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 나우에서 살 수 있는 상품들. 아마존은 이 상품들을 주문 후 1시간 만에 집에서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한다. <사진 : 아마존닷컴>
아마존 프라임 나우에서 살 수 있는 상품들. 아마존은 이 상품들을 주문 후 1시간 만에 집에서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한다. <사진 : 아마존닷컴>

유통 ‘거인’ 아마존의 혁신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빠른 배달’에도 손을 뻗쳤다. 결제 버튼을 누른 뒤 1시간 안에 주문한 상품이 도착하는 서비스 ‘프라임 나우’다.

‘1시간 배송’ 서비스로 아마존이 일본 유통 시장을 파고들자 현지 오프라인 잡화점이 반격에 나섰다. 아마존보다 2분 빠른 ‘58분 배송’ 서비스가 그것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퇴근 후 먹을 저녁 식사에 필요한 식료품을 사기 위해 수퍼마켓에 들러 장을 보지 않아도 된다. 퇴근하기 직전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집에서 편하게 상품을 받을 수 있다.


2시간 이내 배송 선택하면 무료

한국에서 빠른 배송은 보통 ‘당일 배송’을 말한다. 주문한 상품을 그날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쿠팡이 2014년 시작한 ‘로켓배송’, 이마트몰 당일 배송인 ‘쓱(SSG) 배송’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온라인 쇼핑몰을 조사한 결과 ‘당일 배송’ 상품의 20.8%만 실제로 당일에 도착했다.

빠른 배송 서비스가 아직 미흡한 수준인 한국과 달리 아마존은 2014년 12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프라임 나우’라는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송료 7.99달러(약 9100원)를 내면 샴푸, 휴지 등 생필품과 식료품을 1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TV 같은 무겁고 부피가 큰 가전제품 역시 1시간 안에 배송한다. 2시간 이내 배송을 선택하면 무료로 상품을 배달해준다.

미국에서 아마존 프라임 나우는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뉴욕의 맨해튼·브루클린,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등 28개 도시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은 드론이나 낙하산을 이용하는 첨단 택배 배송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프라임 나우엔 이런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교통 체증이 극심한 맨해튼에서 ‘1시간 배송’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대중교통 덕분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마존 배송 직원이 작은 택배 상자를 여러 개 실은 손수레를 끌고 뉴욕 지하철을 타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했다. 아마존 관계자는 “맨해튼에서는 (택배 배송에) 대중교통 이용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도 한다”고 했다.

2000년 일본에 진출한 아마존은 현지 업체를 제치고 방문객수 기준으로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이 됐다. 최근 아마존재팬의 성장을 이끄는 서비스도 일본에서 2015년 11월 선보인 ‘프라임 나우’다. 프라임 나우를 이용하려면 연회비를 내고 아마존 프라임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연회비는 미국에선 99달러(약 11만3000원)이지만, 일본에선 3900엔(약 3만9000원)이다. 배송비 890엔을 낼 경우 1시간 이내에 주문한 물품을 받을 수 있다. 미국처럼 주문한 상품을 2시간 이내에 받기를 원하면 배송비가 없다. 아마존재팬은 ‘1시간 배송’을 위해 전용 물류센터를 만들었다.

프라임 나우 고객이 꼭 집에서만 상품을 수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건물 앞이나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공원이나 카페 등 특정 장소를 지정해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점심 시간에 회사에서 ‘오늘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에 집에 도착하니 그 시간에 상품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고 주문할 수 있다. 또 앱에 배송 직원과 연락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 급한 일이 있을 때 상품 수령 장소를 바꿀 수 있다. 서비스 대상 지역은 수도권과 오사카 인근 지역으로 한정돼 있다. 아마존은 프라임 나우로 주문할 수 있는 지역을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돈키호테 도쿄 우에노점 내부 모습(사진 위). 아마존 ‘프라임 나우’로 주문한 상품(사진 아래). <사진 : 돈키호테·아마존 홈페이지>
돈키호테 도쿄 우에노점 내부 모습(사진 위). 아마존 ‘프라임 나우’로 주문한 상품(사진 아래). <사진 : 돈키호테·아마존 홈페이지>

日 오프라인 소매점 반격… 더 빠르고 더 싸게

아마존에 맞서는 ‘돈키호테’는 일본의 대표적 잡화점 체인으로 ‘가격 파괴’가 장점이다. 고객의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좁은 공간에 많은 상품을 정신없이 쌓아놓았다. 재고 보관을 위한 창고도 없고 매장 내부 진열 관리 인력도 없다. 그 비용만큼 상품 가격을 내렸다. 일본 전국에 350여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돈키호테도 ‘마지카 프리미엄 나우’라는 이름으로 2월 22일부터 ‘1시간 배송’ 경쟁에 뛰어든다. 아마존보다 2분 빠른 ‘58분 배송’이 슬로건이다. 요금은 아마존보다 저렴한 750엔(약 7500원)이다. 단 돈키호테 점포에서 3㎞ 이내에 있어야 주문 후 58분 안에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점포에서 5㎞ 이내의 곳에서 상품을 받는 경우 무료로 2시간 안에 받을 수 있다.

앞서 일본 현지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라쿠텐은 2015년 8월부터 주문 후 빠르면 20분 만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라쿠빙!’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프라임 나우를 선보인 지 9개월 만이었다. ‘라쿠빙!’을 이용하면 음료수·주류·인스턴트식품 등을 전용 앱에서 주문할 수 있다.  결제가 끝난 뒤 평균 1시간 이내에 고객에게 상품이 전달된다. 배송료는 아마존재팬의 절반 이하인 390엔(약 3900원)이다.

전자제품 중심의 온라인 쇼핑몰 ‘요도바시카메라’도 빠른 배송 서비스를 작년 9월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에 대해 2시간 30분 이내에 배달을 끝내는 ‘요도바시 엑스트림’ 서비스다. 아마존의 프라임 나우처럼 요도바시카메라도 배송 시간을 크게 단축하면서도 별도의 운송 회사를 이용하지 않는다. 시내에 있는 소규모 물류 센터를 기점으로 아마존재팬·요도바시카메라의 배송 요원이 고객에게 직접 상품을 전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