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과 여성이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에 매물로 나와있는 다가구 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이 몰리면서 임대료와 주택 가격이 급등했으나 자가주택비율은 제자리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주택 시장의 자가 주택 보유율이 2006년을 기점으로 급락하고 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주택을 소유한 미국 가구의 비율이 62.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5%포인트, 지난 1분기 대비 0.6%포인트 각각 떨어진 것이다.

미국인의 자가 주택 보유율이 63% 밑으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통계를 만들기 시작했던 1965년 자가 주택 보유율은 62.9%였다.

미국인의 자가 주택 보유율은 2004년 최고 69.2%를 기록한 이후 2006년까지 2년여 동안 68~69%를 유지하다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자가 주택 수요를 늘리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밀레니얼 세대 주택 수요 감소

미국 언론들은 자가 주택 보유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밀레니얼 세대(18~34세·청장년층)의 주택 수요 감소를 첫 원인으로 꼽았다. 전년 동기 대비 주택 보유율 감소분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청장년층(18~34세)의 자가 주택 보유율은 34.8%에서 34.1%로 0.7%포인트 줄었다. 이는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큰 감소폭이다.

청장년층의 주택 구매 감소 원인은 다양하다. 대학 때 빌린 학자금 대출로 추가 대출 여력이 줄었다는 점, 거주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도시에서 살고자 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소유에 대한 인식이 약해진데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권의 대출 심사 요건이 강화됐다는 점도 꼽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2013년 보고서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 주택 담보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진 것이 주택 구입 수요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청장년층이 학자금 대출 상환 때문에 추가 대출이 어려워 자동차나 주택 구입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사려고 해도 주택 가격 10% 수준의 계약금을 한 번에 내야 하는 것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인 30대는 구직 활동을 시작하는 20대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구직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자가 주택 구매 수요 감소가 청장년층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시점을 좀 더 길게 보아 주택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05년을 기점으로 자가 주택 보유 비율을 연령별로 비교해 보면 중장년층(35~44세)의 감소폭은 11%포인트로 청장년층의 감소폭(9%포인트)보다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엘린 테리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인종·가구 형태를 불문하고 전 연령층에서 자가 주택 비율이 일제히 감소했다”며 “미국인 전체가 집을 사기보다는 임대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택 가격 상승률이 실질임금 상승률보다 훨씬 가파르기 때문에 근로소득자들이 주택을 마련하기에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근로자 실질임금은 제자리걸음이다. 반대로 주택 가격은 초저금리 정책으로 최근 몇년 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주요 20개 도시의 집값을 산출하는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집값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2% 상승했다.

웰스파고 증권의 마크 빈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계국 조사 발표에 앞서 “자가 주택 보유의 가장 큰 장애물은 ‘지불 여력’”이라며 “집값이 임금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 주택 수요자들이 계약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도시 위주로 임대료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댈러스와 휴스턴을 제외한 9개 도시의 임대료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임대료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도시는 워싱턴 DC로 최근 7년 동안 21% 급등했다.


저소득층 세입자보다 중산층 부담 가중

자가 주택 비중이 낮아지면서 미국 주택 시장에서 임대 비중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 뉴욕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요 대도시 9곳의 임대 주거 비율이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임대 주거 비중이 50%를 넘은 미국 대도시는 마이애미,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 5곳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 워싱턴 DC, 휴스턴, 시카고, 댈러스가 추가됐다.

경제학자와 부동산 개발업자는 대다수 미국 도시에서 단기적으로 임대 거주 비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엘렌 교수는 “대도시 아파트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공실률이 대부분 하락하고 있다”며 “공실률 하락으로 임대료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차인은 주거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텍사스 댈러스의 주택개발업자인 브래드 밀러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집을 사기보다는 임대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직업을 찾기 쉬운 장소를 찾아 언제든 떠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임대거주비중 확대가 집값 상승과 맞물리면서 주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욕대 퍼먼(FURMAN)센터 보고서를 인용, “임대료 상승은 저소득층보다 오히려 중산층 세입자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퍼먼센터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치솟는 임대료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된 뉴욕의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와 할렘 지역을 조사한 결과, 임대료를 내지 못해 밀려난 저소득층 비중은 7.6%포인트 증가한 데 그친 반면 중산층 비중은 18%포인트 급등했다.

이 같은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저소득층의 경우 공공임대주택과 임대보조금 등 주택 복지 정책의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퍼먼센터의 잉그리드 굴드 엘렌 교수는 “미국 주택정책이 차상위계층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중간 소득계층이 주거 복지에선 더 취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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