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I의 신사업인 스포츠바 겸 레스토랑 ‘밤셸’ 전경. <사진 : RCI>
RCI의 신사업인 스포츠바 겸 레스토랑 ‘밤셸’ 전경. <사진 : RCI>

지난 1년 사이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 미국 기업이 있다. 애플이나 구글·테슬라 같은 정보기술(IT) 분야의 혁신 기업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RCI호스피털리티홀딩스(RCI). 미국 전역에서 나이트클럽과 스포츠바를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RCI 주가는 작년 말에만 해도 17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3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내수 시장이 살아난 덕을 봤다.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좀처럼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면서 내년에는 내수 회복 속도에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역에 나이트클럽 브랜드만 40개

RCI는 1983년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설립된 기업이다. 2011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 매출액은 8300만달러였는데, 지난 2016회계연도에는 매출액이 1억3500만달러까지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10% 중반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RCI는 릭스카바레(Rick̓s Cabaret Gentleman̓s Club)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나이트클럽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RCI가 운영하는 나이트클럽 브랜드만 40개에 달한다.

RCI는 브랜드별로 콘셉트를 다르게 잡아서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썼다. 예컨대 RCI의 가장 오래된 브랜드인 릭스카바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다. 비비드카바레(Vivid Cabaret)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고, 재규어클럽(Jaguars Club)은 BYOB(주류 반입 허용) 콘셉트의 클럽이다.

RCI의 또 다른 특징은 주식시장에 상장했다는 점이다. RCI는 1995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다른 나이트클럽 체인 중에는 상장사가 없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덕분에 RCI는 경쟁사에 비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었다. 금융권에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RCI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서 몸집을 키웠다. RCI는 올해도 4개의 나이트클럽을 새로 인수하는 등 계속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전역에 대규모 매출이 발생하는 나이트클럽이 3500여개 정도가 있는데 이 중 500여개 정도는 RCI의 조건에 맞는 인수 가능한 클럽”이라며 “RCI가 계속해서 자금을 조달해 앞으로도 꾸준히 클럽을 인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트클럽이 규제 사업이라는 점도 역설적으로 RCI에는 도움이 됐다. 미국 지방정부는 나이트클럽처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업소가 난립하지 않도록 규제를 하고 있다.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RCI는 이런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지방정부의 규제가 자연스럽게 진입장벽 역할까지 해줘서 지속적인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경기가 꾸준한 회복세인 점도 RCI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특히 RCI가 운영하는 클럽이 몰려 있는 텍사스 경기가 좋았다. 텍사스는 미국 최대 규모의 셰일오일 유전이 있고 엑손모빌·데본에너지 등 미국 주요 에너지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셰일오일이 미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덩달아 텍사스 지역 경기도 살아났다.


스포츠바·매거진 등으로 사업 다각화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밤셸(Bombshells)이라는 레스토랑 체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밤셸은 밀리터리 테마의 스포츠바 겸 레스토랑으로 여성종업원이 탱크톱을 입고 탄피 꾸러미를 두른 채 서빙을 한다. 후터스(Hooters)에 밀리터리 콘셉트와 스포츠바를 더한 것이다. 트럼프 시대를 맞이한 미국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분위기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앞으로 5년 안에 밤셸이 미국 전역에 100개까지 매장을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밤셸은 RCI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사업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는 틸티드 킬트(tilted kilt), 트윈픽스(TWIN PEAKS) 같이 여성종업원을 내세운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었다. 원조격인 후터스의 성장이 주춤한 사이 새로운 경쟁자들이 뛰어든 것이다. RCI는 트윈픽스의 성공을 이끌었던 섀넌 글레이저(Shannon Glaser)를 밤셸 사업의 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RCI는 매거진 발행이나 에너지 드링크 유통에도 뛰어들었다. 나이트클럽을 비롯한 성인 대상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담은 매거진을 직접 만들어서 발행하고 있고, 에너지 드링크를 미국 전역의 음식점과 나이트클럽에 유통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Plus Point

‘밤셸’ 변수는 성 상품화 논란

“이번 대선 결과는 우리에게 매우 긍정적이다.” 작년 12월 에릭 랭건(Eric Langan) RCI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에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 달 뒤였다. 특히나 랭건 CEO는 새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앤드루 퍼즈더에게 기대를 걸었다. 퍼즈더는 패스트푸드 체인인 하디스와 칼스버그 주니어를 가진 ‘CKE 레스토랑’의 CEO 출신이다. 같은 요식업계 종사자가 노동부 장관이 되면 최저임금을 비롯한 여러 노동 현안에서 기업의 입장을 잘 반영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퍼즈더 내정자는 각종 논란 속에 자진사퇴했다. 퍼즈더 내정자의 발목을 잡은 것 중 하나가 탱크톱을 입은 여성을 내세운 CKE 레스토랑의 선정적인 광고였다. CNN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퍼즈더 내정자가 선정적인 광고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며 공직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RCI의 신사업인 밤셸(Bombshells)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밤셸의 원조 격인 후터스는 불매운동과 입점 반대 운동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최근 후터스 같은 레스토랑의 근무 환경이 여성종업원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RCI 대변인은 “밤셸은 후터스와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탱크톱을 입은 여성종업원이라는 컨셉트는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