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 경제 패권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 경제 패권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결국 올 것이 왔다. 미국이 대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강행하고, 중국은 이에 보복관세로 맞대응하기로 해 세계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게 됐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 한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싸움에 나선 만큼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은 6일 0시 1분(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부터 기계, 선박, 항공, 통신 및 철도장비 등 모두 818개 품목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2주 내에 중국산 반도체·장비, 플라스틱, 전기차 등 284개 품목에도 같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정부가 예고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하자 중국도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로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미국산 대두 등 농산품과 자동차 등에 25%의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이번 무역전쟁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국가는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정보통신(IT), 로봇공학, 항공우주 등 중국이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첨단 제조업을 겨냥했고, 중국은 그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산품과 자동차를 겨냥하고 있어 이들 분야는 실제적인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양국은 관세장벽과 함께 상대국 통신·반도체 업체의 자국 내 진출을 막는 등 비관세장벽까지 동원해 이로 인한 악영향도 불가피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은 일자리가 줄고 경제 규모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내년 말까지 미국 내 일자리 14만5000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역시 미국의 관세장벽 때문에 성장률이 연간 0.3%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단순한 지표상의 수치가 아니라 기업 경영 환경, 금융시장 여건 등 경제 전반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악재가 글로벌 공급망을 타고 퍼지면 세계 곳곳에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질적인 부채 문제에 대한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무역갈등 고조로 소비자 수요를 비롯한 중국 경제 기반이 약해지면 신용 상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 전 세계 주요국 모두를 고율 관세 부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다른 나라 경제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 경제도 타격 불가피

한국 경제도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피할 수 없다. 영국 픽텟자산운용은 5일(현지시각) 미국과 중국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교역 체인에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많은 국가의 경제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한국이 6번째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세계 경제 패권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무역전쟁이 조만간 봉합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트럼프로서는 대선에서 승리를 안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버릴 수 없고, 중국은 첨단산업을 내세운 진정한 글로벌 강국의 지위를 노리고 있어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양쪽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인 셈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