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대형 전광판에 GE의 주가가 떠 있다. GE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50% 넘게 하락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대형 전광판에 GE의 주가가 떠 있다. GE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50% 넘게 하락했다. 사진 블룸버그

제너럴일렉트릭(GE)이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이하 다우지수)에서 쫓겨나게 됐다. 다우지수는 뉴욕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고 믿을 만한 30개 기업의 주가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지수다. 여기서 퇴출된다는 건 GE가 더 이상 미국 증권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지수 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26일부터 GE를 다우지수 구성 종목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다우지수 위원회는 30개 구성 종목 가운데 주가가 가장 높은 기업과 가장 낮은 기업의 차이가 10배 이상 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다우지수 구성 종목 중 주가가 가장 높은 보잉과 GE의 주가 차이가 30배로 벌어졌다. GE는 최근 1년 사이에만 주가가 50% 넘게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다우지수는 15% 정도 올랐다. GE의 빈자리는 드럭스토어 체인 업체인 월그린스 부츠 얼라이언스(WBA)가 채우게 됐다.

GE의 다우지수 퇴출은 미국 경제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다. ‘발명왕’ 에디슨이 1892년 설립한 GE는 126년의 역사 동안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모태 사업인 전구에서부터 철도·발전·송전·항공기엔진·수처리·헬스케어·운송·가전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GE를 이끈 잭 웰치 전 회장은 금융으로 GE의 영토를 넓히기도 했다. 미국 최대 대부 회사로 성장한 GE캐피털이 한때 GE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본업 버리고 금융업 의지하다 휘청

GE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GE의 실적을 이끌던 GE캐피털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GE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잭 웰치의 뒤를 이어 GE를 이끌던 제프리 이멜트가 뒤늦게 본업인 제조업에 충실하겠다고 선언했지만, GE의 제조업 부문은 경쟁력을 잃은 뒤였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GE는 지나친 사업 다각화로 인해 핵심 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버렸다”며 “GE캐피털은 올해 1분기에도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내는 등 GE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GE는 지난해 87억9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구원 투수로 나선 존 플래너리 GE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지만, 당분간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플래너리 CEO는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2020년까지 발전(發電) 부문의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GE의 다우지수 퇴출은 2015년 AT&T가 퇴출된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당시에는 AT&T를 대신해 애플이 다우지수에 편입됐다. 이번에는 GE를 대신해 페이스북이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WBA가 빈자리를 채운다. 개인 정보 유출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페이스북 대신 무난한 업체를 택했다는 평가다. S&P 다우지수 위원회는 “이제는 소매와 금융·헬스케어·테크놀로지 기업이 미국 경제를 대표한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