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12월16일 오후. ‘저승사자’로 불리는 도쿄지검 특수부 수사관 수십 명이 일본 신흥 IT 갑부들의 사무실이 몰려 있는 최첨단 빌딩 롯폰기힐스로 들이닥쳤다. 목표는 ‘벤처신화’로 상징되는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33)의 라이브도어.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전격적인 압수수색이었다. 혐의는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이로부터 일주일 뒤. 검찰은 호리에 전 사장을 소환, 당일 체포하는 전광석화식의 수사를 이어갔다. 기업사냥을 무기로 성공가도를 구가하며 나른했던 일본사회를 들끓게 했던 라이브도어의 ‘벤처신화’는 이로써 싱거운 파국을 맞았다.

 호리에 전 사장과 라이브도어의 몰락은 한편의 ‘벤처 드라마’와도 같았다.  호리에 전 사장은 지난 1996년 도쿄대 재학 시절 설립했던 기업 홈페이지 제작·관리업체 온 더 에지로 IT업계에 발을 디뎠다. 자본금 600만 엔짜리 회사였다. 남다른 수완으로 창업 10년 만에 라이브도어를 도쿄증권거래소의 신흥시장인 마더스의 대표기업으로 급성장시켰다. 라이브도어는 증권사와 신용카드 회사, 유통회사, 출판사, 소비자금융 등 4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일본 ‘신(新) 경제’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호리에몬 연금술’이라는 찬사가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로 따라다녔다.

 ‘제조업의 나라’인 일본에서 이단적 존재였던 호리에 사장은 추종을 불허하는 기업 인수합병(M&A) 실력을 무기로 IT벤처 성공신화를 일구며 일약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그는 초고속 성장을 배경으로 프로야구 구단 오사카(大阪) 긴데쓰(近鐵) 인수에 나섰으며 지주회사인 니혼방송을 고리로 최대 민영방송인 후지TV의 사냥을 시도,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는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을 일구는 것이 꿈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평소 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의 이러한 ‘폭주’는 라이브도어가 야후나 소프트뱅크, 라쿠텐 등 선발 IT벤처업체들과 비교해 검색·쇼핑몰·포털 등에서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호리에 전 사장의 독특한 언행은 일본 사회에 논란을 일으키곤 했다. 일본 역사교과서 파문이 일자 “산케이(産經)의 극우노선은 필요 없다. 신문이 분위기를 띄운다든지 새로운 교과서를 만든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뭐든 살 수 있는 돈이 있다” “돈이면 사람의 마음도 살 수 있다” 등 배금주의적이고 파격적인 발언은 일본 보수 사회에 풍파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서양 언론은 그를 ‘일본 재계의 신인류’로 띄웠다.

 대중적 인기를 한몸에 모았던 그의 욕심은 정치 쪽으로도 뻗어나가 지난해에는 중의원 선거에 도전하기에 이르렀다. 집권 자민당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됐다.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그의 성공가도와 라이브도어 그룹의 탄탄대로를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호리에 사장은 지난해 미국 <포브스>지가 발표한 ‘일본의 부자 40명’에서 총자산 6억4500만 달러로 40위에 올라 부를 과시했다. 그가 사는 도쿄 도심의 롯폰기힐스라는 고급 맨션의 이름을 따 ‘힐스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M&A 수법은 기업윤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각종 규제와 제도, 법률의 허점을 노리는 방식으로 라이브도어를 급성장시키며 기업 사냥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수법은 편법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일본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후지TV 사냥의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증시 폐장 후 온라인 매매를 통해 하룻밤 만에 모기업인 니혼방송 주식을 대량 인수한 수법이 증권거래법의 허점을 악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본 정부가 이 사건 이후 적대적 M&A를 어렵게 하는 법안을 급조할 정도로 정·재계는 한명의 ‘벤처 이단아’ 출현으로 허둥거렸다.



 주가조작·분식회계 동원 탈법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호리에 성공신화’가 단순한 편법이 아닌 주가조작과 분식회계라는 탈법을 통해 구축된 사실이 드러났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호리에 전 사장이 2004년 10월 자회사 라이브도어 마케팅(LDM)이 출판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 공표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LDM이 ‘머니라이프’라는 출판사 인수를 공시하기 전 이미 해당 출판사 주식을 인수한 펀드가 라이브도어 소유라는 것을 공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LDM은 자사주와 이 펀드가 보유한 출판사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출판사를 인수했다. 자회사끼리 주식을 교환한 데 불과한 것이었으나 라이브도어가 출판사를 새로 인수한 것처럼 시장을 속였다는 것이다. LDM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 이미 머니라이프를 인수해놓은 상태에서 주가 조작을 목적으로 추후 자회사로 합병할 계획이 있다는 허위정보를 공시한 것이다.

 아울러 적자였던 LDM의 2004년 3분기 결산을 흑자로 가공, 주가를 끌어올린 뒤 주식교환 방식으로 펀드가 확보한 LDM 주식을 매각했으며 수익을 라이브도어 본사 이익(8억 엔)으로 둔갑시켰다. 자회사의 증자에 해당하는 수입을 본사 이익으로 바꾼 것이다.

 라이브도어의 몰락은 정계에 후폭풍을 남겼으며 증시를 뒤흔들었다. 호리에 전 사장은 지난해  9·11 중의원 선거에서 이른바 ‘고이즈미 자객’(刺客)으로 출마했던 사실상의 ‘자민당 맨’이다. 비록 무소속으로 나섰지만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은 유세 과정에서 호리에 전 사장을 ‘동생’이라고 끌어안으며 그의 존재를 선거전에 십분 활용했다. 하지만 사태가 터지자 다케베 간사장은 “혐의가 사실이라면 시장과 투자가를 속인 죄는 크다”며 유감을 표명한데 이어 정기국회에서 공식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처음에는 “이번 사건과 선거 지원은 별개”라며 거리를 두었지만 결국 사과성 발언을 내놓는 등 불똥이 자민당과 고이즈미 총리에게로 튀어 오는 9월 말까지 임기인 고이즈미 정권의 레임덕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이른바 ‘라이브도어 쇼크’가 도쿄(東京)증시를 마비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개인투자가를 중심으로 ‘팔자’ 주문이 쇄도하면서 거의 전 종목이 하락세로 돌아서 닛케이(日經)평균주가가 한때 700엔 이상 폭락하고 주식거래 건수가 처리능력을 넘어서자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 전 중목의 거래를 중지시키는 불명예스러운 조치를 단행했다. 처리능력 한계가 주식거래를 중단하기는 도쿄증권거래소 설립 이래 처음이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11월 시스템 장애를 계기로 하루 처리능력을 450만 건으로 증강했던 터라 증시 관계자들이 느끼는 충격의 강도는 더욱 컸다.

 라이브도어는 지난 1월24일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로 체포된 호리에 사장이 사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발표했다. 후임 사장은 계열사인 소프트웨어 업체 야요이(彌生)의 히라마쓰 고조(平松庚三.60) 부사장이 맡게 됐다. 하지만 사장 교체로 라이브도어 사태가 수습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주가조작과 분식회계는 상장폐지 사안에 해당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라이브도어의 존재는 도쿄증시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라이브도어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을 받았던 후지TV가 거꾸로 라이브도어를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히에다 히사시 후지TV회장은 “라이브도어를 지원하는 게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며 라이브도어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에는 라이브도어의 성장 가능성이 전제임은 불문가지이다. 라이브도어는 존폐의 위기에 서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라이브도어가 ‘패배 신화’로 세인의 뇌리에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지홍 연합뉴스 일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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