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나라일수록 놀고먹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가, 또는 부모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높은 만큼 무위도식자가 많은 것이 대부분 선진국의 실업 사정이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거리의 구직자가 늘어나는 후진국 실업 사정과는 좀 다르다.

 일본에선 젊은 무위도식자를 ‘니트족(NEET族)’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가  이들 놀고먹는 청춘들을 일터로 내몰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NEET’란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취업, 교육도 받지 않는다)이란 뜻. 직업을 잃었다는 피동적 의미의 실업자와 분리해 자발적으로 직업을 포기했다는 뜻에서 ‘무업자(無業者)’라고도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니트족을 ‘15~34세 젊은이들 중 가사(家事)도 돌보지 않고 통학도 하지 않는 비노동력 인구’로 공식 정의하고 있다. 2004년 현재 64만명.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방침은 대학의 ‘커리어(career)교육’을 집중 지원하는 것. 내년 예산에 7억4000만엔을 반영했다. ‘커리어교육’이란 젊은이들에게 구체적인 장래희망과 직업관을 길러 주는 정신교육 프로그램. 내년 봄부터 국·공립대학과 단기대학, 고등전문학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교육내용 개발 등 ‘커리어교육’ 공모를 실시, 당선된 학교에 연간 2000만엔씩 3년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3년 일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일터로 보내기 위한 ‘젊은이 자립·도전 플랜(계획)’을 내놓았다. 이번 ‘커리어교육’ 지원은 2년 전 수립한 장기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사업이다.

 일본에선 장기불황이 시작된 1990년대 이후 취업난으로 인해 아예 장래희망을 갖지 않고 대학 졸업 후 놀고먹는 젊은이들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니트족처럼 배 째라 식은 아니지만, 장기불황 시대 일본 젊은이를 규정하는 또 다른 부류가 ‘프리터’족이다. ‘Free’와 ‘Arbeiter’란 단어를 조합해 만든 일본식 조어다. 정규직을 잡지 않고 돈이 궁할 때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를 지칭한다.

 15~35세 일본의 프리터는 500만명으로 추산. 일본 후생성은 연간 10만명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프리터’와 함께 1990년대 말 생겨난 대표적 신조어가 ‘파라사이트(parasite 기생)’족이다. 직업을 갖고 있어도 독립하지 않고 결혼하지도 않고 계속 돈 있는 부모에게 얹혀사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교육을 탓하는 견해가 강하다. 일본 교육사회학자 혼다 유키(本田由紀)씨는 “학교에서 직업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불황 사회에 일거에 내던져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안정적인 직업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자본주의의 기초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렇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커리어교육’을 후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조만간 인구가 줄어들어 일할 사람 구하는 것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실정이다. 2007년부터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후생노동성은 2004년 6642만명이던 일본 노동력 인구가 2030년에는 5595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5년 장기불황 사회에서 놀고먹는 젊은이들을 일터로 끌어내지 않으면 경제 운용이 불가능한 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