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의 한 창고에서 근로자가 대두를 옮기고 있다. / 블룸버그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보복을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6일부터 19일까지 2주 동안 6만2690t의 대두 주문 계약을 취소했다.

중국은 미국 농산물 수출에서 두 번째 큰 시장으로, 미국이 생산하는 전체 대두의 3분의 1가량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대두 수출액은 120억달러(약 12조9000억원)에 달했다. 미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품목 중 하나인 대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팜벨트(농장지대) 지역의 주력 수출 품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대두 생산 상위 10개주 가운데 8곳에서 승리했다.

글로벌 곡물업체 벙기(Bunge)의 소렌 슈뢰더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은 무엇을 사든지 미국산이 아닌 것을 선택하고 있다”며 “캐나다와 브라질산 대두를 사고, 미국산은 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슈뢰더 CEO는 “미·중 간 무역 긴장으로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중단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슈뢰더 CEO는 외부에서 대두 물량을 채워 중국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며 “이 상황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달 4일 대두를 포함해 5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품목 중 하나인 대두도 이 관세 리스트에 포함됐다. 이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 1300여종에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보복조치였다. 중국은 구체적인 시행 시점을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이미 보복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축소는 미국에만 타격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으며 전 세계 곡물시장 판도도 바꿀 수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줄이고 브라질산을 더 들여올 경우 주도권을 잡은 브라질이 대두 수출 가격을 올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이 오른 브라질산 수입을 계속 늘리기에는 중국도 부담이고, 중국 내 수요를 충족시키기도 쉽지 않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중국의 보복관세 발표 후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미국산 대두를 대체할 수 있는 브라질산의 가격이 200% 상승했다며 중국이 브라질산 수입을 늘릴 경우 올가을이나 12월쯤 수출 물량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도 중국의 대두 공세를 방치하고 있지만은 않다. 대중국 수출이 줄자 네덜란드·독일 등 유럽 거래처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대두를 보복관세 품목에 포함한 것이 나비효과처럼 전체 시장에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