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7월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린 인터넷 커넥티드 카 룽웨RX5 신차 발표회에서 차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AFP 연합뉴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7월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린 인터넷 커넥티드 카 룽웨RX5 신차 발표회에서 차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AFP 연합뉴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톈먀오(天猫)에서 7월 6일부터 신차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알리바바가 중국 최대 자동차업체 상하이자동차와 2년여에 걸쳐 공동 개발한 인터넷 커넥티트 카(Internet connected Car) ‘룽웨(榮威·Roewe) RX5’를 판매하는 것이다.

이날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저장성 항저우(杭州)의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신차 발표회에서 알리바바와 상하이자동차는 사물인터넷(IoT) 운영체제(OS)가 돌아가는 차량을 양산 판매하는 것은 세계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차량은 상하이자동차의 브랜드 룽웨에 알리바바가 독자개발한 스마트 OS인 ‘윈(Yun)OS’를 탑재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다. 양사는 이 차량을 인터넷 커넥티드 카, OS Car(OS를 장착한 자동차), 수퍼 인터넷 SUV 등이라고 혼용해 지칭했다.

알리바바와 상하이자동차의 인터넷 자동차 개발 판매는 2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우선 기존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혁신 경쟁에서 중국 기업이 스타트를 끊었음을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IoT 시대를 주도할 OS로 윈OS를 밀고 있는 알리바바의 전략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바바와 상하이자동차는 이날 발표한 인터넷자동차를 초청 외신기자들에게 시승할 기회를 제공했다. 무인 자율 주행 같은 획기적인 변화는 없지만 인간 친화적인 편리함이 와 닿았다.


교통수단 넘어서는 자동차

스마트워치를 톡톡 두드리니 문이 열리고 닫힌다. 운전자의 스마트폰으로 자동으로 교신한 자동차가 운전자가 착석했음을 확인한 뒤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덥다고 말하자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출까요”라고 묻는다. 알리바바는 대화로 본격 소통할 수 있는 첫번째 자동차라고 강조했다.

운전자의 평소 습관을 기억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하고 자주 가는 목적지가 지도에 우선적으로 표시된다. 쇼핑몰 주차장의 주차 자리도 예약할 수 있다. 주차장은 물론 주유소에서도 차량 자체가 대금 지불 기능을 제공한다. 자동차 운행 속도에 따라 지도의 크기가 자동으로 변환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속도가 느려지면 차선이 보일 정도로 지도가 확대된다. 차량의 노후 상태 등을 스스로 측정해 운전자에게 알려주고 카센터 예약 주문을 할 수도 있다. 기자와 함께 시승한 알리바바의 엔지니어 류진펑(劉進鋒)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보안 걱정도 적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그룹 기술위원회 주석인 왕젠(王堅) 박사는 “PC가 전통적인 인터넷을 발전하게 한 인프라였다면 스마트폰은 모바일 인터넷을 일으켰다”며 “인터넷 자동차 등장으로 진짜 사물인터넷 시대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왕 박사는 “과거 자동차의 인프라는 도로였지만 이젠 인터넷이 자동차가 올라탈 새로운 고속도로가 될 것”이라며 “인터넷 생태계에 자동차라는 새로운 구성원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OS를 갖게 된 자동차는 (전통적인 엔진 외에) 두번째 엔진을 창작하게 되는 것”이라며 “두번째 엔진의 동력은 데이터로, 자동차가 인터넷 서비스와 스마트 하드웨어 혁신의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의 자동차는 달릴수록 소모되지만 인터넷 자동차는 사용할수록 데이터가 쌓여 지능화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천훙(陳虹) 상하이자동차 회장도 “1886년 자동차가 등장한 지 올해로 130년이 흘렀지만, 2006년 클라우드 컴퓨팅이 나오기 시작한 건 이제 10년밖에 안 됐다”며 “서로 다른 두가지를 결합함으로써 이제 자동차가 더 이상 교통수단에 머물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톈먀오와 상하이자동차 직영 대리점에서 동시에 예약판매를 시작한 알리바바의 인터넷 커넥티드 카는 8월부터 도로를 달리게 된다. 이 차량의 가격은 9만9800~18만6800위안(1700만~3200만원)으로 배기량 1500cc급 엔진 기준의 경우 동종 고급 SUV(13만8800위안)보다 가격이 1만위안 정도 비싼 14만8800위안(2500만원)으로 책정됐다.

알리바바의 운영체제 ‘윈OS’가 탑재된 상하이자동차의 룽웨RX5.
알리바바의 운영체제 ‘윈OS’가 탑재된 상하이자동차의 룽웨RX5.


알리바바, 자체 OS 보급 나서

알리바바는 이번에 발표된 인터넷자동차가 알리바바의 윈OS 확장 전략의 연장선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휴대전화에 OS가 들어가면서 스마트폰 기능의 80% 이상은 전화 통화와는 관련없게 됐습니다. 앞으로 OS가 장착된 자동차도 80%의 기능은 교통수단과는 무관하게 될 겁니다.”(마윈 알리바바 회장) 알리바바는 이미 정보기술 업계에서만 1000개가 넘는 윈OS 협력업체를 확보하고 있다.

5월 말 기준으로 윈OS를 탑재한 스마트 하드웨어(가전 웨어러블 등)는 총 1억대가 넘는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이 7000만대에 달한다.

주목해야 할 건 모든 기기에 OS를 탑재하려는 이 같은 시도가 하드웨어 시장의 경쟁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왕샤오추(王曉秋) 상하이자동차 부총재는 “인터넷 자동차는 자동차의 가치사슬을 재구축해서 시장경쟁 규칙에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윈 회장도 중국 최대 전기 자동차업체인 BYD와 미국의 테슬라 및 무인자동차 등을 거론하면서 교통수단으로서의 자동차보다는 인류의 파트너로서의 자동차를 강조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승자는 교통 기능보다는 인류의 생활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곳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애플과 구글이 각각 독자 개발한 커넥티드 카 OS인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기반으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손잡고 인터넷 커넥티드 카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애플은 40개, 구글은 17개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협력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위한 윈OS는 일부 대기업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 구도를 바꾸는 혁신 변수가 되고 있다”고 했다.

올해 1분기 중국에서 윈OS 스마트폰은 1700만대가 새로 출하돼 점유율 16.08%를 기록해 처음으로 애플의 iOS를 제쳤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이어 2위로 올라선 것이다.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자동차 전용 OS를 통해 윈OS를 사물인터넷 시대를 선도하는 OS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PC 시대엔 윈도, 스마트폰 OS 시장의 경우 iOS와 안드로이드가 OS 시장을 이끈 것처럼 향후 사물인터넷 시대를 선도하는 OS의 주역도 바뀔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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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넥티드 카(Internet Connected Car) 인터넷과 연결돼 IT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동차. 주로 원격 차량관리,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위치기반서비스 등의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윈OS 알리바바가 개발한 리눅스 기반의 스마트 OS. 알리바바의 빅데이터와 클라우드서비스를 연계한 기술로 스마트폰, 인터넷자동차, 스마트웨어러블, 스마트가전 등 다양한 스마트단말기에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