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병술년 새해 벽두부터 680여만명의 홍콩 시민들은 연신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주식, 부동산, 관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제 성적표가 온통 ‘파란색’ 일색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먼저 주식시장을 보자. 개장 첫날인 지난 3일 홍콩 증시의 항성지수는 단숨에 71포인트 오르면서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쾌조의 스타트는 이후에도 이어져 홍콩 증시는 연일 상승세를 지속,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이다. 단적으로 1월9일의 경우, 이날 하루 동안 홍콩 증시는 202포인트 이상이 올라 1만5547을 기록하면서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더욱이 이날 거래량은 408억홍콩달러(1홍콩달러는 약130원)에 달해 홍콩의 전성기였던 1998년 3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 ‘홍콩 르네상스’의 신호탄을 보냈다.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의 폭발적인 상승세의 첫 번째 원인으로 최근 미국 FRB의 발표로 미국발(發) 금리인상 가능성이 급감한 것을 꼽는다.

 여기에다 중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의 우량기업(이른바 H주)들의 강세장이 예고되는 것도 한몫을 하였다. 실제 지난 1월 3일 개장 첫날, 홍콩 증시 H주는 1.55% 상승하면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워 이런 기대감을 부추겼다.

 현재 홍콩 증시에서 H주의 비중은 약 37%에 달한다. 이와 함께 아시아 주식에 투자하기 위한 외국 핫머니들이 홍콩에 줄줄이 유입되면서 유동성 장세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맥쿼리증권의 마크 심슨 애널리스트는 “홍콩의 투자 심리를 억눌러 왔던 미국 금리인상 부담이 사라지면서 긴장감을 늦추고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항성지수는 1만84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홍콩 증시는 올 들어 개장 닷새 만에 전년 종가 대비 4%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는 ‘초 강세장(場)’을 연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기업들의 홍콩 IPO(기업공개) 열풍도 주목되는 현상이다.  세계적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분석에 따르면, 올해 홍콩의 IPO 시장 규모는 2000억홍콩달러(258억달러, 약26조원)에 달해 사상 최고(最高)의 해가 될 전망이다.

 중국 대륙과 거리가 가까운 데다 동일한 아시아 문화권이면서, 상장 절차와 운용방식 등이 미국 뉴욕 증시보다 훨씬 간편해 홍콩 증시의 매력이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증권당국의 내부개혁 작업 부진으로 지난 2004년 중반 이후 중국 내 신규 상장이 사실상 중단된 것도 중국 우량기업들의 ‘홍콩 행(行)’을 가속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처드 선포 위엔 PwC 이사는 “중국 2대 은행인 중국은행(BOC)과 중국공상은행,  상하이(上海)자동차그룹, 상하이선진반도체제조(ASMC), 다중(大中)전기, 화훙(華虹)NEC전자, 산시(陝西)천연가스, 중국항만건설 등 올해만 해도 홍콩 증시 상장 계획을 밝힌 기업이 3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도 들썩거리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자문회사인 DTZ가 1월 5일 발표한 전 세계 117개 상업지역의 ‘2005년 사무실 사용 비용 조사 보고서’를 보면, 평방피트당 홍콩의 부동산 연간 비용은 107.2미국달러로 2004년 대비 61%나 치솟았다. 사상 처음 일본 도쿄를 제치고 아시아에서 사무실 사용 비용이 가장 비싼 지역이 된 것이다.

 DTZ는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이 임차료 이외에 세제, 인프라, 위치, 정치 환경과 자금 이동의 자유도 등을 고려해 지역본부 위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부동산의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경쟁력에는 큰 손상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으로 주권 반환과 사스(SARS : 중증급성 호흡기 증후군) 파동으로 황량한 버림받은 도시로 몰리던 홍콩이 다시 완벽한 재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관광시장도 되살아나

 홍콩 경제의 청신호를 보여주는 증거는 여럿이다. 외국기업에 대한 특별한 인센티브가 전무(全無)한 상황이지만 홍콩으로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 2004년 기준)는 340억달러로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한국(76억달러)의 네 배가 넘는 액수이다.

 사스가 한창이던 2003년에 966개였던 홍콩 내 다국적 기업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는 지난해 1167개로 늘어났다. 치열한 허브(hub : 중심)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경쟁 상대인 상하이와 싱가포르 등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이달 초 공동 발표한 세계 157개국 대상 ‘경제자유지수(IEF) 조사’에서도 홍콩은 또다시 1위를 차지했다. ‘12년 연속 1위’라는 진기록은 아시아 4룡(龍) 중 대만(37위), 한국(45위) 등이 30위권 밖에 머물고 있는 것과 대비해 한층 빛난다는 지적이다.

 관광시장도 되살아나는 조짐이 뚜렷하다. 작년 가을 개장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던 홍콩디즈니랜드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 개막일(2005년 12월13일) 첫 매진을 기록한 이래 꾸준히 입장객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홍콩정부 측이 이달 하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 : 음력설)을 관광객 유치의 절호의 기회로 삼아 서비스 향상, 다양한 티켓 옵션, 중국풍의 인테리어와 음악·음식 등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최근 4일 연속 매진 사례를 빚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개장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평균 1만4000명에 이르던 일일 입장객이 초기 기대치인 1만5000명을 거뜬히 돌파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홍콩정부가 올해 잡고 있는 관광객 유치 목표는 최소 2700만명. 홍콩 관광청 관계자는 “올해를 ‘홍콩 대탐험(Discover Hong Kong Year)의 해’로 정했다”라며, “홍콩의 새로운 이미지 개발과 경쟁력 우위 등을 보여주면서 세계 5대 관광대국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단거리 여행뿐 아니라 기업체 회의 유치와 대형전시 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실리를 극대화 한다는 구상이다.

 거시경제 지표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실업률은 1%포인트나 낮은 5.3%로 떨어졌고, 소비심리도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1%대의 경제성장률(잠정 집계)은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성장 수치이다.

 그러다 보니 약 5만개에 이르는 홍콩 내 호텔 객실 투숙료는 2005년보다 평균 15%나 올랐으나, 객실 점유율은 평균 80%를 웃돈다. 당연히 홍콩 시민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경제의 회복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CEPA)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요인 하나만으로 홍콩경제의 재도약을 설명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1인당국민소득(GDP)이 2만4000달러가 넘는 선진국이지만 노동조합이 없고, 복지국가의 기본인 최저임금제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홍콩경제에는 완벽한 시장(市場 )우선주의와 철저한 경제적 자유주의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헨리 탕(唐英年) 재정부 총리가 강조했듯이, “시장(市場)의 리드(lead)를 극대화 하고, 정부는 이를 측면 지원할 뿐”이라는 슬로건이 2006년 홍콩 시민과 공무원들의 경제관(觀)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글로벌 도시’를 표방하는 홍콩의 선전(善戰)과 부활(復活)은 이래저래 동북아 중심 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 ‘도전’과 ‘부러움’, 그리고 ‘학습’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송의달 조선일보 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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