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도 모르는’ 특화 서비스로 승부

일본에서 연말연시는 관광 업계를 설레게 하는 최대 대목 중 하나다. 열흘 이상 쉬는 곳이 적잖기 때문이다. 다만 2009~2010년 시즌은 예외로 기록될 확률이 높다. 유례없는 경기 불황 탓이다. 사정이 이러니 호텔 업계는 객실 가동률을 만회하고자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다각적인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졌다. 일본 호텔 업계가 모색 중인 침체 터널 극복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방일 외국인은 309만4600만 명에 머물렀다. 전년 대비 28.6% 줄어든 수치로 2003년 이후 5년 만의 최대 감소 기록이다. 2008년엔 835만 명을 웃돌았는데 2009년 전체로는 640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엔고, 경기 후퇴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권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특히 외국인 투숙비율이 높은 고가 호텔일수록 충격이 컸다. 실제로 2009년 호텔 업계의 매출은 부정적이다.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상장 4개사(테이코쿠호텔·로열호텔·후지다관광겚냑鍔E?의 지난해 추정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730억엔, 40억엔에 불과할 전망이다. 2007년(1982억엔, 122억엔)과 2008년(1879억엔, 83억엔)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다.

위기 돌파의 관건은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특화 서비스의 제공에 달렸다. 문제는 돈이다. 가뜩이나 불황인 데다 저성장 압력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거액을 투자한다는 건 쉽잖다. 이때 필요한 성장전략이 USP(Unique Sales Promotion)다. 숙박 특화 호텔이면 불필요한 서비스를 철저히 슬림화해 저가격으로 제공하자는 식이다. 대신 침대 크기를 늘리고 베개 품질도 업그레이드해 숙박 본연의 부가가치를 높이면 된다.

무료 서비스인 아침식사에 승부를 걸겠다면 숙박이 아니라 식사 품질 때문에 찾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게끔 노력하는 게 좋다. 입지가 불편하면 야경을 내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저비용의 잠자고 있는 USP를 찾는 게 포인트다. 시티호텔, 비즈니스호텔, 리조트호텔 등 각급 호텔은 USP 확보를 통한 차별화된 위기 극복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 시티호텔 ‘최고 서비스로 승부하라’ 

시티호텔은 도시 지역 입지 호텔 중 최상급으로 여겨지는 호텔이다. 테이코쿠(帝國), 뉴오타니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시티호텔의 특징은 극진한 고객 서비스로 요약된다. 도어맨·포터 서비스부터 쇼핑 상담, 병원 소개까지 가능하다. 부유층과 경영진 등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외자 계열 브랜드가 이 범주에 들어간다. 요컨대 풀 서비스의 고급 호텔을 의미한다.

객실단가로 보면 1박당 5만엔 이상(외자 계열), 2만~3만엔(방계 고급 계열), 1만~2만엔(중급 이하)으로 구분된다. 즉 같은 시티호텔이라도 가격·서비스가 다양하다는 게 장점이다. 수익 구조는 객실 비중이 대부분 30% 이하로 낮다. 연회·레스토랑 부문의 수익이 오히려 절반에 가깝다. 매출 상위 20개사의 객실 비중은 평균 27%(2005년)에 그친다.

이런 현상은 도심 입지에 따른 높은 지가, 건축 비용 때문이다. 결국 연회·레스토랑의 단위 면적당 수익 효율이 숙박보단 낫다는 얘기다. 이는 걸림돌이기도 하다. 노동집약형 서비스인 까닭에 종업원 임금 수준이 부담스러워서다.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익성은 의문이다. 특히 일이 단순해 아웃소싱이 가능한 숙박 서비스의 인건비 절감이 더 유리할 수도 있어서다.

시티호텔은 그간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외자 계열 고급 호텔이 과거 일본에 입성한 건 런던·파리·뉴욕 등 주요 도시에 비해 부유층·경영진이 묵을 만한 공간이 일본에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은 객실 규모로도 극진한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를 도모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채산성은 기대 이하다. 시티호텔이 숙박 부문 수익성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시티호텔들은 경영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버리는 한편 발본적인 전략 재검토에 나선 케이스도 있다. 쉽진 않다. 채산 증대를 위해 특유의 풀 서비스를 줄이고 가격을 떨어뜨린 일부 시티호텔은 오히려 기존 고객마저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잠깐 동안 신규 고객이 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결국 해답은 사람들이 시티호텔에 가지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양질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시티호텔로 부르고 인식될 때 비로소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비즈니스호텔 ‘샐러리맨을 감동시켜라’

비즈니스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묵는 호텔 개념이었다. 출장 수요를 위해 싱글 룸 위주의 셀프서비스를 원칙으로 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좁고 어슴푸레하며 청소 상태도 그다지 훌륭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건 옛날얘기다. 숙박 특화 호텔로 자리매김하면서 지금은 그 이미지가 상당히 변했기 때문이다.

가격도 매력적이다. 수도권 비즈니스호텔의 싱글 룸은 8000~1만엔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시설 경쟁력은 시티호텔과 호각을 다툰다. 물론 서비스 수준은 다소 떨어진다. 시티호텔 중 연회·레스토랑 부문을 없애고 비즈니스호텔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비즈니스맨이 필요로 하는 인터넷 무료 접속 등의 특화 서비스도 자랑거리다. 독립계인 도요코(東橫)인, 루트인, 슈퍼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외식체인인 로열그룹의 리치몬드호텔, 대기업 사철(西日本鐵道) 계열인 니시테츠(西鐵)인, 항공계열의 JAL시티 등 이업종에서 들어온 경우도 적잖다. 조락하는 시티호텔과는 달리 활기가 목격되는 이유다.

비즈니스호텔의 경쟁력은 저비용 경영에 있다. 인건비 삭감과 가동률 증대로 가격 경쟁력을 실현한 것이다. 예약도 콜센터·인터넷을 원칙으로 해 여행사 수수료를 줄였다.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고객 욕구에 부응한 결과 드물게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

도요코인은 숙박 특화 비즈니스호텔의 성공 모델로 통한다. 완전한 무명 상태에서 창업해 20년 만에 전국 단위 호텔체인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176개 점포에 3만3403실을 갖췄다(2008년 3월). 언제 어디서든 동일 수준의 시설·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객실 표준화를 위해 본사가 직접 내장을 해 동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만큼 반복 이용률이 높다.

자금 조달법도 독특하다. 건물 임차 때 보증금을 무담보 사모사채로 조달한다. 이때 호텔 가동률에 연동한 이자율법을 개발해 가동률이 60% 이상일 때 가산이자를 얹어줌으로써 투자자를 쉽게 모을 수 있었다. 고객이 많을수록 수익이 높아지니 투자자에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니시테츠인도 빠지지 않는 성공 사례다. 사철계열로 1999년 4월 출범해 총 11개 점포를 갖췄다. 2008년 5월엔 도쿄에도 입성했다. 철도 회사의 영업권역을 고집하지 않고 전국 체인화를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2008년 10월부터는 경쟁사인 나고야(名古屋)철도의 메이테츠(名鐵)인, 게이힌(京浜)급행전철의 게이큐(京急)EX인과 제휴해 상호보완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이용자의 편리성을 위한 조치다. 여기에 차별화를 위해 일부 지점에 온천·목욕탕을 설치하는 등 쾌적성까지 더했다.

대기업 외식체인(로열홀딩스)이 프리미엄을 내세워 진출한 리치몬드호텔도 관심 사례다. 저렴한 가격에 18㎡의 넓은 싱글 룸을 제공해 쾌적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JD파워의 만족도 조사에서 2009년까지 4년 연속 1위(9000~1만5000엔대)를 차지했다. 24개 점포로 전국 네트워크를 실현하기도 했다. 특히 2008년부터는 지역 사정에 맞는 차별화를 위해 양질의 숙박 수요가 있을 경우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 관심을 끌고 있다.

◈ 리조트호텔 ‘회원제로 특화하라’

관광지·온천지 등에 위치한 호텔이다. 즉 장기 체제를 위한 숙박시설이다. 리조트호텔의 경우 정확한 정의는 내리기 힘들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시티호텔에 근접하는 수준부터 비즈니스호텔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곳도 많다. 아직은 장기 체제보다는 1~2박 정도의 짧은 여행이 많고 사원 여행 등 단체 고객을 염두에 두고 있어 한계가 적잖은 게 사실이다. 단독·가족 고객을 위한 대응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리조트호텔은 1980년대 버블경제 때 대거 개발됐다. 그러다 1990년대 줄줄이 경영 파탄에 빠졌다. 이후 지금껏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리조트호텔은 가동률의 변동성이 심해 매출구조도 들쑥날쑥한 게 일반적이다. 일본의 휴가 관행은 집단적이다.

골든위크·추석·설날 등 특정 시기에 집중해 매출이 발생한다. 그러니 채산 유지를 위해 성수기 때 이용요금을 고가로 설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또 고객 외면,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부의 경우 여름휴가 때 1년 치를 벌고 휴업한다는 말까지 들릴 정도다.

그래도 성장하는 기업은 있는 법이다. 회원제 리조트호텔이 그렇다. 원래 대기업은 복리후생의 일환으로 휴양지에 보양시설을 갖췄었다. 하지만 유지비용이 부담스러워 회원제 리조트호텔에 가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으론 부유층이 늘면서 개인회원 수요도 늘고 있다. 동일 공간의 시간 공유 메리트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회원제는 호텔과 회원 모두에게 유리하다. 호텔은 수익 변동을 피할 수 있고, 회원은 성수기에 합리적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회원권 모집의 실패 확률이다. 브랜드가 떨어지는 호텔은 특히 그렇다. 그만큼 회원모집과 시설 운영 노하우 등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회원제 리조트호텔의 최대 기업은 리조트트러스트다. 12만 명의 회원을 보유했다. 주요 대도시에서 2~3시간 입지의 리조트호텔 개발과 회원권 판매에 주력한다. 주력은 ‘에크시브’라는 브랜드다. 그밖에 도심형의 리조트호텔로 ‘도쿄 베이코트 클럽호텔&온천리조트(2008년 3월 오픈)’도 운영 중이다. 에크시브의 경우 연 26박의 완전 이용 보증 실현과 다른 지역 리조트 회원과 교환·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편리성을 강화한 게 차별적이다.

외자 계열로 시작한 선댄스리조트는 개인회원제 리조트호텔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주된 특징으로 회원의 경우 △오너로 리조트 시설을 공동소유(신탁회사를 통한 시설 공동소유) △운영회사로부터의 클럽 독립 △숙박요금 인하 등을 들 수 있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해 하루 단위의 숙박이 가능한 포인트 제도도 도입했다. 약 9000명의 회원은 해외의 제휴 호텔을 이용할 수도 있다(국내외 98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