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브베에 위치한 네슬레 본사. <사진 : 블룸버그>
스위스 브베에 위치한 네슬레 본사. <사진 : 블룸버그>

네슬레는 세계 최대 식품회사다. 스위스 레만 호숫가의 브베에 본사가 있다. 1866년 앙리 네슬레가 유아 식품을 개발해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창업 150주년을 맞이했다. 주력 상품은 인스턴트 커피, 커피용 크림, 생수, 초콜릿, 반려동물 사료, 냉동식품 등이다. 이 분야에서 네슬레는 과거 10년간 20%에 가까운 세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피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회사는 네슬레다. 볶은 커피를 분쇄해 추출액을 뽑은 뒤 건조시켜 분말 형태로 만든 인스턴트 커피는 원래 군대에서 병사들에게 각성 효과를 줄 용도로 보급됐다.


네슬레 커피 1초에 5500잔씩 소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네슬레의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 ‘네스카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식품 브랜드다. 전 세계에서 1초에 3만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그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5500잔이 네슬레가 만든 커피다. 또 네슬레는 유아용 분유를 세계에 확산시켜 많은 아기의 생명을 구했다. 킷캣(초콜릿), 마일로(초코 음료), 페리에(탄산수), 커피메이트(커피용 크림), 네스프레소(캡슐 커피)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네슬레는 이처럼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많이 갖고 있어 기반이 튼튼하지만, 최근 실적이 좋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네슬레는 시장 점유율을 중시해 이익률을 비교적 낮게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네슬레의 영업이익률은 15.3%로 식품업계 미국 경쟁사 크래프트하인즈의 23.2%보다 낮다. 또 매출액 증가 추세도 정체돼 있다. 외부 기업 인수·합병(M&A) 없이 자체적인 매출액만을 고려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률은 연 5%가 목표지만, 2016년엔 이에 못 미치는 3.2%를 기록했다.

네슬레는 세계 191개국에서 영업하고 있어 세계 경제 동향에 실적이 영향을 받는다. 지금은 많은 나라가 저물가 상황이어서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 기술 발달도 실적에 영향을 준다. 네슬레의 전자상거래를 통한 매출액 비율은 2012년 2.9%에서 작년엔 4.9%로 늘었다. 하지만 아직 낮은 수준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선 소비자가 작은 기업의 제품도 똑같이 접근할 수 있어 네슬레와 같은 거대 기업엔 긍정적이지 않다.

2016년 매출액을 부문별로 나누면, 분말·액체 등 음료가 22.1%를 차지한다. 그중 커피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영양식품과 건강과학 부문이 16.8%, 유제품과 아이스크림이 16.0%, 가공식품과 조리기구가 13.6%, 반려동물 사료가 13.5%, 과자가 9.7%, 생수가 8.3%다.

네슬레의 2016년 매출액을 지역별로 나누면 선진국이 58%, 신흥국이 42%다. 2007년(선진국 68%, 신흥국 32%)과 비교하면 신흥국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신흥국의 매출액은 연평균 8.3% 늘어 선진국의 1.6%보다 크게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네슬레 전체 매출액 895억달러 중 270달러를 차지해 가장 크다. 중국이 70억달러로 두 번째로 많다.


울프 마크 슈나이더 네슬레 CEO. <사진 : 블룸버그>
울프 마크 슈나이더 네슬레 CEO. <사진 : 블룸버그>

헬스케어 기업 M&A 추진

네슬레가 직면한 최대 과제는 소비자 기호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다. 네슬레는 건강과학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비타민 음료나 고령층, 암 환자 맞춤형 식품 등이 건강과학 부문에 속한다. 하지만 아직 매출은 적은 수준이다. 네슬레 연구소는 식품과 의약품이 겹치는 분야에서 제품군을 강화하기 위해 헬스케어 기업 M&A를 추진하고 있다. 또 현재 판매되는 주요 제품을 건강에 좋도록 바꾸고 있다. 네슬레는 지난 2년간 판매 식품에서 염분, 당분, 지방 함량을 10% 줄였다.

일반적으로 식품 기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가계 지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식품 지출은 정체돼 있다.

독일 출신의 울프 마크 슈나이더는 올해 1월 네슬레의 새로운 최고책임자(CEO)가 됐다. 그는 2003년부터 작년까지 병원 경영, 의료기기, 의약품 등 헬스케어 기업인 프레지니우스의 CEO를 지냈다. 슈나이더가 CEO로 선임된 것은 경영을 쇄신하고 특히 헬스케어 관련 식품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Plus Point

네슬레에 경영개선 요구한 행동주의 펀드 ‘서드포인트’

6월 25일(현지시각) 미국의 억만장자 대니얼 러브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서드포인트’는 35억달러 규모의 네슬레 지분을 보유했다고 밝히면서 공격에 나섰다. 서드포인트의 요구 조건은 ‘공격적인 경영 개선’이었다. 행동주의 펀드는 지분을 매입해 의결권을 확보하고 기업에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단기간에 이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다.

서드포인트는 6월 25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네슬레는 주가는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회사와 비교해 심각하게 낮다”고 했다.

네슬레는 프랑스 화장품 업체 로레알 지분 23.2%를 갖고 있고, 지분 가치는 270억달러로 평가된다. 서드포인트는 로레알 지분 매각과 함께 네슬레가 보유한 2000개가 넘는 브랜드 매각을 포함해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네슬레는 서드포인트로부터 경영 개선 압박을 받는 가운데 6월 27일 200억스위스프랑(약 23조39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서 “저금리 기조와 강력한 현금흐름 창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은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