(IPO)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쏟아진 기사들이었다.

스티치픽스는 2011년 설립된 의류 스타일링 업체다. 의류 스타일링과 전자상거래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알고리즘을 결합해 설립 초기부터 IT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3년간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스티치픽스는 설립 6년 만에 매출액 10억달러를 코앞에 두고 있다. 설립 당시 5명이었던 직원은 5800명으로 늘었고, 스티치픽스를 이용하는 회원 수는 220만명에 이른다. 미국 증권업계에서 추산하는 스티치픽스의 기업가치는 30억달러에서 40억달러(약 4조4800억원) 수준. 국내 기업으로 치면 현대건설이나 삼성중공업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규모다.


넷플릭스 알고리즘 기술자 영입

스티치픽스의 빠른 성장은 독특한 서비스 덕분에 가능했다. 이베이나 아마존처럼 옷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업체는 많다. 하지만 스티치픽스처럼 고객의 성향이나 체형에 맞는 옷을 골라주는 맞춤형 서비스는 드물다.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스티치픽스는 AI 기술을 활용했다. 스티치픽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카트리나 레이크(Katrina Lake)는 이 과정을 ‘과학과 예술의 조화’라고 부른다. 스티치픽스는 먼저 고객의 취향과 체형, 라이프스타일을 설문조사한다. 핀터레스트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기록도 살핀다. 고객의 취향을 철저하게 파악한 다음 AI가 고객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면 이중 다섯 벌을 스타일리스트가 선택해 고객에게 배송한다. 가입자에게 다섯 개의 영상을 추천해주는 넷플릭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스티치픽스를 ‘의류업계의 넷플릭스’로 부르기도 한다.

사실 스티치픽스가 넷플릭스를 닮은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스티치픽스의 최고알고리즘책임자인 에릭 콜슨이 넷플릭스의 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고안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에릭 콜슨과 75명의 개발자들이 만든 알고리즘의 정확도는 높은 편이다. 스티치픽스의 고객 중 80%가 처음 배달된 다섯 벌의 옷 가운데 최소 한 벌을 구매한다. AI 기술을 활용한 덕분에 스티치픽스의 스타일링 서비스 비용도 저렴해졌다. 스타일리스트와 고객을 직접 연결해주는 키톤로(Keaton Row)의 경우 스타일링 이용 비용만 75달러지만, 스티치픽스는 20달러에 불과하다.

파격적인 반품 제도도 스티치픽스 인기에 일조했다. 배송된 다섯 벌의 옷 가운데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은 동봉된 봉투에 담아 반송하면 된다. 선택한 옷에 대한 값만 지불하고 배송비와 반송비는 모두 무료다.

차별적인 서비스로 고객을 공략한 결과 스티치픽스의 작년(2016회계연도) 매출액 증가율은 113%에 달했다. 다만 올해 매출액 증가율은 33%로 둔화된 모습을 보여 미국 증권업계에서는 성장세가 둔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남성복, 프리미엄 브랜드로 고객층 확대

스티치픽스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 스티치픽스의 주력 분야인 여성복뿐만 아니라 남성복과 액세서리 시장 등에 뛰어든 것이다. 스티치픽스는 지난해부터 남성복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줄리 본스타인 스티치픽스 최고운영책임자는 “여성 고객들로부터 자신의 남자친구, 남편, 남동생을 위한 서비스도 시작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스티치픽스가 공 들이는 분야다. 스티치픽스는 최근 뉴욕의 떠오르는 패션 디자이너 제이슨 우(Jason Wu)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고, 지난 8월에도 케이트 스페이드, 토리버치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를 시작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제품당 판매 가격이 최고 600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스티치픽스 매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치픽스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존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고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판매 부문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Plus Point

워킹맘 CEO 카트리나 레이크
바쁜 워킹맘 타깃으로 서비스

“남자 엔지니어들은 포커나 야구, 전자기기 쇼핑을 편하게 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자 엔지니어가 적기 때문에 여자의 취미와 취향에 맞는 분야는 기술 발전의 혜택이 적었다.”

스티치픽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카트리나 레이크가 하버드 경영대학원(MBA) 입학시험에 적은 내용이다. 그녀는 올해 34세로 젊은 여성 CEO다.

그녀가 스티치픽스를 만든 건 자신의 실생활에서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직장을 다니면서 하버드 MBA 수업을 듣는 바쁜 생활을 했다. 옷 한벌 살 시간도 나지 않았고, 그러던 중 생각을 바꿔 여성의 옷을 골라 주는 스타트업 ‘랙 해빗’을 만들었다. 그녀는 보스턴 지역의 지인들을 만나서 액셀시트에 그들의 취향을 일일이 받아적었다. 모든 업무를 수작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노력에 비해 수익은 적었고, 그녀는 고민 끝에 정보기술(IT)을 스타일링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랙 해빗이 스티치픽스로 환골탈태하는 순간이었다.

스티치픽스는 특히 워킹맘에게 인기가 많다. CEO인 카트리나 본인도 한 살짜리 아기를 둔 워킹맘이다. 그녀는 “스티치픽스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의 연령대는 평균 39세로 아이를 둔 엄마들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