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일본 자동차에 대한 신뢰가 있다. 무엇보다 고장이 없고, 부드럽고, 사용 후 중고로 되팔 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일본 자동차만 줄곧 써 왔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은 혼다의 SUV인 파일럿(PILOT)으로, 3500㏄ 배기량에 최신형 모델이다. 2004년에 살 때 3만2000달러, 우리 돈으로 3200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그만큼 지금까지 만족하고 있고, 일본차의 세련된 디자인과 성능, 고장 없는 단단함에 감탄하며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다.

 미국에서 최소한 워싱턴에서 길거리에 나가면, 굴러다니는 차 두 대 중 한 대는 일본차일 정도로 일본차가 많다. 그 중에서도 도요타는 단연 압권이다. 미국인들이 주로 엄청난 파워와 덩치를 지닌 SUV 위주의 중형차를 선호한다면, 외국인들은 고장 없고 부드러운 일본차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쩌다 한국차를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 운전자가 누구인지 힐끗힐끗 보게 되는데, 열에 일고여덟은 흑인이거나 히스패닉, 아니면 한국 사람이다. 기아차는 ‘장난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듯한 차의 대열에 끼지도 못하는 게 사실이다. 또 거리에서 보는 한국차는 언제나 새 차이고, 중고차는 거의 볼 수 없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만큼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이고, 헌 중고차를 사느니 싼 맛에 새 차를 사기 때문이라고 여겨 왔다.

 그런데 최근 이런 나의 생각이 바뀔 만한 일이 생겼다. 지난해 말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문제와 관련해 펜실베니아 주의 피츠버그로 출장을 갔다.  폭설이 내린 그날, 비행기가 세 번이나 결항된 끝에 피츠버그 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어둠이 깊어 한밤중이었고, 여전히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예약해 놓은 허츠(HERTZ) 렌터카 카운터로 가서 경량차 한 대를 빌렸다. 키를 들고 찾아간 주차장 구획에 서 있는 차는 현대의 쏘나타였다. 미국 앨라배마 현지 공장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쏘나타는 주행거리가 2600마일밖에 안 될 정도로 새 차였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흘 동안 피츠버그를 돌아다니면서 나는 현대차의 새로운 모습에 감탄했다. 솔직히 현대차라는 걸 잊어버린다면, 그 차가 일본차인지, 벤츠인지 전혀 모를 정도였을 것이다. 부드러운 출발과 묵직한 가속, 편안한 의자, 각종 편의 장치들은 운전을 할수록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차가 이렇게 나아졌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요즘 미국 자동차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에서는 연례 세계자동차쇼가 열리고 있다. 디트로이트발 <로이터>는 “자동차 생산고 세계 1위 자리를 예약해 놓고 있는 일본의 도요타가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를 경계 대상 1호로 꼽았다”라는 기사를 전해왔다. 도요타 미주법인 푸노 유키토시 회장은 “혼다, 닛산, 현대 등이 경쟁 상대이지만, 그 중에서도 현대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대가 도요타를 위협한다는 것은 사실 농담에 가까울 수 있다. 하지만 유키토시 회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남다른 생각도 든다. 그는 무엇보다 세계 최고 차들의 벤치마킹을 통해 현대차가 세계무대에서 획기적으로 이미지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미 소비자 만족도 조사회사인 JD파워의 조사에서, 현대자동차의 품질은 일본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그는 소개했다. 현대차는 폴크스바겐, 마쓰다, 스바루 자동차보다도 더 많이 팔려 올해 판매량이 작년보다 10% 늘어난 50만대에 이를 전망이라고 <로이터>는 말했다. 2005년도에는 전년도에 비해 7.7%가 줄어든 41만8615대를 판매, 시장점유율 2.5%를 기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미주법인 최고경영자인 밥 코스매이는 “1990년 말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할 무렵, 판매량은 9만대에 불과했다”라며, “현대자동차 품질은 그동안 획기적으로 개선돼 그 반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코스매이는 이번 자동차쇼에서 리모델링한 SUV 차량 산타페를 선보이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 이 차량의 가격은 도요타의 하이랜드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매이가 인정했듯이, 현대자동차의 성공은 최고의 품질, 경쟁력 있는 가격을 지향하고 다양한 차종으로 소비자 층을 확대하려는 도요타의 판매 전략과 유사한 점이 있다. 이 점을 도요타는 가장 우려하고 있다. 도요타의 유키토시 회장은 “혼다와 닛산 역시 버거운 경쟁 상대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판매 전략과 외양에서 우리와는 다르지만, 현대는 우리와 유사한 면이 많다”라고 말했다.

 지금 쓰는 혼다 파일럿을 당장 교체할 생각은 없지만, 만일 어떤 일로 차를 바꿔야 한다면, SUV 마니아인 기자는 현대의 신형 산타페로 바꾸는 걸 적극 고려할 것이다.

허용범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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