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문을 연 아마존고 1호 매장.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문을 연 아마존고 1호 매장.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대규모 신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면서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혁신의 반작용으로 인한 기존 일자리 파괴 우려 때문이다.

아마존은 앞으로 18개월에 걸쳐 미국 내에 10만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반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기업들을 압박하자 아마존도 화답한 것이다.

지난해 매출 1360억달러(약 155조원)의 세계 최고 혁신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이 일자리를 대폭 늘리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전통적인 일자리가 사라져야 한다면 조금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일자리 한 개를 만들 때마다 2~3개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마존으로 인해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오프라인 매장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마켓워치는 2012년 이후 미국 백화점 일자리가 25만개 줄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달 4일 미국 대표 백화점 메이시스가 연내 68개 백화점 문을 닫고 6200명의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다음 날 유통업체 시어스그룹은 매출 부진으로 올해 150개 점포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최대 서점체인인 반스앤드노블도 4월까지 총 638개 매장 중 12개 매장을 폐쇄할 방침이다.

이들 기업이 올해 해고를 확정한 인력만 최소 1만명이 넘는다. 미국 온라인 소매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마존의 ‘혁신’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1994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작은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유통업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미국인의 소비 방식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아마존 덕분에 매장에 들르는 수고 없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신속히 사들여 사용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싫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직원에게 아마존은 ‘공공의 적’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알렉사·아마존고 등장으로 대량 실직 우려

아마존이 자체 개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알렉사(Alexa)와 지난해 말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의 무인 마트 아마존고(Amazon Go)는 유통 매장 직원의 실직에 대한 불안감을 한층 더 고조시키고 있다.

알렉사가 접목된 아마존 ‘에코’(Echo) 스피커를 이용하면 음성 명령으로 원하는 음악을 재생하는 것은 물론 아마존을 통한 물품 구매도 가능하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모닝스타는 아마존이 지난해에만 에코 스피커를 400만~500만개 팔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마존고’는 바코드 기술이나 전자태그(RFID) 기술을 이용해 직원이 할 일을 고객이 대신하는 ‘무인점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매장 직원과 상품값을 계산하는 점원은 물론 계산대나 결제 단말기도 없다.

아마존 계정만 있으면 본인 인증을 마친 후 사고 싶은 물건을 집어들고 나오면 그만이다. 아마존고 고객계좌에서 자동으로 금액이 결제되기 때문이다. 영수증은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컴퓨터 시각화와 인식 센서, 딥러닝 기술 등 첨단 AI 기술이 집결된 명실상부한 ‘스마트 상점’이기에 가능하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각) 시애틀의 ‘아마존고’ 1호점을 공개했다. 궁극의 스마트 매장이 드디어 등장했다는 찬사가 있는 반면, 앞으로 수많은 마트 점원들이 실업자로 내몰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브릿 비머 아메리카 리서치 그룹 회장은 “아마존의 첨단 기술은 일반 식료품 매장 직원의 75%를 사라지게 할 잠재력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 사샤 세건은 “소매점 계산원이란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소매상점 관련 인력은 2015년 기준, 총 800만명으로 추정된다. 미국 전체 고용의 6%지만, 연간 임금 2만달러대의 대표적인 저소득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고 1호점 매장 공개 사흘 후 “아마존이 아마존고 매장을 200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부정적인 여파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우리는 아직 배우고 있다”며 이 같은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지금으로서는 내년까지 100개가량의 아마존고 매장을 오픈할 가능성이 높다.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한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산층 임금 보호와 일자리 확대 명목으로 반(反)세계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에 대해 시장개방보다 기술적 진보가 일자리 감소에 더 중요한 원인이라고 반박한다. 이 같은 주장의 중심에는 바로 아마존이 있다. 아마존의 ‘일자리 10만개 창출’ 약속이 미국의 고용 안정에 어떤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Plus Point

무인 편의점 반기는 고령사회 일본

레지로보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사진 : 유튜브 캡쳐>
레지로보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사진 : 유튜브 캡쳐>

고령화로 인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에도 직원의 도움 없이 계산과 포장을 할 수 있는 편의점이 등장했다.

일본 편의점 체인인 로손은 IT 기업 파나소닉과 손잡고 지난해 12월 오사카 모리구치시의 ‘로손 파나소닉’ 지점에 상품 정산부터 포장까지 해주는 자동화 기기 ‘레지로보’를 도입했다.

레지로보는 ‘등록’을 뜻하는 영어단어 ‘레지스터(register)’와 ‘로봇’의 합성어다. 아마존고와 달리 이곳을 찾는 고객은 바코드 리더가 부착된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면서 사고자 하는 상품의 바코드를 입력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우산과 잡지, 어묵 등 매장 내 일부 품목은 사람이 판매한다.

조만간 바코드 리더기 없이 바구니에 넣기만 해도 계산 가능한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물건을 다 고른 후 장바구니를 계산대에 위치한 레지로보 위에 올려놓고 계산을 끝내면 장바구니 밑의 뚜껑이 열리고 자동으로 포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