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르토렐에 있는 세아트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스페인 마르토렐에 있는 세아트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세아트(SEAT)는 복구와 통합, 회복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2017년은 세아트에 매우 특별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우리는 세아트를 다음 단계에 올려놓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스페인 자동차 제조업체인 세아트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15년에는 700만유로의 적자를 냈지만, 불과 1년 만인 2016년에는 1억4300만유로(약 19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950년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세후이익은 2억3200만유로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과 세후이익 모두 흑자를 달성했다. 루카 드 메오(luca de meo) 세아트 회장은 2016년 실적을 발표하며 자신감에 넘치는 목소리로 세아트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5대 만들면 4대는 수출… 독일 판매 10% 증가

세아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85억9730만유로(약 11조5916억원)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더불어 매출액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실적 개선은 차종 확대와 수출시장 다변화 덕분에 가능했다. 세아트는 1986년 폴크스바겐그룹에 인수됐는데, 그 이후 특색 없는 양산형 차량을 만든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독자 모델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아트가 2012년 이후 R&D와 시설 투자에 쓴 돈은 30억유로에 달한다. 매년 회사 매출액의 10% 정도를 R&D에 쓰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보다 2~3배는 높은 수준이다. 세아트는 올해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스마트카 관련 연구를 위한 연구소를 열기도 했다.

적극적인 R&D 투자는 생산 모델 다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세아트는 지난해 이후 모두 네 개의 모델을 새로 선보였다. 올여름에 주력 차종 중 하나인 이비자(Ibiza) 5세대 모델 판매를 시작했고, 하반기에는 새로운 소형 크로스오버인 아로나(Arona)를 출시할 계획이다. 아테카는 세아트가 만든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세아트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생산 모델이 다양해지면서 판매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4년간 세아트의 판매량은 40만8700대를 기록했는데, 직전 4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거의 30% 정도 늘어난 것이다.


車 산업 성장 힘입어 부활하는 스페인 경제

생산 모델이 다양해지는 동시에 수출 시장도 다변화되고 있다. 지난해 세아트는 전체 생산 물량의 82.4%를 수출했다. 올해 상반기 세아트의 판매량은 24만6500대였는데 이는 전년 대비 13.7% 증가한 것이다. 주력 시장인 스페인에서 전년 대비 21.2% 증가한 5만4100대를 팔았고,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독일에서는 10.2% 증가한 4만8600대를 팔았다. 이외에도 영국(20.5%), 프랑스(18.2%), 이탈리아(14.6%) 등에서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멕시코(1만2900대), 이스라엘(5500대) 같은 비(非)유럽 국가에서도 판매량이 늘어나며 선전하고 있다. 세아트는 현재 전체 유럽시장의 53% 정도에 차를 수출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이를 72%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루카 드 메오 회장은 “폴크스바겐그룹이 추진하는 글로벌 전략에서 세아트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7월 뉴욕타임스(NYT)는 스페인 경제의 부활에 대한 특집 기사를 냈다. NYT는 마르토렐 세아트 공장의 활기찬 모습을 전하며 “오랜 기간 절망에 허덕이던 나라에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스페인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3.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스페인의 여러 경제지표는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9%로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10%대로 떨어졌다. 세아트 자동차를 해외에 수출하는 바르셀로나항의 올해 상반기 물동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18%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암흑기를 맞이했던 스페인 경제가 살아난 건 과감한 구조 개혁과 세아트 같은 제조업 분야 기업이 부활한 덕분이다. 스페인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기업 유치에 나섰다. 덕분에 독일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이 스페인 북동부 팜플로나 공장에 10억유로를 투자했다. 세아트 공장의 재무책임자인 호아킴 한츠는 “성공적인 노동개혁 덕분에 스페인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제조업 분야의 기업 유치가 늘면서 스페인 전체의 산업 구조도 변화했다.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과 비교해 스페인 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정도로 줄었고, 반대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늘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 전반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도 스페인 자동차 산업에 호재였다. 스페인의 자동차 수출액은 4년 사이 60% 증가했다.


Plus Point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세아트에는 반사이익 효과

폴크스바겐그룹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디젤게이트’로 불리는 배출가스 조작 사태 때문에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되면서 인력 구조조정까지 추진하게 된 것이다. 구조조정 규모는 3만명에 달한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일원인 세아트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했다. 오히려 세아트 입장에서는 기회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폴크스바겐그룹은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계기로 전기자동차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방침이다. 전기차 생산을 위해 35억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스페인은 예전부터 전기차의 인기가 높고 관련 인프라와 지원 제도가 잘 정비돼 있는 편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일단 독일에서 전기차 연구와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앞으로 생산 규모가 늘어나면 스페인에도 관련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코트라 스페인 마드리드무역관 관계자는 “폴크스바겐그룹의 전기차 개발 및 생산 확대는 스페인 자동차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