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히드마틴은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F-22를 업그레이드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공동 개발, 생산 의사를 일본에 타진했다. 사진 블룸버그
록히드마틴은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F-22를 업그레이드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공동 개발, 생산 의사를 일본에 타진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방산 업체 록히드마틴이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꼽히는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개량형의 개발·생산 중 절반 이상을 일본 기업이 맡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적에게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뛰어난 F-22는 레이더망을 뚫고 들어가 핵·미사일 기지 등 핵심 시설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그동안 국가 안보 차원에서 F-22의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 정부는 기술 이전은 물론 수출도 전면 금지해 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록히드마틴의 이번 제안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2030년을 목표로 항공자위대의 주력기인 F-2 후속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예산은 무려 6조엔(약 61조원)에 달한다. 일본은 이를 통해 기존 전투기보다 더 많은 연료를 싣고 최대 2500㎞까지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2 역시 미·일이 공동 개발했지만 핵심 부품은 미국이 독점 생산해 왔다. 이번 F-22 공동 개발은 록히드마틴이 일본 중공업 업체인 IHI에 새로운 엔진 생산기술을 장기적으로 이전할 의향을 밝혔다는 점이 다르다. IHI 엔진이 전투기에 채택될 경우 일본에서의 생산량은 60%를 넘어설 전망이다. 록히드마틴은 또 미쓰비시전기의 전자 시스템을 전투기에 도입하고 미쓰비시중공업이 전투기 날개 개발을 담당하게 하는 방안도 밝힌 상태다.

일본은 제안을 받아들여 록히드마틴과 손잡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비용과 기술적 측면에서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는 것보다 공동 개발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애초 F-22 기술의 대외 유출을 극도로 꺼려 왔던 미국이 태도를 바꾼 데는 대일 무역적자를 문제 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단가 높은 군수용품의 대일 수출이 늘어나면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불리는 중간선거가 11월로 다가오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언론들은 보고 있다.


“美, 핵심 기술 절대 포기 안 할 것” 지적도

그러나 일본 내부에서는 천문학적 개발 비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F-22를 업그레이드한 차세대 전투기에 대당 투입해야 할 비용이 F-35(150억엔)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전투기 70대를 생산할 경우 약 240억엔(약 2400억원), 140대를 생산할 경우 단가를 낮춰 약 210억엔(약 2100억원) 정도를 투입해야 할 것이란 게 록히드마틴 측의 전망이다. 단순 개발 비용뿐 아니라 최근 독자적으로 전투기 개발 경험이 없는 일본 기업이 개발에 참여했을 경우 되레 생산 과정을 복잡하게 하고 비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기술 이전이 어디까지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기의 핵심 기술을 완전히 공개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란 의심도 한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군수 산업 전문가로 꼽히는 사토 헤이고(佐藤丙午) 다쿠쇼쿠대 교수는 “미국은 전투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기업은 하청 업체 수준의 기술 이전을 받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