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 선전(深玔), 광저우(廣州)를 잇는 남중국 거대 경제권이 통합 작업을 거쳐 중국 최고의 선진 경제 권역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홀로서기’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통합을 통한 시너지(synergy)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때문이다. 또 상하이(上海), 싱가포르, 한국 등과의 피 말리는 동아시아 허브(hub·중심) 경쟁도 상호의존과 협력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1980년 중국 제5기 전인대의 ‘광동성 경제특구조례’를 통해 공식 발족된 선전 경제특구가 발전의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선전의 지역총생산(GRP)은 1980년 2억7000만 위안에서 지난 2004년 3422억 위안으로 급팽창했다.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28%에 달한다. 833위안(99달러)이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04년에는 6만1000위안(7320달러)으로 73배나 늘었다. 중국 내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갈수록 인력난, 토지난, 용수·전력난 등이 심화되면서 선전의 경제 매력도는 빛을 잃어가는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미국 경제잡지

<포춘>의 중국어판 10월 호는 중국 내에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 10곳을 선정했다. 1, 2위는 상하이와 베이징(北京)이 차지했고, 선전은 3위에 그쳤다.  지난 10여 년 동안 1, 2위를 다투던 선전이 3위로 내려앉은 것은 선전의 지도부에게는 ‘충격’이었다.

 전문가들은 외자 유치에 의존하는 특구 성장모델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궈완다 선전 개발연구센터 연구원은 “선전에 수십만 개의 기업이 있지만 대부분 외자기업의 하청업체이고 고부가가치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돌파구는 경제통합이다. 지난해 9월 선전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홍콩과 선전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야 하며 중앙정부는 두 지역 경제가 서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쩡칭훙(曾慶紅) 국가 부주석도 작년 가을 홍콩 디즈니랜드 개막식에 참석해 “홍콩은 앞으로 내륙지역과의 융합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선전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지역 경제가 통합되면 인구 1200만 명에 연간 지역총생산(GRP)이 2400억 달러(2004년 말 기준)인 중국 최대 경제특구가 탄생하게 된다. 두 도시 간 거리는 60여㎞로 현재 하루 유동인구만 10여만 명에 달한다.

 두 지역 간 통합 분위기는 이미 조금씩 고조되고 있다. 홍콩과 선전은 2004년 6월부터 두 도시의 통합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연구팀을 각각 만들어 두 도시 통합방안을 마련키로 했고, 선전의 411개 기업이 홍콩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두 도시 간 통합분위기 달아올라

 최근에는 인프라 통합과 연결 노력에 탄력이 붙고 있다. 단적으로 홍콩 정부와 선전시가 속한 광둥성 정부는 작년 말 홍콩 북부 위엔롱과 선전 서부 서커우를 잇는 선전만(深玔灣) 대교 연결 공사를 마무리하고 올해 말 완공을 서두르고 있다. 2003년 8월 착공된 총길이 5.5km의 이 다리가 완공되면  홍콩에서 선전까지 15분 만에 주파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선전시 정부는 홍콩과의 접경선에 연결도로 4개와 철도를 증설할 계획을 마련했다. 서부 옌장 고속도로, 광저우-선전-홍콩 고속철도, 선전 지하철 4호선 및 황강(黃崗) 터미널 연결 등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여기에다 오는 2007년 선전과 광저우를 잇는 강변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북부 광저우에서 선전을 경유해 1시간 만에 홍콩에 도착하는 환상적인 ‘일일 생활권’이 된다. 중국은 선전을 중심으로 1980년대 중반 북쪽으로 광저우, 서쪽으로 주하이(珠海)를 잇는 중국 최초의 고속도로를 건설했는데, 그 여세를 몰아 21세기판 선진 화남(華南) 경제권 구축 구상이 현실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전은 거리의 최첨단 빌딩과 거미줄 같은 교통, 금융 센터로서의 발 빠른 변신을 통해 제조업과 금융업이 혼합된 중국의 제2개혁·개방을 주도하는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작년 12월 리홍충(李鴻忠) 선전시 공산당 서기는 “선전과 홍콩간 금융 일체화를 목표로 양 지역 간에 거대한 ‘금융대교’를 건설해 국제 금융도시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주최로 이달 초 선전에서 열린 금융회의에서는 “선전이 베이징과 상하이에 이어 중국의 3대 금융 중심지”라는 보고서가 나왔을 정도다.

 선전 증권거래소의 장위쥔(張育軍) 주임은 “선전은 GDP총량과 하이테크제품 생산액, 외자도입 등에서 전국 도시 가운데 모두 수위를 차지한다” 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 금융의 월가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홍콩은 첨단 금융·서비스업으로, 선전은 금융과 제조업 혼합형으로, 이웃한 동관(東莞)은 중국 최대의 공장 지대로 완벽한 분업체제를 갖췄다는 점. 피터 우 홍콩무역발전국(TDC) 이사장은 “총인구 2400여만 명에 이르는 세 도시는 최근 20년 동안 매년 13%대의 성장을 질주했다”며 “이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長江) 경제권을 2% 포인트 이상 압도하는 성적표이자, 중국에서 유일무이한 경제권”이라고 말했다.

 실제 2000년대 들어 홍콩-선전 등 주장(珠江) 삼각주에 이어 창장 경제권과 베이징-톈진(天津)을 잇는 화북의 징진지(京津冀) 지역이 ‘경제 3극’으로 뜨고 있지만, 경제 인프라와 생산력·소비 수준 등에서 주장 삼각주가 아직까지 앞서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1세기 들어 ‘주장 삼각주의 경쟁력 우위를 어떻게 확보해나갈 것인가?’ 이런 절박한 생존의 화두(話頭)를 놓고 홍콩과 중국인들이 벌이는 노력을 지켜보면, 중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금융업 등으로 또다시 도약해 선진 경제권 진입은 ‘시간문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내부 갈등’이나 ‘기업 기(氣) 죽이기’로 일관해서는 한국 경제와 한국 사회에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을 떨칠 수 없는 대현장이다.

송의달 조선일보 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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