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커지의 화상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중국 저장성 인민의원의 AI시스템. <사진 : 이투커지>
이투커지의 화상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중국 저장성 인민의원의 AI시스템. <사진 : 이투커지>

올 1월 중국 농업은행은 저장(浙江) 분행을 통해 현지 지점에 있는 현금입출금기(ATM)에서 얼굴인식만으로도 본인임을 인증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얼굴인식 기술을 접목한 농업은행의 ATM은 이미 1만여대로 늘었다. 서비스 지역도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푸젠(福建)·산둥(山東)·허난(河南) 등지로 확대됐다.

중국 4대 국유은행인 농업은행이 처음으로 생체인식기술을 고객 서비스에 적용한 배경엔 창업한 지 5년 된 중국의 스타트업 이투커지(依图科技·Yitu Technology, 이하 이투)가 있다.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얼굴 인식

이투는 11월 미국 국가정보고급연구계획국(IARPA)과 국가표준기술연구원(NIST)이 공동 주최한 글로벌 얼굴인식 챌린지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앞서 6월 NIST가 개최한 얼굴인식 기술 테스트에선 4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얼굴인식 분야 강자인 러시아의 보코드와 프랑스의 모포스 등을 제쳤다. 이투가 글로벌 수준의 인공지능(AI) 회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투는 비상장 기업이어서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100억원)를 웃돌아 미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투가 창업 2년째인 2014년 처음 투자를 유치할 때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올 5월엔 세번째 투자를 유치했다. 3차 투자규모는 총 3억8000만위안(약 624억원)으로 세쿼이아와 지난해 투자에 나섰던 윈펑캐피털 등이 이번에도 참여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투가 2016년에 투자유치할 때 1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전한다. 중국 AI 분야에서 또 하나의 유니콘이 탄생한 것이다.

윈펑캐피털의 데이비드 위 공동창업자 겸 회장은 “이투가 기술혁신을 선도할 능력은 물론 AI 기술을 활용해 현재 헬스케어의 질을 개선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데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투는 최근 유치한 투자자금을 헬스케어 같은 영역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예정이다. 사람이 타인의 얼굴을 알아볼 때 오차율은 5% 안팎인 데 반해 이투의 얼굴인식 기술은 이를 100만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투는 고등학교 동창인 30대 과학자 2명이 2012년 상하이에서 창업했다. 보안 영역에서 시작한 얼굴인식 기술을 금융과 의료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중국의 AI 굴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동창업자인 린천시(林晨曦·39) 연구·개발 담당은 ‘이코노미조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투는 중국의 모든 금융에서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최고의 업체다. 일부 세분화된 AI 응용 금융시장에서는 점유율이 절반에 이른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린천시와 함께 이투를 창업한 주룽(朱珑·39) 최고경영자(CEO)는 얼굴인식 기술 우위를 이용해 보안 시장부터 공략했다. 쑤저우(苏州) 공안국이 첫 번째 고객이었다. 온갖 인맥을 동원해 만난 쑤저우 공안국 부국장은 주 CEO로부터 3분간 설명을 들은 뒤 번호판 인식률이 70%를 넘으면 검토해보겠다고 했고, 3개월 후 이투는 90% 인식률을 가진 기술로 첫 주문을 따냈다. 상하이·샤먼(厦门)·푸저우(福州)·우한(武汉) 등지의 공안국도 이투의 기술을 찾기 시작했다. 우한 공안국은 이투 기술을 도입한 지 두 달 만에 100건이 넘는 범죄 해결에 도움을 받았다. 상하이 교통경찰 과학기술처에 일했던 이투의 보안기술자 뤄이(罗憶)는 중국 잡지 ‘재경(財经)’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경찰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일이 탐문해야 했지만 이젠 미국 드라마에 나오듯 현장 영상이나 사진을 얼굴인식시스템에 넣으면 수초 내에 범죄 혐의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투커지의 공동창업자인 린천시(왼쪽)와 주룽. <사진 : 이투커지>
이투커지의 공동창업자인 린천시(왼쪽)와 주룽. <사진 : 이투커지>

카드·신분증 없이 ATM에서 현금 인출

마카오와 인접한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 궁베이(拱北) 세관은 하루 평균 40만명의 마카오 관광객들이 오간다. 12명도 안 되는 세관 직원들이 몰려드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밀수꾼이나 탈세범 등 범죄자들을 쉽게 색출해내는 실적을 올리는 배경에도 이투가 있다. 궁베이 세관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관광객들의 얼굴을 인식해 신원을 확인하고, 하루에 몇 번씩 마카오를 출입하는 등 밀수 가능성이 높은 관광객들을 파악해 심층 관찰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감시 카메라는 모든 관광객들의 얼굴을 찍어 불과 3초 안에 중국 당국이 관리하는 14억명의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해 신분을 조회한다.”(린천시 공동 창업자) 이투는 전 세계에서 10억건 이상의 얼굴을 대비 분석하는 첫 번째 시스템으로 텐안먼(天安門) 광장이나 브릭스 정상회의, 보아오포럼 등의 보안 시설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투는 2015년 얼굴인식 기술을 금융서비스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자오상(招商)은행 1500여개 지점이 첫 대상이 됐다. 처음엔 지점에서 고객의 신분을 확인하는 보조수단으로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은행원도 구별 못 한 쌍둥이까지 찾아내는 ‘실력’을 선보였다. 작년 12월부터는 106개 도시에 있는 자오상은행 ATM 1000여대에 얼굴인식만으로도 돈을 인출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은행 갈 때 필수품이던 은행카드나 신분증을 갖고 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편의성·안전성·효율성을 모두 높이는 결과가 나타나자 농업은행, 푸둥발전은행 같은 기존 은행은 물론 온라인대출 업체 등 핀테크 업체들도 앞다퉈 이투의 기술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이투 기술은 실제 얼굴인지, 사진을 들이댄 것인지 구별할 수 있어 편법으로 현금을 인출하는 사기를 막을 수 있다. 이투의 얼굴인식 기술을 탑재한 ATM에서 단 한차례의 오류나 사기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은행들은 얼굴인식과 함께 휴대전화 번호 인증과 비밀번호 인증을 겸하는 3중 안전장치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이투가 금융회사에만 제공하는 얼굴인식 서비스 횟수만 연간 수십억회에 이른다. 2016년부터는 저장 인민병원과 광저우 아동의료센터 등 의료 분야에도 진출했다. 중국 100대 종합병원 가운데 30개 병원이 이투 기술을 쓰고 있다. 폐와 뼈에 대한 화상을 기초로 의료진단 보고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의사는 이를 보고 채택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채택률이 92% 이상에 달한다. 풍부한 화상데이터를 기초로 환자가 쉽게 조기에 자기 질병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이투는 화상인식이 요구되는 모든 영역에 AI를 접목한 ‘AI 플러스’ 선두주자로 나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린 공동창업자는 “언젠가 AI기술이 인터넷처럼 우리의 일상 모든 곳에서 사용 될 것”이라며 “AI 기반 얼굴인식 기술 응용의 잠재력은 보안·금융·의료 등의 범위를 크게 넘어선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AI 칩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PC의 CPU(중앙처리장치)를 지향했던 ‘인텔 인사이드’처럼 모든 AI 응용현장에 ‘이투 인사이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투는 11월 14~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7회 글로벌 스마트도시 박람회(SCEMC)에 참가해 보안·의료·금융 부문에서 AI가 어떻게 스마트도시 건설에 공헌할 수 있는지를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선보였다. 대회 기간 중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MS의 클라우드에 AI 기술을 접목해 고객에게 더욱 전면적이고 좋은 체험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중국 저장성 인민의원의 의료진이 화상인식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 이투커지>
중국 저장성 인민의원의 의료진이 화상인식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 이투커지>

실리콘밸리에 연구소 건립 추진

린천시 공동창업자는 “과거엔 AI 영역에서 기술이든 응용 혁신이든 모두 미국이 중심이었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지와 풍부한 인재 덕분에 중국의 AI 발전이 매우 빠르다”고 자평했다. 그는 “향후 10년 내 전 세계 AI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 두 엔진이 주도하는 국면이 형성될 것”이라며 이투와 MS 협력의 의미를 강조했다. 중국의 AI 기술을 세계에 수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MS는 수년 전 ‘미래 도시(CityNext)플랜’을 가동했다. 이미 전 세계 100여개 도시와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 이 협력망을 타고 이투의 AI 얼굴인식 기술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 것이다.

이투는 이번 박람회에서 국제화 상황을 소개하고 향후 전략을 공개했다. 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에서 기업 및 정부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린천시 공동창업자는 “테러 위협과 싸우는 동남아·아프리카·중동·유럽 등지에 기술을 수출할 예정”이라며 “주요 건물이나 학교, 병원, 공공기관 등의 안전 보장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린천시 공동창업자는 얼굴인식기술이 사생활을 침해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어떤 개인 정보도 저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해외 연구센터를 세운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는 “글로벌 무대에서 자리를 차지하려면 월드 클래스 알고리즘을 가져야 한다. 중국인 얼굴만 구별해서는 세계로 나갈 수 없다”는 린천시 공동창업자의 인식에 따른 것이다. 그는 “창업은 상업수단을 이용해 과학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린천시와 주룽 CEO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린은 상하이교통대 출신이고 주는 미국 UCLA에서 통계학 박사를 받았다. 하지만 둘다 과학을 좋아했던 공통점이 있다. 린천시는 상하이교통대 본과생이던 2002년 프로그램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ACM-ICPC에 참가했다. 그가 속한 팀이 아시아 팀으로는 역대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주룽은 스티븐 호킹의 제자인 앨런 윌러 UCLA 교수로부터 화상인식과 AI를 배웠고, MIT AI실험실에서 뇌과학과 컴퓨터 촬영학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

미국에서도 AI를 주 사업으로 하는 곳이 없을 만큼 AI 열기가 뜨거워지기 전인 2012년에 창업하게 된 배경에는 AI 자체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고 린천시는 회고했다. AI 창업에는 끊임없는 리스크와 실패를 각오한 용기,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과학성 등 2가지 속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을 할 때마다 세계적 수준의 일을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전체 직원의 80%가 엔지니어

주룽 CEO는 “AI업체의 최대 자산은 인재”라며 높은 기술력의 배경으로 인재를 꼽았다. 그가 텐센트, 바이두 등 대기업의 화상인식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회사 측은 회사 발전 속도가 빨라 직원 수가 매일 변한다며 정확한 직원수 공개를 꺼렸다. 하지만 전체 직원의 80%가 기술 엔지니어라는 사실은 확인해줬다. 주 CEO는 “1만건의 얼굴인식에선 업체 간 식별률이 거의 같지만 천만이나 억단위로 식별대상이 늘어나는 현실 세계에선 식별률 차이가 뚜렷해진다”고 전했다. 이투의 얼굴인식 시스템은 2016년 기준으로 오차율이 1억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처음 인식할 때 정확도가 99%에 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Plus Point

중국 얼굴인식 시장 연평균 25% 성장

메그비의 얼굴인식 결제 기술을 채택한 알리바바 계열 신선식품 체인유통점 허마셴성의 상하이 매장. <사진 : 오광진 특파원>
메그비의 얼굴인식 결제 기술을 채택한 알리바바 계열 신선식품 체인유통점 허마셴성의 상하이 매장. <사진 : 오광진 특파원>

얼굴인식 기술로 유니콘이 된 중국 기업은 이투커지만 있는 게 아니다. 얼굴인식 기술업체에 자본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로도 알려진 쾅스커지(曠视科技·메그비·Megvii)는 10월 말 4억6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유치했다. 작년 12월 1억달러 유치에 이은 것으로 덕분에 기업가치가 10억달러로 올라 유니콘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가 전했다. 2011년 설립된 메그비는 칭화대를 졸업한 인치(印奇) 등이 공동창업했다. 메그비는 알리바바가 신유통의 일환으로 KFC의 항저우(杭州) KPro 매장과 신선식품 체인점인 허마셴성(盒馬鮮生)의 상하이 매장에 도입한 화상인식 결제기술을 제공했다.

또 다른 얼굴인식 스타트업 상탕커지(商汤科技·센스타임·SenseTime)는 올 7월에 4억1000만달러(약 4500억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14억달러(약 1조5400억원)에 이르는 유니콘이 됐다. 4억1000만달러는 전 세계 AI 스타트업 가운데 단일 투자유치로는 최대 규모였다.

유니콘은 아니지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얼굴인식 기술 업체도 적지 않다. 윈텐리페이(雲天勵飛·인텔리퓨전·intellifusion)는 2014년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전자공학으로 박사를 받은 천닝(陳寧)과 톈디훙(田第鴻)이 선전에서 공동창업한 기업으로 이들이 개발한 AI 화상처리 칩은 이 회사 본사가 있는 선전시 룽강구의 모든 CCTV 카메라에 탑재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선전의 모든 CCTV 카메라에 적용된다. 작년 항저우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도 사용된 이 칩은 100만명 중에서 표적의 위치를 수초 내에 찾아낸다. 선전 정부가 얼리어답터 역할을 수행한 덕에 윈텐리페이의 이 칩은 이미 중국 내 10개 이상의 도시에서 쓰고 있고,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했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를 받은 저우시(周曦)가 창업한 윈총커지(云从科技·클라우드워크·CloudWalk)는 200명이 넘는 연구인력으로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 중이다. 중국 허브 공항 기준 안면인식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저우 최고경영자(CEO)는 “얼굴인식 같은 AI 분야에선 연구의 깊이와 데이터의 풍부함이 똑같이 중요하다”며 “중국에서는 풍부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얼굴인식 기술 업체의 약진에는 영상 촬영 등이 사생활 침해 우려를 낳는 서방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이투는 알리바바가 항저우시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AI 기반의 ‘도시 데이터 빅브레인’ 구축에도 참여하고 있다. 얼굴인식 기술이 중국판 빅브라더 만들기에 일조한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대세는 시장확대다.

얼굴인식 기술이 금융 소외계층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베이징청년보는 2016년 항저우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발표된 ‘G20디지털 금융 가이드라인’이 디지털 금융서비스 고객의 신분 식별 촉진을 강조하고 있다며 신분 확인이 안 돼 기본적으로 금융서비스를 못받는 사람이 전 세계에 15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얼굴인식 기술 시장은 지난해 10억위안(약 1640억원)을 넘었으며 2021년까지 연평균 25% 성장해 연간 51억위안(약 838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